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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30일 오전 11시 14분]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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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대 검찰총장은 30일 오전 10시 대검 청사 15층 강당으로 들어왔다. 넓은 강당에는 주로 취재진들이 들어와 있었을 뿐, 대검 간부들은 드물었다. 혼자 연단에 오른 한 총장은 카메라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한 후 사퇴의 변을 밝혔다.

"저는 오늘 검찰총장직에서 사퇴합니다. 먼저 최근 검찰에서 부장검사 억대 뇌물사건과 피의자를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등 차마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운 사건으로 국민여러분께 크나큰 충격과 실망드린데 검찰총장으로서 고개숙여 사죄합니다."

여기까지 말한 한 총장은 연단 옆으로 한걸음 나와 다시한번 허리를 숙여 깊숙이 인사했다.

"남의 잘못을 단죄해야 할 검사의 신분을 망각하고 오히려 그 직위를 이용하여 범죄를 저지른데 대해 검찰 총수로서 어떠한 비난과 질책도 달게 받겠습니다. 저는 이제 검찰을 떠납니다. 떠나는 사람은 말이 없습니다. 검찰 개혁 비롯한 모든 현안을 후임자에게 맡기고 표표히 여러분과 작별하고자 합니다. 여러분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한 총장은 다시한번 허리 숙여 인사한 후 단상을 내려와 바로 강당을 빠져나왔다. 입장부터 사퇴발표, 퇴장까지 3분만에 모두 끝났다.

검찰개혁안 발표 안하고 '신임 묻는다' 단서도 철회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퇴를 발표하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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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한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개혁안 발표와 함께 신임을 묻기 위한 사표를 제출하기로 했으나, 물러나는 사람이 개혁안을 발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내부 반발이 이어지고 '신임을 묻는다'는 단서를 다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에 따라 개혁안 발표를 취소하고 시간을 오전 10시로 당겨 '깨끗한 사퇴'로 방향을 틀었다.

한 총장은 이날 법무부를 통해 청와대에 사표를 제출했고, 이명박 대통령은 사표를 수리하기로 했다.

사퇴 회견을 마친 한 총장은 10시 15분 대검 청사를 나왔다. 그는 사퇴 배경을 묻는 질문에 "밤새 고민했는데, 결국 사직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누를 끼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력을 많이 했는데, 막판에 조직을 추스르지 못해 누를 끼쳤다"면서 마지막까지 발표하려고 했던 개혁안에 대해 "남은 후배들이 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카메라 후레시 세례를 뒤로하고 대기하고 있던 검정색 세단을 타고 대검을 빠져나갔다.

한 총장이 사퇴함에 따라 그와 함께 사퇴 압박을 받아온 최재경 중수부장과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분간 총장 공석이 불가피하게 된 검찰은 당분간 채동욱 대검 차장이 총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의를 표명한 후 차에 타고 있다.
 한상대 검찰총장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사의를 표명한 후 차에 타고 있다.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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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검찰 반성 필요"..한상대 총장 사표 수리

(서울=안용수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검사의 뇌물수수와 성추문 등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를 밝힌 한상대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키로 했다.

이 대통령은 한 총장의 사퇴 회견에 대한 보고를 받고 "한 총장이 책임을 지고 퇴진하는 것을 계기로 삼아 검찰이 철저한 자기반성을 토대로 시대에 맞는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통령은 "그렇게 하는 것만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고 검찰 스스로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또 "검찰이 보여준 최근 일련의 사태는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게 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으로 생각한다"면서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검찰조직이 더 이상의 동요 없이 엄정한 대선 관리와 연말연시 법질서 확립 등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 총장이 사퇴함에 따라 검찰은 당분간 채동욱 대검 차장 대행체제가 될 전망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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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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