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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어린이집, 유치원, 심지어 학교에도 가지 않겠다던 큰아이가 만 36개월이 지난 며칠 전 뜬금없이 말했다.

"나 다섯 살이 되면 유치원에 갈 거예요. 아, 유치원 가기 전에 어린이집에도 갈 거예요."

몇 번을 다시 물어도 간다 한다, 엄마와 동생이 함께 가지 않으면 안가겠다던 녀석이. 곧 셋째가 태어나는 상황에 큰아이의 이런 반응이 반가워야하는데 선뜻 "그래, 가자, 유치원!" 해주지 못하는 안타까운 엄마의 마음. 왜 나는 아이 둘을, 곧 셋을 기관에 보내지 못하고 집에서 하루 종일 100미터 달리기 하듯 키우고 있는 걸까···....<기자말>

비상식적인 유치원비 천만 원 시대

육아와 교육에 있어 대단한 철학이 있어 집에서 육아를 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내가 아이들을 집에 데리고 있는 이유는 순전히 돈이 아까워서이다. 공으로 양육을 할 순 없지만 월 몇십만 원씩, 1년이면 오백만 원을 훌쩍 넘어 많게는 천만 원까지 든다는 유치원비가 너무너무 아깝다.

이런저런 지원을 받으면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고 하지만, 수시로 바뀌는 정책과 국가 지원만큼 오르는 원비를 들여다보고 있자면 유치원 교육부터 돈으로 계산해야 하는 못난 부모인 내가 한심하기만 하다.

내 아이가 마음껏 꿈 꿀 수 있는 선택!
▲ 꿈 내 아이가 마음껏 꿈 꿀 수 있는 선택!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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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는 경제적인 능력이 부족한 부모인 내 잘못이 아니라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때문이 아닐까. 대학등록금 천만 원시대도 말이 안 된다며 반값등록금 운동을 벌이는 마당에 유치원비 천만 원은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이다.

비싼 사립유치원, 영어유치원이 아닌 국공립 어린이집, 병설유치원에 보내면 되지 않냐는 반문이 쏟아질 것이다. 물론 큰아이가 여섯 살이 되면 월 십만 원 내외면 가능한 병설유치원을 알아볼 것이다. 그러나 큰아이에게 반드시 병설유치원에 보내주겠다는 확언은 할 수 없다.

다자녀 우선순위 혜택을 받으면 입학 가능성이 높아지겠지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병설유치원이 없다. 그나마 타지역 지원도 받아주는 옆동네 병설유치원은 다자녀 이상 가정 1순위 신청자만으로도 정원을 훨씬 넘긴다 한다.

유치원이 아닌 7세까지 들어갈 수 있는 국공립 어린이집은 겨우 이 동네에 두 군데 있고, 우리집 두 아이 모두 대기번호는 몇자리 모자라는 300번이다.

부모가 되니 눈에 보이는 공약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대선에서 남편과 함께 가장 눈여겨 본 것이 각 후보들의 보육 정책이다. 지금까지 두 번의 대선 투표권이 있었지만 그동안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정책. 대부분의 후보들이 국공립어린이집 수를 늘려주겠다, 영유아를 넘어 아동까지 육아 지원을 확대해주겠다, 미래의 주인인 아이들을 위해주겠다 약속을 한다.

대선후보들은 물론 교육감 후보들의 공약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그런 공약들에 나를 비롯한 주위 엄마들이 당장 밝은 희망을 가지진 않는다. 과연 공약이 지켜질까? 과연 국공립 기관의 수가 늘어난다고 대기번호가 300번에서 3번으로 내려올 수 있을까? 이런 의문들만 커질 뿐이다.

그렇다고 희망을 버린 채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다. 희망을 찾을 수 없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도 않다. 내 고민에 대한 답을 그 어떤 후보도 명쾌하게 제시해주지 못했지만 일말의 희망으로 19일을 기다리고 있다.

3차 대선후보 토론회를 보며 이런 희망은 더욱 커졌다. 차이는 있었지만 후보들 모두 지금과는 다른 새 시대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보여주었다. 문제는 그 열망과 의지의 차이이며, 그 차이가 다음 정권의, 내 아이들 미래의 희망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열망과 의지의 차이가 만드는 다른 내일

내 아이가 마음껏 뛰놀수 있는 선택!
▲ 선택 내 아이가 마음껏 뛰놀수 있는 선택!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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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얘기한 유치원과 어린이집 문제는 구체적인 공약 몇 개로 해결 될 수도 없다. 얼렁뚱땅 지원금 얼마,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으로 구멍 난 미래의 문제를 땜질하는 걸 바라지도 않는다.

국정을 운영하는 지도자들에게도, 나라의 주인인 국민들에게도 지금과는 분명히 다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생각된다. 무엇이 먼저인지, 무엇으로 희망을 그려야하는지, 이것이 열망과 의지의 차이를 만들고 오늘과는 다른 내일을 만들어 주지 않을까?

부모의 교육관에 따라 아이들은 다른 유치원을 선택하게 된다. 교육을 중시하는 옆집 엄마는 유치원 졸업할 때 영어로 문장을 얘기할 수 있는 유치원을 선택하고, 아이는 흙에서 뛰어노는 게 제일인 나는 최대한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유치원을 선택할 것이다.

문제는 선택이다. 선택을 해야 아이는 유치원에 갈 수 있다. 19일 누구에게든 선택을 해야 다음 5년, 나와 내 아이의 내일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2월 19일 투표합시다!
▲ 변화의 바람개비 12월 19일 투표합시다!
ⓒ 정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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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가는 길이 행복한 세상"

시험을 못 봐 죄송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초등학생이 자살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학자금대출, 전세금대출에 출산을 포기하는 비상식적인 일이, 병원비가 없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상식적인 일들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는 세상을 위한 선택이길 바란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으로서 부모와 내 가난을 증명해야만 혜택을 받는 세상이 아닌, "복지는 평등하게, 차이는 과세로" 돌려주는 상식이 통하는, 공명정대한 세상, 이왕이면 "사람이 먼저"인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런 세상에서 아이들을 뛰어놀게 하고 싶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분명 변화를 기대하고 선택할 수 있는 19일이 눈앞에 왔다. 나 개인의 문제를 넘어 후퇴했던 과거와 다가올 미래까지 선택할 수 있는 19일이다.

2012년 12월 19일의 선택으로 따스한 엄마들의 등불이 켜지는 "저녁이 있는 삶", "집으로 가는 길이 행복한 세상"이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모두가 받게 되길 "진심"으로 기도한다. 19일 설레는 마음으로 남편과 두 아이 손잡고 만삭인 배를 쓰다듬으며 투표하고 큰 아이가 한 달 전부터 노래한 크리스마스 선물 사러 가야겠다.


태그:#12월 19일, #투표,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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