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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 이니스프리 앞에서 벌어진 김순자배 웅변대회. 다양한 청년들의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울려퍼졌다.
▲ 김순자배 웅변대회 홍대 이니스프리 앞에서 벌어진 김순자배 웅변대회. 다양한 청년들의 이야기들이 자유롭게 울려퍼졌다.
ⓒ 김순자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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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말고사 시험기간이다. 언제부턴가 대학시험 기간에 간식을 배부하는 사업이 학생회의 주요한 사업이 됐고, 홍보 차원에서 간식을 후원하는 기업들의 스폰이 당연시되고 있다. 컵라면에서부터 요구르트, 과자까지 다양한 먹거리들이 스폰으로 공급되는데, 올해부터는 핫식스가 대세가 되고 있다.

핫식스는 잠을 쫓아주는 음료로 커피보다 효과가 좋지만 '총수면보존의 법칙'에 따라 이 음료를 마시고 밤새 공부를 하고 시험을 치르면 못잔 시간만큼 더 피곤하게 잠을 자야한다는 풍문이 있다. 70년대 젊은 여공들은 사장이 제공하는 잠이 오지 않는 약을 먹으며 밤새 일을 했다고 한다. 청년들이 기업의 스폰으로 받은 핫식스를 먹고 공부하는 모습과 여공들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핫식스 먹는 청년과 잠 안 오는 약 먹던 70년대 여공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 설치된 쉼터.
▲ 순자도 쉬고 싶다. 홍대 걷고싶은 거리에 설치된 쉼터.
ⓒ 김순자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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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일) 오후 4시, 홍대에서는 이러한 청년들을 위해 특별한 점령이 벌어졌다. '쉬고 싶다'는 대형피켓이 등장하고 라꾸라꾸를 침대로 꾸민 쉼터가 설치됐다. 한쪽에서는 작은 연단을 설치하고 젖소탈을 쓴 청년들이 웅변대회를 개최했고, 또 한쪽에서는 홀로 기타를 든 청년이 반주를 쳐주는 노래방이 설치했다. 그리고 'Occupy홍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대형 텐트 하나와 '핫식스프'라고 이름붙인 따뜻한 차가 끓여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젬베와 기타, 트라이앵글, 바이올린, 캐스터네츠를 든 청년들이 순자버스와 함께 9번 출구 앞을 점령했다. 이름하여 <일을 하지 못하게 해주마! 우리는 쉬고싶다 'Occupy홍대'>. 홍대역 걷고 싶은 거리와 9번 출구 앞이 각각의 테마를 가진 청년들에 의해 점령됐다.

점령의 이유는 열심히 일하는 것을 멈추고 잠시 쉬자는 것이었다. 쉬는 동안 무엇을 할까?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들, 노래들,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잉여잉여 거리자는 취지였다. 홍대 이니스프리 앞은 청년들의 솔직한 이야기들이 울려퍼지고 있었다.

"부모님이 아파서 쓰러지셨다 과외비, 아르바이트해서 모아놓은 돈을 병원비로 다 날렸다. 어렵게 넣어놓은 보험도 이런저런 이유로 조금밖에 받지 못했다. 최저임금 받는 노동자는 아파도 안 된다."  - S대 학생, 박유호 

"십알단 말이 많다. 내가 새누리당 선거할 때 알바였다. 김순자 캠프에서는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 내가 진짜로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고 싶어 여기에 있다." - 익명의 학생

"고급레스토랑에서 접시를 500~600개 닦았다. 그렇게 하루종일 일해도 정작 스테이크 하나 먹을 돈조차 받지 못했다 음식 흘리면 우리 임금보다 세탁비가 더 많이 나간다고 주의하라는 교육을 받았다" ㅡ 김순자를 지지하는 청년 혜인씨

홈페이지에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실시간으로 지지를 표하기도 했다.

"안녕하세요. 연신내에 살고있는 스물세살 대학생입니다. 오늘 홍대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김순자 후보님 연설하는 모습을 봤네여. 딱히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어서 대선에 투표권이 생긴 게 처음인데도 이번에 투표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후보님을 찍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알바하면서 학교 다니느라 고생이 많았던 저로서는 알바대통령이라는 후보님 공약집을 받아든 순간 무언가 찌릿한 느낌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최저임금을 정말 만 원까지 올리실 수 있는 건가여? 당선은 되기 어려우시겠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길 바랍니다."

웅변대회 부스 옆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 진짜 아르바이트노동자와 함께 웅변대회 부스 옆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일을 하고 있다.
ⓒ 김순자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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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를 지나가는 시민들과 청년들은 각각의 부스를 재미있게 둘러보고 참여하기도 했다. 절묘하게도 웅변대회 부스 바로 옆에 대형 <알바몬> 피켓을 돌리며 광고를 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가 함께 있었다. 아르바이트의 일상과 점령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다른 장면을 만들어냈다. 점령이라는 이색적인 선거운동은, 젊은이들의 유흥과 소비의 공간 홍대를 정치와 참여의 공간으로 바꾸었다.

김순자 선본은 실제로 청년들이 모든 선거운동을 기획하고 집행하고 있다. 김순자 후보도 직접 각각의 부스 행사에 참여했다. 딱딱하고 준비된 유세가 아니라 속에 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는가 하면, 노래방 부스에서는 자신의 18번인 '노조는 아무나 하나'를 선보여 흥을 돋구었다. 이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 지역의 청년지지자도 올라왔다.

쉰다는 것은 다른 시간과 다른 공간을 만드는 것

"전 저시력 장애인입니다 부산에 박근혜 후보가 유세를 하러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장애인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자 박근혜 지지자들이 입을 틀어막고 피켓을 부셨습니다. 그 옆에서 '박근혜 후보는 모두가 행복한세상을 만들겠다'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12월 5일 TV토론에서 김순자 후보의 클로징멘트를 들었습니다. 내가 바로 또 하나의 김순자입니다. 저는 김순자 후보를 지지합니다." - 김순자를 지지하는 부산의 유진씨

유진씨처럼, 세상이 만들어놓은 시간과 흐름 속에서는 이야기할 수 없는 이들이 잠시 잠깐의 휴식, 시간과 공간의 점령 속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4시부터 8시까지 4시간에 걸친 Occupy홍대는 9번 출구 앞 순자버스 앞에서 인터내셔널가를 부르며 끝이 났다. '쉬고 싶다'라는 간단한 욕망. 그러나 우리같이 평범한 사람들과 청년들이 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홍대 걷고싶은거리에 설치된 즉석 노래방에 나타나 노조는 아무나 하나를 열창하는 김순자 후보
▲ 김순자의 노래 '노조는 아무나 하나' 홍대 걷고싶은거리에 설치된 즉석 노래방에 나타나 노조는 아무나 하나를 열창하는 김순자 후보
ⓒ 김순자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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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중 한 대학생은 '세상이 청춘패기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청춘도 신이 아니고 패기도 신이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변화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러한 변화는 역시 우리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오늘과 같은 선거운동과 저항으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김순자 후보의 클로징멘트를 다시 한 번 음미해본다.

"사랑하는 국민여러분, 힘들게 일하면서도 빚에 시달리는 영세 상인 여러분. 꿈꿀 겨를도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청년알바 여러분. 학자금대출에 짓눌려 사는 대학생 여러분. 언제 잘릴지 모르는 비정규직 노동자 여러분. 정리해고 당해 언제 밑바닥에 떨어질지 모르는 노동자여러분. 일을 하고 싶어도 처지가 허락되지 않아 일을 하지 못하는 장애인 여러분. 이 땅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이주노동자 여러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모든 차별을 견디는 성소수자 여러분. 여러분이 바로 김순자입니다. 그러기에 저 김순자는 여러분의 목소리입니다. 새로운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었다고 사회가 바뀌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여러분들의 처지를 스스로 말하기 시작할 때 사회는 바뀝니다." - 12월 5일 김순자후보의 TV토론 클로징멘트

덧붙이는 글 | 박정훈 기자는 김순자 무소속 대통령 후보 캠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태그:#김순자, #OCCUPY홍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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