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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사람이 먼저다"라는 현수막을 볼 수 있다. 참 당연한 것을 가지고 먼저임을 외치는 것이 그렇지 않은 현실을 나타내는 것 같아 씁씁하다. 학교에서도 성적보다 나이키 신발보다 돈보다 명예보다 사람이 먼저라고 가르치고 있다. 교과서 속에서 체험 속에서 선생님의 말씀 속에서 날마다 만나는 참된 명제지만 항상 어렵다.

그럼, 그 인간다움을 어떻게 키울까

책읽어주는 선생님
 책읽어주는 선생님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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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길이 있다"라고 흔히 말하지만 그 길을 같이 가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우리 학교는 날마다 선생님들이 아이들과 함께 그 진리의 길을 탐험하고 있다. 저학년(1-2), 중학년(3-4), 고학년(5-6)으로 나누어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일별로 아침시간 한 자리에 모인다. 옹기종기 어깨와 팔을 부비며 앉아서 선생님들의 목소리로 문학 작품을 듣다보면, 그 주인공에게서 힘도 얻고 용기도 얻으며 살아갈 방법을 함께 고민하게 된다.

지난 번에는 박기범 작가의 <김미선 선생님>을 읽어 주었는데, 그 속에 나오는 주인공 "나"가 김미선 선생님과 같이 생활하면서 닫힌 마음을 열고 가정 이야기를 술술 나누는 것을 듣고 4학년 은성이는 혼자 중얼거렸다.
"어쩜 나랑 똑같냐."
책 속에 "나"가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나갈지, 아이들은 혼자 읽을 때보다 더 고민하면서 깊이 느끼면서 읽는 걸 알 수 있다.

내가 아끼는 글 써 놓기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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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말
 내가 좋아하는 말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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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긁적긁적 글을 써 놓았던 사람이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았다"라고 하버드 졸업생의 10년 후를 비교한 데이터를 본 적이 있다. 품고 있던 마음을 글로 쓰고, 교실 한 구석에 걸어놓으면 화장실 오고 가면서, 집에 가면서, 놀면서 힐끗힐끗 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외우게 된다. 일 년이 지날 무렵엔 가슴 속에 별이 되어 그 글이 '자기'가 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해 보았다. 아이들은 좋은 말이 나오면 수첩에 적는 걸 좋아했고, 책 보다가, 현장학습 가서나, 수업 시간에서나 마음에 드는 말이 나오면 얼른 머리 속에 복사했다. 그 좋은 기운이 아이들이 생활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말다툼이 있거나 서로 다른 의견에 목숨을 걸 때도 해결을 쉽게 하는 편이다.

회의를 회의답게

전교어린이회의 풍경
 전교어린이회의 풍경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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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을 과감히 없앴다. 국민의례 정도는 하고 곧바로 자유 토론에 들어간다. "이번 주 생활 목표"를 정하고 "지난 주 생활 반성"이니 이런 것은 형식적인 거라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지 못한다.

예를 들면, "복도에서 뛰지 맙시다", "거짓말을 하지 맙시다", "교실에서 조용히 합시다"라는 누구나 아는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대신, "지난주 점심시간에 5학년 윤승의 누나가 우리 반에 말도 없이 들어와서, 은성이가 놀고 있는 짐볼(Gym ball)을 억지로 달라고 했다. 은성이가 싫다고 하니, 승의 누나가 다리 힘으로 짐볼을 쳐서 은성이가 자빠졌다. 남의 반에 허락 없이 들어오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라고 같은 반 친구인 상민이가 일어나서 이야기를 했다.

여기저기에서 남의 반에 들어갔을 때의 피해와 대책이 나왔고 아이들은 서로 싸우는 듯 이야기가 오고 가더니 금방 해결책을 내 놓았다. 이렇게 아이들이 자유롭게 말 할 기회와 장을 열어 주면 다 알아서 잘 한다.  

나를 매우 쳐라

언제나 피아노는 내 곁에.
 언제나 피아노는 내 곁에.
ⓒ 김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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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변에 피아노 학원 하나 없지만 어깨너머 배운 실력으로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아이들이 많다. 1층 복도에 우아하게 서 있는 피아노를 그냥 가만히 두지 않기 때문이다.

아침에 학교 들어와 교실 들어가기 전에 한 번 쓰윽 치고 가고 점심시간에 둥당둥당 두들기고 집에 가기 전에 "고양이 춤", "젓가락 행진곡" "엔터테인먼트"를 둘이서 신나게 친다. 4학년 시루도 5학년 다연이에게 배운 곡이 5곡은 넘는다. 이러면서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음악적 감성도 키우게 된다. '인간다움'란 아름다운 곡을 듣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다움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끊임없이 노력하고 생각하고 나다움을 잃지 않는 강인한 정신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 은연중에 친구들과 같이 학교에서 배운 인간다움은 어른이 되어서도 힘차게 살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 그 10년 뒤를 위해 지금 열심히 교육하고 있는 것 아닐까.


태그:#인성, #학교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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