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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치료 봉사자 서종신할아버지
 웃음치료 봉사자 서종신할아버지
ⓒ 전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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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 내가 누군가를 웃긴다는 게. 내일은 어떻게 웃길지 고민하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

강원도 춘천시의 한 동네 노인 복지회관에 가면 '웃음 바이러스'라고 불리는 이가 있다. 지난 7년간 치매환자, 독거노인, 고아 등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특별한 치료를 해온 서종신(67)할아버지가 그 주인공이다. 따뜻한 가을 햇살이 비치는 지난 11월 30일 춘천의 팔호광장 주변 한 회의실에서 서씨를 만나 봉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7년간 2만여 명에게 웃음을 전파하면서 후회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하는 할아버지의 입가에는 시종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율동을 하며 "쪼키 빠 쿵"을 반복한다. 이는 '가위바위보' 놀이와 같은 방식으로 서종신씨가 직접 노인들을 위해 만들어냈다고 한다.

서씨는 "(쪼키 빠 쿵) 이를 반복하면서는 어떠한 노래를 불러도 다 맞아 떨어진다"면서 <늴리리야> <아리랑> 등 우리나라 민요를 흥얼거리며 시범을 보였다. 또 그는 "대한민국 사람 치고 박수 치며 노래 부르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몸과 마음이 움직이다 보면 웃음치료는 저절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씨는 10년 전 공무원을 정년퇴임 한 후 사회적 약자를 돕고 싶어했다. 그는 "막상 봉사활동을 하려니 무엇이 그들에게 필요한지 모르겠더라"고 했다. 그러던 중 지인이 할아버지에게 '웃음치료'를 제안했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웃음을 통해 노인들에게 희망과 건강 등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며 치료 시작의 계기를 말했다. 이후 춘천 내에서 유일하게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딴 7명과 함께 지역지회를 설립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봉사요? 무작정 하고 싶다고 해서 모두가 반겨주지 않더라고요"라며 계속 인터뷰를 이어나간 그는 "누군가를 도울 때도 전문화된 자격증이 필요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병원이나 복지센터에서 내 서류를 보더니 바로 떨어트리더라"고 덧붙였다. 서씨는 "남을 돕기 위해 왔는데도 선별작업을 거친다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면서 "봉사하고 싶은 마음이 싹 가실 만큼 속상했다"고 설명했다.

"웃음치료,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떤 것보다 좋은 건강 운동법"

이후 서씨는 봉사를 포기할 수 없어 웃음치료와 관련된 강의, 서적을 활용해 수험생 못지않은 교육열을 보였다. 결국, 그는 6개월 만에 웃음치료사 자격증을 수료했고 1년 만에 치료봉사를 할 수 있었다. 그 후 "6년 동안 쉬지 않고 주당 4번의 치료봉사를 꾸준히 해왔다"고 말하는 서씨는 "올해부터는 치료봉사 횟수를 줄이고 지회에 있는 후배들을 위해 웃음치료와 관련된 강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었냐고 묻자 서종신씨는 "폐암 3기였던 환자가 웃음치료를 받고 난 후 의사도 놀랄 정도로 호전됐다"며 "6개월 이상을 항암치료로 버텨야 했던 한 사람이 나의 치료를 받고는 한 달 반 만에 호전됐다고 연락이 오더라"고 말했다. 그는 "병원 치료과정에서 더는 진전되지 않는 환자에게 웃음치료만큼 도움이 되는 것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웃음치료는 그냥 사람을 웃기는 일이 전부는 아니다"라면서 "치료 대상에 따라 방법도 달리해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서종신씨는 "치매 노인들에게 웃으라고 하면 웃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말하며 "율동, 노래, 장기 등을 총동원해 그들에게 맞는 웃음 코드를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또 서씨는 "웃음은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라며 "치료 대상자들이 살아온 배경을 미리 알고 그들의 삶을 생각하며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면 충분히 웃음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런 서씨를 잘 알고 있는 가족들은 그에게 큰 후원자 역할을 해준다. "'나는 할아버지 닮아서 잘 웃나 봐. 학교에서 내가 유일하게 스마일상 받았어'라고 초등생 2학년 손녀가 나에게 자랑하더라"고 말한 그는 "웃음 치료를 도전한 나에게 도움이 된 이들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고 밝혔다.

웃음치료라는 단어 넉 자에 대해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떤 것보다 좋은 건강 운동법"이라고 강조한 그는 또 "30초씩 하루에 3번만 웃어도 본인 건강은 자기가 책임질 수 있다"고 덧붙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태그:#서종신, #춘천시 웃음치료, #웃음치료, #춘천, #건강 운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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