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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형사와 고등학생 김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화면. 김 형사는 용의자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건네며 찾아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 형사와 고등학생 김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화면. 김 형사는 용의자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건네며 찾아오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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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들 좀 넘겨라."
"찾아볼게요. 근데 요즘 따라 그런 놈들이 영 보이지가 않네요..."

부산에 사는 김아무개(16)군은 한 형사와 자주 카카오톡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그 형사는 부산 서부경찰서 강력범죄수사팀에 근무하는 김아무개 경사. 그가 김군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학장동 가서 애 하나만 데려온나" "OOO이라고 한번 찾아봐라"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 5일, 김 형사는 소위 '조건 만남'을 주선하다 도망친 중학생의 사진을 김군에게 보내며 '찾아오면 10장(10만 원)을 주겠다'는 제안도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9시 40분께 김군은 사상구의 한 대로변에서 무면허로 오토바이를 몰다 사고를 냈다. 트럭과 충돌한 김군은 현재 6개월 이상의 장기 재활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다.

지난 15일 병원에서 기자와 만난 김군의 상태는 심각했다. 앞니가 부러지고 폐와 신장 등의 내부 장기를 비롯한 신체 곳곳에 심각한 외상을 입은 상태였다. 사고 발생 후 엿새가 지났지만 김군의 눈에는 여전히 피가 고여 있었다. 의식이 돌아왔지만, 그는 사고의 충격으로 사고 순간을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김군은 "(사고 당시) 김 형사가 찾으라는 애를 찾으러 가는 중이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에게 정보원 노릇 시켜...대한민국 경찰 맞나"

지난 5일 오후 9시 40분께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고등학생 김아무개(16)씨는 폐와 신장, 치아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고등학생 김씨는 재활치료를 포함해 6개월 동안 장기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지난 5일 오후 9시 40분께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고등학생 김아무개(16)씨는 폐와 신장, 치아 등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고등학생 김씨는 재활치료를 포함해 6개월 동안 장기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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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김씨는 "이전에도 김 형사가 시키는 대로 또래 아이들을 찾아다녔고, 직접 잡아서 넘긴 적도 있다"고 증언했다. 그 대가로 김군과 김 형사는 보상금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았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당사자들의 메시지 내역에는 "아저씨(형사)가 말씀하신 돈 언제쯤이면 될 수 있을까요" "이번 달 내가 다른 거 잡은 거 준다고 했잖아"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실제로 지난 10월 김군의 어머니 명의로 개설된 통장에는 김 형사가 보낸 5만 원이 입금되기도 했다.

그런 아들을 바라보는 김군의 아버지 김아무개(54)씨는 격앙돼 있었다. 김씨는 "경찰 공무원인 형사가 미성년자인 아들에게 정보원 노릇을 시키고, 찾으면 푼돈 얼마를 주겠다고 한 것을 보면 대한민국 경찰이 맞나 싶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군은 2011년 6월 오토바이 무면허 운전 등이 문제가 돼 소년원에 들어갔다 지난 8월 말 가퇴원을 한 상태였다(현재 보호관찰 대상). 김씨는 이런 아들의 배경이 사건 발생의 결정적 원인이 됐다고 판단하고 있었다. 김씨는 "애들에게 형사의 말은 저승사자의 말과도 같은데, 비행을 선도해야 할 사람이 애를 범죄자 소굴에 빠트려 다시 (소년원에) 넣으려고 한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김 형사가 해직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서부서 책임자들은 몰랐다고 하는데 말도 안 된다, 그들까지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부서 "정상적 형사 업무"... 해당 형사 "친조카처럼 생각했다"

고등학생 김아무개씨와 김 형사 간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 김 형사는 '열장'이라는 단어를 쓰며 포상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고등학생 김아무개씨와 김 형사 간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역. 김 형사는 '열장'이라는 단어를 쓰며 포상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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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의 이 같은 반응에 부산 서부경찰서 청문감사관실은 "정상적인 형사 업무 과정이었다"며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김 형사가 김군을 정보원처럼 이용한 게 아니라 형사 생활 중에 알게 된 애들이 절도를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돈을 쥐어줬던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군이 또래 용의자들을 찾아다닌 것은 김군 스스로 "우쭐대는 마음에 한 것"이라며 "애들을 시켜서 범인을 잡아 실적을 올리는 일은 없다"고 단언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김 형사의 입장도 이와 비슷했다. 김 형사는 "김군이 나쁜 짓을 할까봐 선도하면서 친하게 지냈다"며 "찾는 아이들이 있으면 (김군이) 또래애들을 많이 아니까 사진을 보내고, 보이면 연락 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형사는 돈을 준 것에 대해 "돈이 필요하면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니까 나쁜 짓 하지 말라고 해서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김 형사는 김군을 "친조카처럼 생각했다"며 "김군이 이렇게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태그:#정보원, #경찰, #서부경찰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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