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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수사하던 현직 검사 신분의 피의자를 검찰이 중간에 인터셉트해(가로채) 수사하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논점을 정리해보자.

첫째, 이런 방식의 수사, 적법·타당한가? 둘째, 만일 타당하지 않다면 그건 무엇때문인가? 셋째, 검찰이 다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게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인터셉트 수사, 타당한가

현직 검찰간부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과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검찰이 지난 9일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특임검사로 지명된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질문받는 김수창 특임검사 현직 검찰간부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과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을 수수한 의혹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관련, 검찰이 지난 9일 특임검사를 지명해 수사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특임검사로 지명된 김수창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0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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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적법·타당성! 굳이 수사대상이 현직검사냐 아니냐를 떠나 이런 인터셉트 방식의 수사가 딱히 법에 어긋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경찰의 수사에 대하여 검찰이 지휘권을 갖도록 하는 법령이 엄연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타당성의 관점에서 과연 누가 검찰의 이 인터셉트 수사에 박수를 보낼까? 만일 검찰에서 먼저 현직 검사의 비리 혐의를 포착하였다면 검찰이 이 혐의를 다른 피의자와 전혀 다름없이 수사하고, 필요하면 구속할 수 있었을까? 아니면 검찰조직의 명예를 보전하는 차원에서 조용히 면직처분하고 끝냈을까?

검찰이 특임검사를 지명해가면서까지 이 사건 수사에 대한 드높은 의지를 천명하고 있는 것이 과연 비리척결에 대한 검찰 본연의 사명감의 소산인가, 아니면 '그깟' 경찰의 면전에 현직 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앉히기 싫다는 '조직보위' 차원의 고육책인가? 그 속내를 꼭꼭 감추고 국민들에게 미안한 척, 송구한 척 해도 모자랄 판에 특임검사는 간호사들의 집단반발(김수창 특임검사는 '검사는 의사, 경찰은 간호사'에 비유해 대한간호협회가 12일 성명을 내기도 했다)을 초래하면서까지 그 속내를 드러내보이고 말았다.

그간 90% 이상의 수사를 경찰에 맡겨둔 지난 과거는 그러면 무엇이 되는가? 그건 직무유기가 아닌가? 그 의사라는 사람들이 힘 있는자, 부자, 권력있는 자만을 수술하고 힘없고, 돈없고, 빽없는 사람들에 대한 수술은 간호사인 경찰에 맡겨두었다는 잠꼬대같은 고백인가? 그 비유조차 웃기는 일이다.

이 대목에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경찰의 지금 수사, 결코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의 검경수사권 조정국면에서의 완패, 올초 조희팔 관련 경찰의 비리 수사시 구겨진 자존심, 조희팔 사망추정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지시 등 일련의 일에서 경찰이 검찰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뿌리깊은 피해의식을 한방에 회복하고, 나아가 대선국면에서 다시 불거질 검경수사권 조정이슈에 대하여 미리 분위기를 선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경찰의 불순한 의도는 의도대로 짚고 경계하되, 지금 이 의도를 내세워 경찰의 수사를 비난하는 것에는 찬성할 수 없다. 기계적인 양시·양비론은 결국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왜곡하여 결과적으로 검찰의 논리에 놀아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검찰이 보이고 있는 행태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고, 누구에게도 통제받지 않으려는 검찰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의 적나라한 표현이다.

검찰은 도대체 왜 그럴까

두번째 논점, 그러면 검찰은 도대체 왜 그럴까? 그간 검찰이 보인 행태를 종합해 보면 검찰은 권력의 주구,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비겁한 기회주의자라는 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되었다. PD수첩, 미네르바 사건 등 황당한 사건을 기소하여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었는데도 그 검사는 승승장구하는 멘붕(멘탈붕괴) 상황을 보고 있노라면 과연 저들이 준사법기관을 자처하는 법률가 집단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또한 성검, 떡검, 그랜저 검사 등 검찰 조직의 도덕성이 다른 국가기관보다 우월한 것도 아니었는데도 검찰은 자기 조직의 체신을 훼손하는 일에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길길이 날뛴다. 매년 국가기관 청렴도에서 최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진지한 자성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 하다하다 인터셉트 수사의 신공마저 선보인다. 이 인터셉트 수사의 신공도 따지고 보면 검찰이 보여준 후안무치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한 시민이 검찰 로고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자료사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서 한 시민이 검찰 로고를 보며 지나가고 있다. (자료사진)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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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 마지막 논점, 이런 망나니같은 검찰을 어떻게 고칠 건가? 어떻게 하면 검찰을 공익의 대변자, 국민에 대한 봉사자(검찰청법 제4조)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마침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진영이 다양한 검찰개혁방안을 내놓고 있다. 그 안에 상세한 답이 있을 것이다.

요점은 두가지다. 첫째, 지금의 검찰은 너무나도 비대하다. 대검 중수부는 그 비대한 조직을 상징한다. 비대한 조직이 검찰권의 비뚤어진 특권의식을 강화시킨다. 둘째, 검찰은 도무지 통제받으려 하지 않는다. 국회가 견제하려면 국회의원들을 뒷조사하면서 족치고, 법원이 견제하려고 하면 검찰간부들이 우루루 기자회견하면서 언론플레이하고, 대통령에게는 충견을 자임하면서 아예 견제할 생각을 못하게 한다. 그러면서 임기말이 되면 현직을 제물삼아 차기 권력에게 줄서기한다. 검찰도 통제받아야 하는 국가기관이라는 상식을 확인할 때다.

이번 인터셉트 수사 사건은 새삼 검찰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었다. 문제의 원인도, 그 처방도, 환자의 상태도 다 나와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의사를 확보하여 메스를 들게 하는 것 뿐이다. 12월의 선택은 메스를 들 의사가 누가 될 것인지를 결정하게 할 것이다. 그래서도 12월의 선택은 새삼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입니다.



태그:#검경수사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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