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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출산장면을 묘사한 그림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홍성담 화가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련된 또 다른 그림 '출산-1'을 공개해 논란이다. 앞서 홍 화백은 '골든타임-' 작품을 통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신격화된 이미지를 인격화하고, 유신독재의 부활을 경고하는 뜻으로 그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출산비하'' 명예훼손'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 그림은 지난 24일, 홍성담 화가의 개인 홈페이지 '홍성담의 그림창고'를 통해 '출산-1'을 공개했다. 그림은 여성의 생식기에서 '장성' 모자와 선글라스로 상징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뱀으로 은유하여 빠져나오는 모습이다. 그리고 주변에는 벚꽃잎이 뿌려져 있다.

26일 안형환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브리핑을 통해 "홍씨의 그림은 거론할 가치도 없다고 본다"며 "솔직히 홍씨의 정신상태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노이즈 마케팅을 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며 "여기에 말려들지 않겠다"고 했다. 이상일 대변인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입에 거론조차 민망한 수준"이라며 "대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관위 "후보자 비방죄 위반 소지 다분"

이 그림이 인터넷으로 확산되자,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25일부터 해당 그림을 인터넷에 게시할 경우 삭제 요청을 조치하고 있다"면서 "선관위 자체 모니터링 결과, 공직선거법 251조 후보자 비방죄를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판단해 이 같은 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홍성담 작가는 홈페이지 하루 접속제한량 문제로 볼 수 없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인터넷 카페에 '다미박스'를 개설하여 공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응하고 있다. 26일, 기자는 홍성담 작가와 전화 인터뷰를 했다.

포털사이트 카페 '다미박스' 개설하여 공개,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응

홍성담 화가
 홍성담 화가
ⓒ 홍성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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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산-1'은 왜 그렸나?
"전작 '골든타임'을 두고 '출산'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출산에 대한 개념을 분명히 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작심하고 그렸다. 앞으로 같은 주제로 힘닿는 대로 그려 공개할 생각이다. 그래서 골든타임과는 달리 작고 순발력 있는 재료로 그릴 계획이다."

-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후보를 주제로 삼은 까닭은?
"올해가 유신 40년 되는 해다. 게다가 대선도 걸려 있다. 박근혜는 유신독재의 딸이라는 데 화가 난다.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 아니라 유신독재 그 자체요 실세다. 독재자의 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연좌제니 그래선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것은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는 일이다. 유신독재의 실세와 실체가 이제 와서 대통령 후보로 나서겠다는 자체가 작가로서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주제다. 동시대 작가로서 정치적 주제는 삶의 주제다."

- 민주통합당 측과의 연관을 의심하는데?
"전혀 근거 없는 소리다. 출산 정책에 대한 대안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하는 새누리당은 출산을 비하한다고 터무니없이 헐뜯으며 정치적 의도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려 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일언반구' 없다.

문화연대 쪽도 먹고 사는 게 바쁜지, 전혀 관심이 없다. 박근혜 충성파들과 맞서 거의 혼자 싸우고 있다. 나는 문재인 표가 떨어지든, 늘어나든 전혀 상관없고 개의치 않는다. 나는 특정 정당과 계파의 이익을 위해 예술을 팔아먹는 짓은 하지 않는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서도 어떤 이권도, 그 흔한 정부 지원금 한 푼 챙긴 적 없다."

- 80년 5월, 광주항쟁 때 목판화 작업할 때와 요즘 작업할 때 심정이 어떻게 다른가?
"그때는 동지들도 함께하고 싸움의 적도 명확해서 신이 났다. 그런데 지금은 '벌거숭이 임금'님 노릇을 하고 있고, 제정신인 사람이 '정신상태 의심'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니 절망적이다.

박정희는 목숨이라도 걸고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차지했지만, 박근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여성구국봉사대와 새마음운동 총재로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면서 유신을 옹호하고 영구집권을 획책하는 데 최전선에 섰다. 누가 괴벨스를 들먹였는데 적반하장격이다. 오히려 유신체제의 핵심 권력자로서 박근혜 후보가 퍼스트레이디를 자청하면서 유신 독재를 미화하고 선전선동하는 행세를 주도했다.

유신을 겪은 사람들은 결코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잔혹한 고문과 교수형,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막고 인간의 기본권을 유린한 유신독재를 미화하고 옹호한 인물이 박근혜 후보다. 유신독재의 실세가 성역화, 신격화되고, 대통령 후보로서 콘크리트 지지율을 보이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 지난번 '출산' 그림과 이번 '출산-1' 그림은 어떻게 다른가?
"출산이 성스럽다고 하지만 예술가에게 금기될 수 없다. 예술이란 성스러운 금기를 깨고 도발하는 존재다. 그러나 지난 작품과 달리, 이번 작품은 박근혜 후보와는 무관하다. 이 번 그림은 특정 인물을 그린 것이 아니라 성스러운 출산 정국과 관련하여 유신의 망령을 간단하게 표현한 것이다.

- 역사인식이 정연하고 그림처럼 거침없다. 정치해도 잘 할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정치란 낯짝이 두꺼워야 하는 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 한 마디로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는 부당한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작가로 소통하고 싶을 뿐이다."

홍성담 작 (193 x 123. 1996) 작가가 직접 고문을 겪으면서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며 고통스러운 순간을 담은 작품
▲ 욕조, 어머니 바다의 푸른바다가 보여요 홍성담 작 (193 x 123. 1996) 작가가 직접 고문을 겪으면서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며 고통스러운 순간을 담은 작품
ⓒ 홍성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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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홍성담, #출산그림, #박근혜출산그림, #박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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