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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대 학생회관 앞, 5년 전 투표를 하지 않은 죄를 반성하며 석고대죄 중인 박제우씨.
 한림대 학생회관 앞, 5년 전 투표를 하지 않은 죄를 반성하며 석고대죄 중인 박제우씨.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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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에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강원도 춘천시 한림대학교, 학생회관 앞. 11일 오후 4시가 조금 지났을 무렵, 문재인 대선 후보 지지자 중의 한 사람인 박제우씨가 한림대학교 학생들 앞에 '죽을 죄'를 지었다며 석고대죄를 했다.

춘천시에서는 이날 아침에도 눈이 내렸다. 아침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갔다. 낮에 해가 높아지면서 기온이 꽤 상승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추운 날씨다. 그는 왜 이 추운 날씨에 찬바람을 맞으며 대학교 학생회관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일까.

박씨는 5년 전 대선에서 투표를 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투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러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고 나서 한국의 역사와 정치가 뒤로 후퇴하는 걸 보고는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한다. 그는 5년 전 투표를 하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했다.

게다가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유력한 당선 후보 중에 한 사람으로 부상하는 것을 보고 나서는 "한국의 역사와 정치가 30~40년 뒤로 후퇴할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에 사로잡혔다. 이런 상태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그는 먼저 5년 전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을 통렬히 반성해야 했다.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어주지 못한 죄, 각성이 필요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는 투표를 하지 않을 경우에 어떤 일들이 발생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석고대죄는 그래서 시작하기로 했다.

석고대죄, 대선 끝날 때까지 계속 한다

한림대 학생회관 앞. 19일 대선 투표 당일, 몇 시에 투표할지 고민하는 학생들.
 한림대 학생회관 앞. 19일 대선 투표 당일, 몇 시에 투표할지 고민하는 학생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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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보통 직장인이다. 직장 일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세상에는 때에 따라서 먹고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도 있다. 그는 "먹고 사는 것도 중요한데 지금은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지금은 회사에 휴가를 내고 지난 8일부터 지금까지 춘천 시내 명동과 강원대 학생회관 앞 등 여러 곳을 돌아가며 매일 일정 시간씩 석고대죄를 하고 있는 중이다. 박씨가 석고대죄를 하는 의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자신처럼 5년 전 투표를 하지 않은 기성세대에게 '투표를 하지 않는 죄'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곧 사회에 발을 딛게 될 젊은 세대에게 투표 당일 '한 표'를 행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것이다.

이 추운 날,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무릎을 꿇고서 석고대죄를 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젊은 세대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일은 더욱 더 어렵다. 그런데도 그는 석고대죄를 멈출 생각이 없다. 그의 석고대죄는 대선이 끝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한다.

박씨가 석고대죄를 하고 있는 현장 옆에서는 한창 투표 참여 독려 캠페인이 함께 벌어지고 있다. 일명 '내 투표 시간 정하기' 캠페인이다. 학생들이 투표도장인 '人(인)' 자가 그려진 스티커를 투표 당일 자신이 투표를 할 수 있다고 마음먹은 시간대에 붙이고 있다.

이 캠페인은 학생들로부터 투표를 치르는 날 투표 참여 시간을 약속받음으로써, 투표 참여 의지를 강화하려는 목적을 지녔다. 이 캠페인은 지난 12월 둘째 주부터 시작됐다. 춘천을 비롯해 강릉·원주·속초·삼척 등 강원도 전역을 돌며 행사를 벌이고 있다.

'석고대죄'와 '투표 시간 정하기 캠페인'은 문재인 선대위 산하 '강원시민캠프' 주도로 행해지고 있다. 석고대죄에는 일반 시민 1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투표 시간 정하기 캠페인에는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층이 매일 500명에서 700명 정도가 참여하고 있다.

12월 19일, '투표 시간 정하기' 캠페인 보드판. 시간대별로 투표를 약속한 스티커들이 잔뜩 붙어 있다.
 12월 19일, '투표 시간 정하기' 캠페인 보드판. 시간대별로 투표를 약속한 스티커들이 잔뜩 붙어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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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선, #문재인, #석고대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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