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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걸 한림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동걸 한림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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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즘 바쁘다. 학교 강의뿐 아니다. 시민단체 강연도 들어오는 대로 다 나간다. 신문에 정기적으로 글도 쓴다. 이동걸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객원교수. 이 교수는 재벌과 금융문제에 대한 몇 안 되는 개혁성향의 전문가다. 서울대와 미국 예일대를 나왔고, 참여정부 때는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 정부 들어선 한국금융연구원장 임기를 1년 넘게 남겨놓고 그만둬야 했다.

지난달 30일 오후 그를 만났다. 서울 잠실의 개인 사무실에 들러서 "요즘 정치학자가 되신 것 같다"고 말을 건넸다. 이 교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내가 무슨 정치..."라며 "요즘 정치학자들이 경제를 건드리잖아"라고 말한다. 이어 "나는 원래 글을 쓰는 것도, 사람들 앞에 서서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도 않고 잘하지도 못해 (나서는 것을) 싫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선 전혀 다른 모습이다. 그 말대로 "부르면 다 간다"는 것이다.

- 그렇게 다니시면 힘들지 않으신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요즘은 할 만하다. (웃으면서) 그런데 이것도 12월 18일까지만이다."

- 대선 이후에는 다시 예전으로?
"(다시 웃으면서) 예전이라고 하면 언제를… 학자로서든, 무엇이든 내 자리에서 열심히 해야지."

그는 학자이면서도 과거 정부의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김대중 정부에선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에서 김태동 교수(성균관대)와 함께 일했다. 참여정부에선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내면서 금융개혁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가 최근 정치적 발언(?)이 유독 많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그의 말이다.

"MB정부 집권여당 최고 실력자의 무책임성이 더 위험"

"청와대와 금감위 등에서 일해보니까 마지막에 가서는 정치더라구. 현장에서 의견 듣고 수렴해서 법을 만들면 뭐해요. 여의도로 넘어가면 반영이 안 되는데… 정치가 바뀌어야죠. 그래야 경제도 살아나죠."

최근 대선 정국 이슈로 떠오른 과거 정권 심판론에 대한 그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 역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 요즘 박근혜-문재인 후보간 과거와 미래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에선 참여정부 경제실패를 적극 거론하고 있는데.
"참여정부가 성공했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애를 참 많이 썼다.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들도 추진하고… 박근혜 후보 쪽에서 참여정부 공격하는 것은 한마디로 어불성설이다. 한마디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식이다."

- 선거운동 초반이지만 경제실정을 둔 공방에서 박근혜 후보 쪽 주장이 먹혀들어가는 것 같기도 하고.
"(고개를 흔들며) 경제성장률도 보면 지금보다는 참여정부가 높지 않았나. 게다가 이명박 정권은 경제를 살리겠다고 들어왔는데 결국 (경제를) 말아먹지 않았나. 박 후보는 집권여당의 최고실력자로서 책임이 없나."

- 박근혜 후보는 현 정부와 선을 긋고 있다.

"(곧장) 말이 안 되는 소리다. 이제와서 엠비(MB)정권과 상관없다면 정말 무책임한 것이다. 자신이 지휘한 총선에서 공천비리가 터져나왔는데도, 오히려 '박근혜도 피해자다'는 식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런 황당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는 할 말이 많아 보였다. 날이 잔뜩 서 있었다. 과연 박근혜 후보 쪽에서 참여정부 실정을 거론할 만한 자격이 있느냐고 했다. 그의 말은 반복됐다. 이 교수는 "박 후보 쪽의 그같은 무책임성이 더 위험하다"고도 했다. 그리고 "만약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된 후에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대통령도 피해자다'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 프레임으로 미래 운용했다가는 국가적 재앙"

이동걸 한림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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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누리당에선 '문 후보가 승리하면 노무현정권 시즌 2'라고 한다.
"그같은 프레임이 참 위험하다고 본다. 그렇다면 과거 60~70년대 안경을 쓰고 미래를 바라보겠다는 것인가. 정말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자는 건가."

- '박정희 대 노무현' 프레임으로 선거가 진행되면, 아무래도 야권이 불리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박정희 향수가 마약일 수 있다. 여기에 취했다간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산업화시대의 논리로 미래를 설계한다? 한마디로 국가적 재앙이다. 자유스럽고, 진취적이고, 창의적인 사고가 필요한 때에 독재 프레임으로 미래사회를 끌고간다니… 이 시대 젊은이들이 움직여 주겠는가."

그의 성향 때문일까. 그는 분명히 박 후보에 비판적이다. 아예 "(박 후보의) 수권(受權) 능력이 심히 걱정된다"고도 했다. 현재까지 여론조사를 앞서 나가는 여당 대선 후보에 대한 비판치고는 강도가 쎄다. '왜 그러냐'고 물었다. 그의 말을 옮겨보자.

"우선 소통 능력이 부족하잖아요. 솔직히 옛 노무현 정부 때도 그랬고, 이명박 정부는 말할것도 없죠. 그런데 지금 박 후보도 마찬가지예요. 과거사 문제부터… 아마 (예전 정권보다) 덜하지는 않은 것 같고."

그는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러면서 "또 한 가지는 죄송한 말씀이지만…"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박 후보가 경제문제에 대해) 뭘 모르는 것 같다. 아무리 (야당에서) 수첩공주라고 공격을 하더라도… 경제금융정책을 좀 꼼꼼히 보면 말이 안 되는 것들이 많다. '집 걱정없는 세상'이나 '가계부채 해결' 대책 등을 보면 그렇다. 빚을 빚이라고 부르지 않으면 빚이 없어지는 것처럼 이야기해요. 국민 부담 없이 기금 마련하겠다고 하는데, 결국 마련하겠다는 돈들이 다 국민 세금이에요. 그런데 부담을 안 준다고 하고… 한 마디로 허구죠, 허구."

그는 경제학자다. 서울대에서 공부했고, 예일대서 경제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적어도 학자로서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도대체 박 후보 주변의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직하지 않은 것 같다. 정책도 그렇고… "라며 "정직하지 않은 사람은 대통령으로 한 명으로 되지 않았나"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문재인과 안철수가 통크게 끌어 안아줬으면..."

다른 후보들 이야기를 물어봐야 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해선 "정책의 방향이나 큰 줄기에선 차이가 크게 없다"고 말했다. 단일화에 대한 평가도 물었다. "조금 실망스럽긴 했다"면서 "지금부터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 사이의 단일화 모양새를 두고 말들이 많다.
"길게 봤으면 좋겠다. 앞으로 5년이 아니라 10년을 의미하는 단일화가 돼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안 전 후보가 어쨌든 섭섭함을 털어야 한다. 문재인 후보 역시 보다 적극적으로 다가가야 한다. 둘이 서로 통크게 끌어안아줬으면 좋겠다."

- 단일화 이후 문 후보의 지지율이 아직은 생각보다 크게 오르지 않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의 바램이 있지 않은가. 문과 안이 정치개혁, 혁신을 이야기한 것도 그런 것 아닐까. 난 정치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문 후보가 '정치가스러움'을 버려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스러움'에 지지를 보낸 이유를 생각해보면 되지 않을까."

- 문 후보 쪽에선 안 전 후보의 공약을 대거 반영했다고 한다.
"적어도 재벌과 금융 관련 공약을 보면 둘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신뢰, 믿음이다. (문 후보가) 앞으로 5년에 대해 안철수와 함께 그림을 그린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웃으면서) 정말 두 분이 함께 손잡고 학교 가듯이 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이동걸 한림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이동걸 한림대 교수(전 한국금융연구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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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전 후보를 만난 적이 있나.
"최근 몇 년 사이엔 없다. 생각해보니까 예전 DJ 정부 때,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실에 있을 때, 어떤 회의 때 잠깐 인사를 나눈 적이 있던 것 같다. 난 금융분야였고, (안 전 후보는) 벤처분야를 대표해서 오신 것 같았는데, 아마 기억을 못 할 것이다."

그와의 이야기 대부분이 정치이야기로 채워졌다. 이번 대선의 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 역시 그와 무관치 않다. 인터뷰 시간이 1시간을 훌쩍 넘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또 그의 전공이 재벌과 금융문제 아닌가. 물론 그의 생각은 분명하다. "한국경제가 살기 위한 재벌개혁"이라는 것이다. 단지 '재벌 길들이기'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MB 정부가 재벌에게 세금으로, 규제 완화로 그렇게 퍼줬지만 그쪽 일자리가 늘었나요. 재벌을 통한 성장이 한계라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것인데도… 이대로 재벌을 놔두어선 일자리든, 양극화 해소든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 거죠."

그는 각종 통계자료와 보고서를 들춰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결국 일자리를 위해선 중소기업을 키울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처럼 재벌이 중소하청기업의 이익을 뺏어가는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가 없다"고 말했다. 어느새 그의 사무실 난방이 꺼졌다. 그와의 이야기도 정리를 해야 했다. 다시 그의 말이다.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경제민주화는 제대로 했으면 해요. 중소기업과 노동자들이 정당한 보상과 대우를 받아야죠. 작은 기업들이 좀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좋은 일자리도 만들어내고…. 그렇게 하기 위해선 기회가 균등해야 하고, 보상도 정당해야죠. 그런 시대를 누가 만들어갈 수 있는지는 아실테고…."


태그:#이동걸,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경제민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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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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