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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이야기> 겉그림.
ⓒ 다산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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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학교에서든 심심찮게 볼 수 있는 현수막이 있습니다. 어느 대학에 누가 갔다든가 대학진학율이 몇 퍼센트라든가 어느 학생이 수석 합격을 했다든가 등의 현수막이 그것입니다. 교육이 마치 일렬로 늘어선 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여 어떻게해서든 앞줄에 서야 할 것 같고, 그래야만 사회에서 성공할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학생 개개인의 뜻과 재능보다는 학교의 명성이나 일등 학생 만들기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지금도 어딘가에는 학교와 학생의 점수와 등수를 만천하에 알리는 현수막이 있을 것입니다.

6년 동안 남편, 그리고 두 딸과 함께 핀란드 교육을 경험한 엄마가 있습니다. 그가 본 핀란드는 영재교육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나라, 1등 학생을 만드는 데 힘을 쏟는 게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창조성과 협동성을 더 소중히 여기며 모든 학생을 특성에 맞게 도우려는 나라입니다.

책 <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 이야기>는 두 딸, 남편과 함께 6년 동안 직접 듣고 보고 경험한 핀란드 교육을 체험수기처럼 기록한 핀란드교육 현장 이야기입니다. 교육의 목적도 내용도 아이 중심으로 생각하며 경쟁보다는 협력과 평등을 중요시해 '엘리트주의'를 일부러 피하는 교육을 하는 나라로 핀란드를 소개합니다.

지은이는 핀란드 교육이 아이들을 어떤 사람으로 키우는지 보여주는 한 사례를 들려줍니다. 이 사례는, 개개인의 가치를 존중하면서도 그 개개인이 건강한 공동체 사회를 이루는데 협력하도록 만드는 교육이 사회에서 어떻게 실현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책에는 핀란드 칼럼니스트인 패카 히메넌이 <파이낸셜 타임즈>에 쓴 글이 소개돼 있습니다. 그 글은 핀란드 전 총리이자 부통령을 지낸 우르호 케코넨과 히메넌의 어머니기도 한 청소부가 나눈 대화를 담고 있습니다.

그 글에서, 우르호 케코넨은 자신의 총리 집무실에 들어오다가 집무실 청소하고 있던 히메넌의 어머니이기도 한 그 청소부와 마주쳤다고 합니다. 그때 청소부가 당황하자 총리는 "죄송합니다, 제가 방해를 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처럼 열심히 일하고 가정에 충실한 분들이 계셔서 핀란드가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답니다. 총리가 말한 뜻밖의 칭찬과 격려 덕분에 그 청소부 역시 자기 일의 가치를 새삼 생각해볼 수 있었고요.

지은이 첸즈화는 어느 마을에서 열린 음악회에 참석하여 여러 학부모·선생님·음악가들을 만났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 자리에서 몇몇 사람들에게 어떻게 음악을 전공하거나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는지를 물었는데, 다들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를 몰라 대답하지 못하더랍니다. 그래서 부모님이 시켜서 했다거나 전공을 선택할 때 부모님이 도와주셨냐고 다시 물었다고 합니다. 그때 그들이 똑같이 한 말은 "제가 정했습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지은이는, 북유럽 각지에서 학교·지방자치단체·중앙정부 인사들을 만나며 주고받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합니다.

북유럽 사람들이 생각하는 교육의 목표가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아이들 각자가 인생에서 적당한 위치를 찾는 것"이라며 "아이를 중심으로 생각하면 교육이 방향을 잃을 수 없다"고 말했답니다. 의무교육의 참뜻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장 좋은 미래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답했답니다.

지은이는 자신의 큰 딸이 외할머니와 나눈 대화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대화 중 할머니가 손녀들이 타이완에 돌아왔을 때 중국어를 제대로 못할까봐 걱정하며 손녀와 같은 유치원을 다닌 아이들이 이젠 '우수'한 사람들이 됐다고 넌지시 말했답니다. 그때 딸이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인지를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자 할머니가 말한 '우수하다'는 것은 학업 성적이 좋다는 뜻이라고 설명해줬답니다. 그러자 딸은 외할머니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우수하다'의 뜻을 당당히 말했다고 합니다.

"외할머니, 공부 잘한다고 우수한 것이 아니에요. 음악 표현은 잘하나요? 무슨 운동에 소질이 있어요? 재능이나 취미는 있나요? 우수하다는 것은 공부를 잘한다는 게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 뛰어나다는 뜻이 아닌가요?"

외할머니 앞에서 당돌하고도 당찬 의견을 펼친 이 딸은 아이가 다니던 학교에서 '오리엔티어링'이라는 체육과목 수업 중 실용적이면서 활동적인 것을 배우게 됐는데, 이것은 지도보고 길 찾기였습니다.

이 수업은 곳곳에서 여러 형태의 숲을 자주 만나는 핀란드 환경을 고려한 수업이라고 하는데, 지도를 보고 현장에서 실제 방향 감각을 익히며 목표한 곳에 도착하는 수업입니다. 물론 친구들과 함께 지도를 살펴보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함께 목표점을 찾아가는 것입니다. 지은이는 야외에서 진행하는 이러한 체육교육 수업이 아이들의 체력뿐 아니라 사고력·자신감·방향 감각도 익히도록 돕는다며 초등학생 때부터 체육수업에서 여러 가지 사회적 경험을 두루 할 수 있는 뜻 깊은 수업이었다고 말합니다.

지은이 첸즈화는 자유기고가이며 타이완에서뿐 아니라 핀란드에서도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었다고 합니다. 핀란드 헬싱키 국제여성회 이사를 지내기도 했다더군요. 한국만큼이나 교육에 열정있는 타이완 부모로서 엄마의 눈으로 본 핀란드 교육은 아이와 부모  모두의 숨통을 틔워주며 행복하게 성장하도록 돕는 교육이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 첸즈화의 눈에 비친 핀란드 교육의 가치는 "선생님은 학생에게 생각할 기회를 여러 번 줘야 합니다"라느 말을 해주곤 했다는 북유럽 교육전문가들에게서 다시금 엿볼 수 있습니다.

엄마의 눈에 비친 핀란드 교육에서 경쟁은 자신과 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작 실제 수업에서 진행되는 교육은 학생들이 함께 성장하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학생들이 사회에 나가서도 그러한 공동체 의식을 갖고 살도록 돕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지은이가 엄마로서 경험한 핀란드 교육입니다.

덧붙이는 글 | <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이야기> (첸즈화 씀 | 김재원 옮김 | 다산에듀 | 2012.05. | 1만3000원)



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 이야기 - 슬픔을 이겨내는 법을 가르치는 교실

첸즈화 지음, 김재원 옮김, 다산에듀(2012)


태그:#북유럽에서 날아온 행복한 교육이야기, #핀란드교육, #첸즈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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