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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 e시민기자'는 한 주간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올린 시민기자 중 인상적인 사람을 찾아 짧게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인상적'이라는 게 무슨 말이냐고요? 편집부를 울리거나 웃기거나 열 받게(?) 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편집부의 뇌리에 '쏘옥' 들어오는 게 인상적인 겁니다. 꼭 기사를 잘 써야 하는 건 아닙니다. 경력이 독특하거나 열정이 있거나... 여하튼 뭐든 눈에 들면 편집부는 바로 '찜' 합니다. [편집자말]
대전에서 문화 기사를 꾸준히 쓰고 있는 국은정 기자. 더이상 서울만 쳐다보지 않고 지역의 문화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전에서 문화 기사를 꾸준히 쓰고 있는 국은정 기자. 더이상 서울만 쳐다보지 않고 지역의 문화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s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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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인디음악, 전시회, 문화공연은 서울이나 수도권의 전유물인 줄 알았다. 내로라하는 아티스트들의 공연은 서울의 무슨 체육관 아니면 무슨 홀에서 열리고 가뭄에 콩 나듯이 전국 투어 같은 걸 하곤 했으니까. 국은정 시민기자의 기사를 보기 전까진 말이다.

인디밴드들의 신작 앨범을 줄줄이 꿰고 알토란 같은 전시회 소식을 알리고... 처음에는 서울에 사는 '시크'한 사람인가 했다. 그런데 웬걸. 수도권도 아니고 대전에 산단다. 대전이라,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이 대전 출신이라는 건 아는데... 문화적인 특별한 느낌은 선뜻 와 닿지 않았다. 그곳에서 꿋꿋하게(?) 문화와 여행 기사를 쓰고 있는 국은정 시민기자를 만나봤다. ☞ 국은정 시민기자가 쓴 기사 보러가기

- 직업 소개에 예술인이라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나요?
"한국작가회의 대전충남 지회에서 시를 쓰고 있습니다. 생활에 쫓겨서 요즘엔 시 쓰기보다 소설을 구상하거나 인문 분야의 글을 읽고 비평하는 것을 즐겨하는 편입니다."

- 대전 지역의 문화 소식을 많이 전하고 계세요. 우리나라가 워낙 서울 중심이라 어려운 점이 있을 것 같아요.
"대학 시절과 사회 초년생 생활을 수도권에서 했기 때문에 다시 대전에 내려왔을 땐 그 문화적 충격이 적지 않았어요. 사람들 생활이 놀라울 만큼 단조로웠습니다. 조용한 것은 마음에 들었지만, 나중엔 무료함과 두려움으로 다가왔어요. 수도권에서 당연하게 누리던 문화들이 지역에선 어렵게 찾아야만 겨우 만날 수 있었거든요.

무엇 때문에 이렇게 중앙과 지역이 다를까 고민하게 됐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사람들이 많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만큼 더 절실하게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죠. 조금이라도 지역의 문화를 알리고 싶었고 응원하고 싶었습니다. 기사를 쓰면서 느낀 것은 언제까지나 열악한 지역의 환경 탓만 하고 있을 순 없다는 것이었어요."

- 사실 대전은 광역시라는 느낌만 있지 문화적으로 어떻다 이런 느낌이 잘 안 와요. 어떤 도시인가요?
"우스갯소리로 '대전에서 팔리는 물건은 다른 어떤 지역에서도 잘 팔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대전 사람들이 유행에 둔감하고 보수적이라는 거죠. 다른 우스갯소리 하나는 '가수나 공연자들은 다시 오고 싶지 않은 도시로 대전을 뽑는다'는 겁니다. 공연 시작을 늦출만큼 느릴 뿐만 아니라 막상 공연했을 때 그 반응이나 호응도가 여느 지역에 비해 미지근한 편이라는 거죠.

지역에서 전혀 노력이 없는 건 아니에요. 무언가 시도를 하고 활성화 시켜보고 싶은 사람들의 노력이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긴 합니다. 그러나 아직은 문화소비자들의 갈망을 채워주기에 그 인프라의 다양성과 경쟁력이 많이 부족하지요. 지역 문화에 싫증이 난 젊은 친구들은 주말에 가끔씩 서울로 '문화 투어'를 다녀오기도 하더라고요."

- 예전에 대전에서 활동하는 인디밴드 인터뷰를 올렸을 때 좀 의외였어요. 인디밴드는 서울 홍대에만 있는 줄 알고 있었거든요.
"지역에 있는 인디밴드들 역시 중앙에 대한 열망(?)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더 엄밀히 말하면 중앙에 대한 열망이라기보다는 같이 공감해 줄 향유자들(?)에 대한 열망이겠죠. 어렵게 공연을 하는데 찾아와 주고 자신의 음악에 공감해줄 사람들이 적거나 혹은 없다는 것은 지독한 고독이니까요. 그러니 음악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당연히 중앙이 지역보다 유리한 것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죠.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이나 SNS의 발달로 중앙과 지역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다는 생각도 합니다. 중앙과 지역을 넘어 이제는 세계와의 소통도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가능해졌고요. 실제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밴드들이 초청을 받거나 정기적 혹은 비정기적으로 홍대에 가서 공연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요. 아직은 미비하지만 지역 내에서도 인디 음악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부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어 반갑죠."

- 대전에 있으면 문화정보나 이런 부분에서 소외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처음 왔을 땐 정말 많은 부분에서 소외되어 있다고 느꼈어요. 그런데 요즘엔 이러한 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이전보다 훨씬 더 활발해지고 있어요. 문화연대나 시민아카데미와 같은 단체나 문화예술 월간 잡지 <토마토>, 상설 공연을 준비하고 있는 소규모 극단들, 대안 공간으로 역할하고 있는 갤러리나 아트영화관, 북까페 등등.

일례로 대흥동에 있는 문화인들이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내는 축제인 '대흥독립만세'는 지역이 가진 장점을 살리면서 서로 단절되어 있던 여러 영역들을 이어주는 기폭제가 되어주었죠. 이제는 지역의 소외를 운운할 때는 지났다고 생각해요. 대신 지금까지 닦은 기반을 어떻게 하면 더 풍성하게 가꿔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 <오마이뉴스> 편집부도 지역 소식을 홀대한다고 생각하시죠?(웃음) 
"서울 중심으로 구성된 일기예보를 보았다가 낭패를 본 적이 너무 많아서 이제는 아예 지역 일기예보를 어플로 확인하지요. 뭐 지역 일기예보라고 정확하리란 법은 없지만요. (웃음)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다보니 피치 못할 사정이라는 게 있겠죠.

<오마이뉴스>에게 바라는 것은 지역을 무조건 대접하라는 게 아니라 '무엇에 공감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을 함께 의논할 수 있었으면 한다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에 있기 때문에 무조건 그들의 이야기가 중요하다는 것도, 지역이 소외받고 있으니 우리의 이야기에만 더 귀를 기울여 달라는 것도 유아적인 발상이죠. 거꾸로 중앙에서도 지역에서도 더불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서로 얼개를 짜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아쉬운 점이라면 이런 얼개를 짜는 작업에 있어 편집부와 시민기자, 혹은 지역 편집부와의 교류가 얼마간 단절되어 있고, 이 단절은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는 거지요."

"익명의 독자원고료, 책임감이 생겼어요"

- 2003년 12월부터 기사를 쓰기 시작했어요. 어떻게 해서 <오마이뉴스>를 알게 됐나요?
"우연히 누군가에게 '누구나' 글을 쓰고 올릴 수 있는 매체가 있다는 얘길 들었어요. 처음 송고한 기사가 여행 기사였던 것 같은데, 그땐 사실 글을 올리고도 기사가 채택되었으리라곤 생각하지 못했어요. 여행기사인데 사진조차 올리는 법을 몰랐고, 솔직히 확인조차 하지 않았어요. 글을 송고한 지 몇 달이 지난 후에야 <오마이뉴스>에 올라갔다는 걸 알게 됐지요. 그리곤 '아, 신기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2010년 12월 25일 이후 한동안 기사를 쓰지 않으셨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특별하다면 '먹고 사는 데' 바빴습니다. (웃음)"

- 다시 기사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면?
"사는 데 정신없어서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을 보내지 못했어요. 저의 시간을 만들기 위해 투쟁 아닌 투쟁을 했습니다. 지금은 하던 일을 줄이고 독서와 여행, 글쓰기에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사를 쓰는 횟수가 늘어났고요. 어느 때부턴가 이름을 밝히지 않고 계속 '독자 원고료'를 보내주는 분의 응원이 있어서 힘이 되기도 하고 또 조금은 부담이 되기도 해요. 전보다 더 책임감(?) 같은 게 생겼다고 할까요." 

- 지금까지 쓴 기사 중에 가장 인상에 남는 게 있다면?
"'한국의 헬렌 켈러' 조영찬씨에 대한 기사(시청각 중복장애인)를 썼던 것이 가장 인상에 남아요. 선진국들에 비해서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이 이렇게나 뒤처져 있는 줄은 미처 몰랐거든요. 이후에 시사매거진 2580이나 EBS 교육방송이나 지역 다큐멘터리에서도 이분들의 문제가 다뤄지긴 했지만, 여전히 사람들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기엔 역부족인 듯싶어 아쉬웠어요.

얼마 전 이분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달팽이의 꿈>이 모스크바 장애인 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그 수상 때문에 잠깐 세상이 관심을 두는 것 같았지만 역시 잠깐이었죠. 여전히 세상은 이런 시청각 중복 장애인들에 대해서 무지하고 무관심한 것 같아요.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일이 역시 쉽지 않다는 걸 실감했어요. 그래도 언제든 '시작'이 있기에 '발전'도 있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사회가 정말 좋은 사회라는 믿음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예요."


태그:#국은정,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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