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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망가뜨린 것, 모른 척한 것, 바꿔야 할 것> 표지 -
ⓒ 오마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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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2주일 남짓 앞둔 지금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전전 정부인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마디로 참여정부가 서민·중산층의 삶을 더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 측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자고 한다. 국민들은 '못·대·소(못난 대통령을 소개합니다)'를 보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들이 순위 매기기에만 관심이 있지 그 내용에는 별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과 노무현 중 누가 더 못났는가보다 더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다. 강인규 교수의 신작 <망가뜨린것, 모른척한것, 바꿔야할것>은 권력·공동체·교육·문화·민주주의·의식을 주제로 주로 이명박 정부 5년간 '망가진 한국'을 다루고 있다. 정치권은 이 6가지 주제를 못난이 대회의 종목으로 정해도 좋겠다.

그런데 대통령만 못 났나? 이 글을 읽고 쓰는 '우리'는 어땠나? 강 교수는 '정부가 망가뜨린 것'과 '우리가 망가뜨린 것' 모두를 말한다. 이들은 때로는 섞여있어 쉽게 분간해내기 어렵고 어떨 때는 순전히 우리 탓일 때도 있다. 이명박 이후를 가꾸기 위해 우리도 못난이 대회를 열어야 한다.

이명박 이후 가꾸기 위해 우리도 못난이 대회 열어야

오늘 한국에서 가장 못난 풍경은 4대강 사업 현장일 것이다. '4대강사업의 목적'은 처음에는 수송과 물류였다가 관광으로 변했다. 이명박 정부는 30만개 일자리 증가와 환경개선을 장담하기도 했다. 준공식을 치른 지금, 어느 하나 이뤄지지 않았다. 독일의 하천전문가 한스 베른하르트 교수는 유엔환경계획(UNEP) 슈타이너 사무총장에게 "하천공학과 하천생태계 측면에서 볼 때 지극히 무책임한 사업으로, 건설업계에 대한 대규모 지원책에 불과하다"고 편지를 썼다.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국가인가? 이명박 정부의 정연주 전 KBS사장 강제해임 사건을 보면 국가의 의도가 보인다. 정 전 사장은 시민과 언론단체의 추천 공모로 사장자리에 올랐다. 공영방송 KBS는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이 손댈 수 없는 독립기관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사장을 해임한 지 꼭 3년이 되던 2011년 8월, 한국기자협회가 회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늘 신뢰도 1위를 지켜오던 KBS는 한겨레에 처음으로 1위 자리를 내줬다.

"한국방송 사장은 정부 산하기관장으로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적극적으로 구현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 2008년 7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 pg211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을 설득의 대상으로 봤다. 이 정부는 국민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투표율 감소와 야권분열로 인한 반사이익의 덕을 많이 봤다. 그 결과 전체 유권자 대비 30.5%의 득표율로 선출된, 역사상 가장 대표성이 적은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다른 집단을 대표했던 것일까? 국익이 실은 기업이나 정권실세의 이익의 준말일 때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우리의 배반... '우리'의 리스트에 당신은 '누구'를 제외시켰나

그런데 "박수도 두 손이 마주쳐야 친다"고 정부가 국민의 기본권을 망가뜨린 데에는 '우리'의 방관과 기여가 있었다. 그뿐 아니라 우리는 순전히 우리가 가꾸는 공동체도 우리 손으로 망가뜨리기 일쑤였다.

"탈락자를 염려할 필요는 없다. 줄 선 사람들은 널렸으니 말이다" pg165

저자는 "걸그룹 산업은 한국 입시제도, 더 나아가서는 한국식 경제체제의 '연예계 축소판'"이라고 한다. 이 체제는 수많은 패자를 양상한다. 패자들의 열패감과 자신감 상실의 틈에 연예기획사가 잠입한다. 이 영악한 중년남성들 아이돌 육성법은 기업이 88만 원 세대를 다루는 법과 똑같다.

아이돌그룹은 "훨씬 어리고, 노출 정도가 심하며, 몰개성적이고, '리드보컬' 개념이 매우 약하거나 존재하지 않으며, 대규모 오디션과 '연습생' 제도에 의존한다" 연습생은 기획사가 원하는대로 몸을 만들고 기획사 지시에 철저히 따른다. 마치 88만원 세대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스펙쌓기에 몰두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보다는 잘못된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나만 잘 살아보자고 한 건 아닐까. 한국 성평등지수는 135개국 중 108위다. OECD국가 중 남녀임금차이 1위 등. 거의 모든 지표가 한국이 극심한 남성위주의 사회임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마치 세계 최강국 미국이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과장하듯 남성들은 여성의 실수를 '김여사', '○○녀'등의 이름을 붙여 확대 재생산하며 조롱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다" - 2007년 4월. 전 모 목사 - pg185

어떤 조롱은 권위의 가면을 벗기고 사회의 맨얼굴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걸 우리는 풍자라고 한다. 약자에 대한 조롱은 우리 자신의 맨얼굴만 드러낼 뿐이다. 2012년 봄, 한국 교회는 레이디가가의 공연현수막을 찢고, 공연장에서 시위를 하고, 공연취소를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교회는 레이디가가의 음악이 동성애와 자살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전혀 근거 없는 소리인데다가 오히려 레이디가가는 자선재단을 설립했고 노숙자 돕기, 아이티 지진, 일본 재난, 에이즈 예방 캠페인을 후원하며 교회의 빈자리를 대신했다.

정부와 우리의 민낯 교묘하게 닮았다

정부와 우리의 민낯은 묘하게 닮았다. 원칙 없고 강자에게는 약했고 약자에게는 강했다. 그렇게 우리는 장애인과 성적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를 '우리'에서 배제해왔다. 우리는 오히려 하급서비스 종사자, 여성을 비하하며 서로를 더욱 힘들게 해왔다. 모두 자기만 행복하자고 덤벼들었으나 아무도 행복하지 않은 사회를 만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 자신을 배반했다.

'무한 이기주의' 탓이다. 배려와 협력을 잊고 스스로 '이기적인 존재'라고 믿고 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조차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이) 다른 사람의 행복을 자신에게 꼭 필요한 요소로 삼게 된다 비록 다른 이의 행복을 지켜보는 기쁨 이외에 아무것도 얻지 못하더라도 말이다"고 적었다. 2008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은 개인적소비보다 사회적소비의 비율이 높은 사람이 더 행복하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제 못난이 대회가 끝나간다. 정권교체가 되어도 우리 자신이 '이명박 이후'의 내용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이 마흔이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내 꿈'만 아니라 '네 꿈'도 이뤄져야 '우리'가 행복하다. 한국사회의 변화를 갈망하는 우리 모두에게 권한다.


태그:#강인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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