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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 이광범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동 이광범 특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
ⓒ 조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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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땅 헐값 매입 의혹을 수사 중인 특별검사팀(이광범 특별검사)이 이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의 지난해 5월 24일 행적 추적에 바짝 고삐를 죄고 있다. 이날은 이시형씨가 큰아버지인 이상은 (주)다스 회장의 서울 구의동 집에서 현금 6억 원을 빌려갔다고 한 날이다.

특검팀은 8일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은 회장의 부인 박아무개씨에게 9일 출석하라고 공개적으로 소환 요청을 했다. 이석수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이상은 회장 부인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소환 요청을 했는데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내일은 정식으로 공개 소환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물론 참고인이기 때문에 소환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면서도 "우리로서는 반드시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1일 이상은 회장을 소환 조사한 상황에서, 특검팀이 이 회장 부인에 대해 "반드시 조사할 필요성이 있다"고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 특검보는 이시형씨의 지난해 5월 24일 행적과 관련한 질문에 "계속 살펴보고 있다"면서 "박씨 소환 부분도 그런 퍼즐과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

2011년 5월 24일, 이시형은 정말 큰아버지 집에 갔을까

이번 사건에서 이상은 회장의 부인 박씨는 이시형씨가 서울 구의동 집에서 돈을 받아가는 시점에 등장한다. 이상은 회장과 이시형씨 측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난해 5월 20일 두 사람이 경북 경주의 (주)다스 이 회장 사무실에서 6억 원에 대한 차용증을 썼고, 그날 밤 이 회장이 서울 구의동 집으로 올라와 붙박이장에서 돈을 꺼내 보자기로 싸놓고 다음 날 새벽 내려왔다.

나흘 뒤인 24일 이시형씨가 경주에서 서울로 KTX를 타고 올라와 청와대에 들러 가방 3개를 가지고 혼자 직접 차를 몰아 구의동 집으로 가서 큰어머니(박씨)로부터 그 돈을 받아갔다. 1만 원권 5억 원과 5만 원권 1억 원. 시형씨는 이 돈을 가방에 담아 곧장 청와대로 가져가 김세욱 당시 청와대 총무기획관실 행정관에게 건넸다.

그런데 이 과정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이시형씨는 이미 돈을 빌린 시점을 5월 23일(검찰에 제출한 서면진술서)이라고 했다가 24일(특검 소환조사 진술)로 수정한 바 있다. 또 차용증 작성 시점을 확인하기 위한 컴퓨터 원본 파일 제출도 청와대 측에서 거부하고 있다.

검찰에 제출한 서면진술서를 청와대 행정관이 대신 작성했다며 '5월 23일'의 신빙성을 낮추면서도, 정작 그 행정관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5월 24일 이시형씨의 KTX 결제기록과 청와대 출입기록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이 기록들은 그날 서울에 있었다는 증거는 될지언정 구의동에서 돈을 받아갔다는 증거로는 부족하다.

반면 특검팀은 무엇으로 이 해명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배척할 수 있을까? 지난 1일 특검팀의 (주)다스 서울사무소 압수수색은 이시형씨 행적과 관련이 있다. 이곳 말고도 행적과 관련해 압수수색한 곳이 더 있다. 특검팀은 이미 구의동 이상은 회장 집(아파트) 주차기록도 들여다봤다. 돈을 가져갔다는 그날 오후 이시형씨가 강남에 있었다는 지인의 증언도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다.

특검, 9일 오후 수사기간 연장 신청서 제출 방침

이석수 특검보는 "(이시형씨의 5월 24일 행적에 대해) 시간과 관련해 행적을 잘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시형씨 전화 기지국 조사도 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수사방법을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은 회장의 부인 박씨에 대한 소환 요구는 특검 수사 초기인 지난달 19일부터 있었다. 이 회장의 중국 출국으로 도피 논란이 일 당시 박씨는 남편이 귀국하면 소환에 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박씨는 이 사건에서 이시형씨가 돈을 가져간 것을 봤다는 유일한 목격자다. 그는 지난달 17일 구의동 집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있었는데 6억 원에 대해 처음 듣는 이야기인 것처럼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9일 오후 수사기간 연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이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연장을 하게 되면 내일(9일) 오후에는 아마 청와대로 연장 신청서를 보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 부인 김윤옥씨 조사에 대해 "실무적인 선에서는 계속 이야기할 수 있지만, 해외순방에서 돌아와야 최종적 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각종 사안에 대해 청와대 측이 비협조적인 만큼 수사기간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특검팀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연장신청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태그:#특검, #이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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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선임기자. 정신차리고 보니 기자 생활 20년이 훌쩍 넘었다. 언제쯤 세상이 좀 수월해질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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