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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돌 프로젝트'는 필자가 16년 서울살이를 접고 부모님 계신 고향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국내외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찾아가 그곳만의 매력과 운영 노하우를 수집하는 여정 중 본인뿐 아니라 타인의 간절한 소원을 특별한 장소에서 기원해 드리는 프로젝트입니다.

최근까지 '2013년 게스트하우스 쥔장 되기, 꿈의 프로젝트'란 제목으로 연재했으나 필자, 바람했던 꿈이 현실이 되었기에 이번 회부터 새로운 제목으로 인사 드립니다. 앞으로는 다채로운 여행 이야기를 중심으로, 그 중에 발견하는 좋은 게스트하우스 정보, 그리고 소원돌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모든 이의 진정 행복한 삶을 응원하며! - 필자 주

제주 함덕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JEJUKAYAK 게스트하우스'
 제주 함덕해수욕장 인근에 위치한 'JEJUKAYAK 게스트하우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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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만에 제주도를 방문했다. 모 단체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를 위한 아카데미 마지막 공식 일정이었는데 퇴사를 했음에도 불구 졸업 워크숍 참여를 권해 별도 경비 지출 없이 좋은 여행에 동참할 수 있었다. 2박 3일 중 하루는 자유여행 일정이었는데, 그 여정 중에 우연히 발견한 'JEJUKAYAK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한다.

그것은 함덕해수욕장 초입에 있었다. 해수욕장에서 뛰어나와 차도를 건너 주인장이 만들어둔 친절한 그물계단 대여섯 개를 오르면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이르는 환상적인 위치였다. 낮고 평범한 기와지붕 단층 건물에 아마도 주인장과 그 절친한 벗들이 공동작업을 했을 법한 알록달록 뽀로로와 무지개 페인트 그림이 정겨웠다.

마당에 들어서자 백지영의 <그 여자>가 흐르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 혼자 걷던 내내 흥얼거렸던 노래를 들으니 '이건 무슨 조화'인가 싶었다. 건물 벽면에 붙여 만든 작은 나무 탁자, 도미토리식 두 개의 방 침대 곳곳에 붙은 게스트들의 편지, 디자인을 통일하기보다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돋보이는 갖가지 색의 이불, 침대, 커튼들, 바위 위에 얹혀진 소라 껍질….

자연 속에서 얻고, 또 정성으로 만든 것들이 게스트하우스 곳곳을 장식하고 있는 것을 보니 공간의 느낌이 그 주인된 사람의 색채와 무관하지 않을 듯했다. 본인이 찾아갔을 때는 주인장이 출타 중이었던지라 돌아와 이메일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런데 역시…, 주인장은 카약으로 제주-한강을 일주할 만큼 독특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JEJUKAYAK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인터뷰
- JEJUKAYAK 게스트하우스 주인장, 당신은 누구?
"50대 중반의 남성입니다. 1978년 고교 졸업 후 홀로 제주도 여행을 와서 워킹으로 한 달간 섬 여러 곳을 여행한 후, 군에 갔다와서 다시 제주도로 내려와 30여 년을 평범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다 2007년 제주도 카약 일주와 제주에서 한강까지 종주 한반도 평화 카약킹을 하면서 삶이 조금 바뀐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지는 걸 싫어하여 언제나 앞서 나가길 좋아했습니다. 그러면서  나 혼자만의 스타일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삶을 타인과 견준다거나 경쟁하는 것이 가장 어렵고 복잡하다는 걸 알고 나서는 그저 아무도 하지 않은 일을 독창적으로 해내는 데서 재미를 느끼며 삽니다.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에 직면하면 정의를 위한 경쟁과 투쟁이 불가피하지만 개인의 인생은 독창적이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진도가 느리더라도."

- 왜 게스트하우스를 열었나?
"2005년부터 카약체험장을 운영한 이후 시즌인 5월~10월 이후에는 한가한 시기가 됩니다. 제주도로 관광 오시는 분들께 새로운 바다카약 체험을 소개하기에는 게스트하우스가 적합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차량과 스쿠터,자전거,워킹 여행은 뭍으로만 다니면서 해안선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기에 부족합니다. 반면 카약은 에메랄드빛 바다를 노저어 다니면서 제주도 해안선과 한라산의 신비로운 경관을 볼 수 있지요. 물이 무서워 망설이는 분들께 카약은 절대 안전하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저희 게스트하우스에 머무는 동안 자연스럽게 다른 게스트들과 어울려 카약과 바다를 체험하시길 권합니다."

- 'JEJUKAYAK 게스트하우스'만의 특별한 매력?
"아름다운 함덕 서우봉해변(함덕해수욕장의 새명칭)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는 저희 제주카약 게스트하우스는 경치가 매우 아름답습니다. 제주올레길 19코스가 지나는 곳이죠. 인접한 서우봉에서는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가 있습니다. 특히 서우봉의 일출은 바다가 아닌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붉은 태양이라 독특한 신비감을 느낄 수 있답니다. (이곳처럼)바다와 오름이 접하고 있는 지형은 매우 드뭅니다. 해수욕장이 게스트하우스 바로 언덕 아래에 있으므로 언제든지 해변을 산책할 수가 있는 것도 큰 매력입니다.

장작을 직접 패서 난로를 지피고 군고구마를 구워 먹거나 바베큐 파티를 할 수 있는 넓은 마당과 텃밭이 있고요. 단체팀이나 MT를 할 수 있는 큰 룸과, 남성룸 여성룸 가족룸이 구분되어 있습니다. 젊은 게스트들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시간은 언제나 오픈해 놓고 있습니다. 여행은 속박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죠. 2층 침대에는 커텐을 쳐서 글을 쓰고 수면을 할 수 있도록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 봤습니다."

- '제주도 카약 일주', '제주도-한강 카약 일주' 등 독특한 이력이 있으신데?
"호주로 이민간 친구의 소개로 카약을 접하게 되었고 제주 해안의 비경을 탐사하기에는 카약이 딱이다 싶어서 과감하게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후 2007년 5월에 200km 제주도 해안을 일주하여 바다카약킹에 적응이 된 후, 2008년 4월에 한반도 평화카약킹을 계획했습니다. 목적지는 평양이었습니다. 제주항을 출발하여 땅끝마을 서해안 경유 강화도 NLL을 통과하여 대동강을 거슬러 평양에 입성할 계획을 세우고 수개월 동안 훈련을 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호주 국적의 매니저 친구를 통하여 북한 관계자와 이메일로 통신하여 긍정적인 답변도 받았습니다만 예민한 상황이라 북한 입국 허가를 못받아 한강까지만 종주했습니다. 평양을 가고 싶어한 이유는 100년 전 평양에서 제주도로 기독교를 선교하러 온 이기풍 목사의 일대기를 읽고 감동하여 그 분의 발자취를 거꾸로 밟아 북한주민들에게 사랑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 일주 중 특별히 기억나는 순간은?
"함께 출발했던 두 명 중 한 명은 첫날 5시간 만에 포기하고, 또 한 명은 8일간 함께 항해 후 중단했습니다. 나머지 8일 동안을 혼자서 외로운 항해를 했습니다. 하루에 약 8시간을 항해하면서 알 수 없는 신의 기운을 느끼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 주인장이 생각하는 '좋은 게스트하우스'란?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가 갑자기 너무 많이 생겼습니다. 약 400군데라 하니 이용객들은 선택의 여지가 넓어서 좋게 됐어요. 반면 운영자 입장에서는 게스트 분들께 우리 하우스를 알리는 것이 매우 힘들어졌답니다. 인터넷 유료 홍보를 하지 않으면 아예 노출이 안 되기도 하지요. 다녀가신 분들의 구전으로 알려지기도 하지만 사업적으로 운영하기에는 힘든 업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소 어려운 질문 같은데 저는 좋은 게스트하우스보다 좋은 게스트를 원합니다. 게스트하우스에 너무 많은 기대들을 하고 오시기 때문에 힘이 들 때도 있습니다. 특히 비수기에 게스트들이 적을 때는 심심하다고 돌아가는 분들도 있으니…. 게스트하우스가 종합 서비스 업체로 변질되어 가는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좋은 게스트하우스는 주인장이 설치면서 게스트 분들께 이것저것 다 해주려 하지 않고, 게스트들이 성숙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적당히 배려해주고 염려해주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
"재미있다고 다른 분을 소개해 주시는 분들도 감사하지만 쩔쩔매는 주인장을 오히려 염려해주는 게스트들께 감사드립니다. 주인장과 게스트 사이에 인간적인 내면의 소통과 이해가 있다고 느껴질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주인장의 색깔이 돋보이는 JEJUKAYAK 게스트하우스 모습
 주인장의 색깔이 돋보이는 JEJUKAYAK 게스트하우스 모습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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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포구에 두 여인의 '소원돌'을 묻다

다섯 번째 소원돌 주인공은 각각 서울 노원구와 마포구에 사는 고영란("언제나 18세!")님과 정현주(35)님이다. 고영란님의 소원은 "철들지 않는 것"이라 했다. 그 의미는 "주변의 상황 때문에 나다움을 잃지 않음"이라고 했다. 정현주님의 소원은 "어른이 되는 것"이라 했다. 그가 바라는 어른이란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이라 했다.

두 여인의 소원을 듣고 보니 결국 다른 듯 같은 바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강정마을 포구에서 하나의 돌에 두 소원을 빌었다. 포구의 왼쪽은 해군기지 건설이 한창이었다. 낯설고 차갑고 거대하고 딱딱한 물체들이 채워지고 있었다. 한손으로 왼쪽 시야를 가리면 나머지는 여전히 아름다운 바다였다.

다섯 번째 '소원돌 프로젝트'. 고영란·정현주님의 소원돌
 다섯 번째 '소원돌 프로젝트'. 고영란·정현주님의 소원돌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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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인의 철들지 않음과 어른의 의미가 눈앞에 강정 풍경을 마주하는 마음과도 닮았단 생각을 했다. 자의던 타의던 그저 순수하게, 태어난 그 자체로 자연이 존재할 수 없는 현실. 그러나 진정 소중한 것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나로서, 그리고 나로써 현실에 대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렇게 자신의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최근 새누리당의 단독 표결처리로 제주 해군기지 예산안이 통과되었다. 필자가 제주를 방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당시 마을에는 가는 곳마다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각종 펼침막과 벽화들이 보였다. 건설현장 입구에는 길게는 6년, 짧게는 수십 일째 시위 중인 사람들이 공사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수십 명의 전경과 몸싸움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 모든 민의를 무시하고 기지 건설을 일방 강행하는 위정자들의 속내는 무얼까. 군사시설을 늘리는 것이 진정 평화를 공고히 하는 것일까. 자연을 있는 그대로 지키는 것, 그것을 그렇게 지키고자 하는 맘을 존중하는 것. 이것이 국방을 강화하는 것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우리 세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가치임을 정말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

강정포구에서 보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현장. 공사 진행율은 이제 20%에 불과하다. 제주의 자연을 지키고자, 군사시설 확장을 반대하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공사 자체를 멈춘다면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강정포구에서 보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현장. 공사 진행율은 이제 20%에 불과하다. 제주의 자연을 지키고자, 군사시설 확장을 반대하는 이들은 지금이라도 공사 자체를 멈춘다면 모든 것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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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필자의 꿈의 게스트하우스가 궁금하다면 페이스북 페이지 /BangsasiGuesthouse 또는 네이버 카페 '방사시 게스트하우스'로 놀러오세요.



태그:#JEJUKAYAK게스트하우스, #함덕해수욕장, #제주해군기지, #제주게스트하우스, #카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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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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