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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m 산정에 정말 구름같은 인파가 모였다. 손바닥만한 땅에 발디딜 틈 하나 없다. 사람들 뒤는 수백m 절벽이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수능일의 팔공산 '갓바위 부처' 앞 풍경이다. '대한민국 교육'과 '한국사회'의 성격을 한 마디로 상징해주는 수능일 갓바위 풍경은 보는 이에 따라 착잡한 안타까움을 일으키는 광경이기도 하다.
▲ 산꼭대기에 웬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850m 산정에 정말 구름같은 인파가 모였다. 손바닥만한 땅에 발디딜 틈 하나 없다. 사람들 뒤는 수백m 절벽이다. 이 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까? 수능일의 팔공산 '갓바위 부처' 앞 풍경이다. '대한민국 교육'과 '한국사회'의 성격을 한 마디로 상징해주는 수능일 갓바위 풍경은 보는 이에 따라 착잡한 안타까움을 일으키는 광경이기도 하다.
ⓒ 정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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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부처' 앞에 운집한 사람들이 석불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뒤에서는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없어 1/3가량 앞으로 다가서서 촬영했다.
 '갓바위 부처' 앞에 운집한 사람들이 석불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뒤에서는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없어 1/3가량 앞으로 다가서서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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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부처'는 팔공산 중 관봉 꼭대기에 있다. 석불 앞, 교실 한 칸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좁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평한 뜰에 1천 명은 될 듯 여겨지는 사람들이 정말 구름처럼 운집하여 기도를 올리고 있다. 왼쪽 사진은 정면, 오른쪽 사진은 우측에서 본 모습이다.
 '갓바위 부처'는 팔공산 중 관봉 꼭대기에 있다. 석불 앞, 교실 한 칸 정도밖에 안 될 정도로 좁기는 하지만 그래도 평평한 뜰에 1천 명은 될 듯 여겨지는 사람들이 정말 구름처럼 운집하여 기도를 올리고 있다. 왼쪽 사진은 정면, 오른쪽 사진은 우측에서 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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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풍경 앞에서 전율을 느낀다. 그것도 명승이나 역사유적이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 때 유난히 장사진을 이루는 '사람의 풍경' 앞에서다. '우리 아이 수능시험에서 대박나게 해달라'고, 전국 방방골골에서 모여든 학부모들이 해발 850m 산꼭대기까지 걸어서 올라와서는 석불을 향해 연신 절을 올린다.

사람들이 흔히 '갓바위'라 줄여 부르는 팔공산의 '관봉 석조여래좌상'은 세계에 단 하나뿐인 '산정(山頂) 갓 쓴' 석불이다. '갓바위 부처'는 보물 431호로, 통일신라 시대인 9세기 작품이다. 바위를 깎아 만든 이 석불은 좌대를 포함하면 5.6m, 자체만 치면 4.15m의 높이 자랑하는 대불이다. 머리에 쓴 갓돌도 두께 15cm에 지름 1m80cm의 거석이다.

갓바위로 오르는 길 입구에 경산시가 세워둔 안내판에 '한 가지 소원은 쪽 이루어주는 경산 갓바위'라 쓰여 있다. 물론 이 안내판은 경산시 와촌면에서 오르는 길 들머리 도로변에 세워져 있다. 이 길은 대구에서 오르는 길에 비해 경사가 완만하고 시간도 짧게 걸리기 때문에 노인과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 작합하다.
▲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주는 갓바위로 오르는 길 입구에 경산시가 세워둔 안내판에 '한 가지 소원은 쪽 이루어주는 경산 갓바위'라 쓰여 있다. 물론 이 안내판은 경산시 와촌면에서 오르는 길 들머리 도로변에 세워져 있다. 이 길은 대구에서 오르는 길에 비해 경사가 완만하고 시간도 짧게 걸리기 때문에 노인과 어린 아이들에게는 더 작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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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와촌면 쪽에서 갓바위로 올라본다. 도로변에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루어주는 경산 갓바위, 보물 제 431호,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이라는 거대한 입간판이 허공에 매달려 있는 삼거리에서 산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달린다.

입간판은 갓바위가 '경산의 것'이라는 사실을 유난히 강조하고 있다. 대구에서 올라가는 등산로도 있지만, 갓바위 자체의 주소가 경상북도 경산시 와촌면 대한리 산44번지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경산시로서야 세계적 관광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을 법한 보물을 성의껏 챙기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갓바위 올라가는 길목에는 '합격엿'을 팔고 있다. "오늘만 이렇게 합격엿을 파느냐?"고 묻자 아주머니가 재미있는 대답을 해 왔다. "오늘은 특별히 많이 진열해 놓았지만 보통 날에도 합격엿 팔지요. 우리나라에 시험이 얼마나 많은데요."
 갓바위 올라가는 길목에는 '합격엿'을 팔고 있다. "오늘만 이렇게 합격엿을 파느냐?"고 묻자 아주머니가 재미있는 대답을 해 왔다. "오늘은 특별히 많이 진열해 놓았지만 보통 날에도 합격엿 팔지요. 우리나라에 시험이 얼마나 많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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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를 관리하는 선본사 아래에 일주문이 서 있다. 일주문에서 왼쪽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면 바로 등산로가 시작된다. 아니나 다를까, 과연 갓바위는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주는가 보다. '합격엿'을 파는 노점이 등산로에서 '학부모'들을 기다리고 있다. 손님도 아니면서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말을 건네본다.

"이 합격엿은 오늘만 팝니까?"

아주머니의 대답이 '재미'있다.

"오늘은 암만해도 좀 많이 내놨지요. 보통 날도 팔아요. 어디 우리나라에 시험이 좀 많습니까? 학교 다니는 아이들도 이런저런 시험, 대학 졸업해도 취직 못해 될 때까지 시험…"

갓바위까지는 사람따라 다르겠지만 대략 20여 분 걸린다. 시간도 그리 많이 소요되지 않지만, 길도 평탄한 편인데다 가파른 곳은 모두 널찍한 계단이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남녀노소 누구나 오를 수 있다.

아직 갓바위까지는 100m 남짓 남았는데도 벌써 사람들이 엎드려 절을 하고 있는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삼성각 앞이다. 갓바위에 당도한 뒤에도 한없이 절을 올릴 터인데 예서부터 신심(信心)이 솟구친 모양이다. 삼성각 지붕 위로 갓바위 부처가 있는 관봉 산정이 보인다.

'갓바위 부처' 바로 아래에 있는 삼성각 앞에서도 사람들은 절을 하고 있다.
 '갓바위 부처' 바로 아래에 있는 삼성각 앞에서도 사람들은 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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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바위 부처'를 100m 정도 앞둔 삼성각 경내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삼성각을 바라보며 기도도 하지만, 그보다는 점심을 주기 때문에 저렇게 줄이 길다고 보면 될 듯하다.
 '갓바위 부처'를 100m 정도 앞둔 삼성각 경내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삼성각을 바라보며 기도도 하지만, 그보다는 점심을 주기 때문에 저렇게 줄이 길다고 보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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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산정, 인파에 짓눌려 갓바위 앞으로 갈 수가 없다. 석불 앞의 교실 한 칸 남짓해 보이는 뜰에 1000명도 넘을 성싶은 사람들이 정말 콩나물 시루처럼 들어차 있다. 모두들 방석 같은 것을 깔고 앉아서 108배를 하는 등 절을 하고 기도를 올리고 있기 때문에 그들 사이를 함부로 지나갈 수도 없다.

산 아래에서 예까지 올라오는 데 20여 분 걸렸는데, 5m 앞 석불까지 다가서는 데에는 그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모되었다. 그래도 어쩔 것인가. 사람들 사진도 찍어야 하고, 부처님도 촬영해야 한다. 기도를 올릴 일은 없지만, 사진 한 장도 안 찍고 그냥 하산해서야 '갓바위 부처'께도 그렇고, 이 많은 기도객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수능 대박' 기도를 들어주는 신도 있을까?

그건 그렇고, 과연 부처님은 이들의 기도를 들어줄까? 사찰만이 아니라 천주교의 성당에도 개신교의 교회에도 '수능 기도' 현수막은 드물지 않게 걸려 있지만, 어느 신인들 '수능 대박 기도'를 들어주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부정 입시' 아닌가.

방법은 없다. 아니, 단 한 가지 있다. 우리 사회가 '대학 입시 결과에 따라 생애의 상당 부분이 결정되는 천박한 국격'을 뛰어넘는 수밖에 없다. 그런 날이 오면 이곳 갓바위를 찾는 사람들의 '소원'도 지금보다는 좀 더 '아름다운 내용'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나저나 오늘까지는 '수능일에 볼 수 있는 대한민국 최고의 풍경'이 이곳 갓바위에 있다. 물론 그 함의가 부정적인 게 마음에 불편하기는 하지만.

인파 때문에 (사람 안 나오는) 깨끗한 갓바위 전경은 도저히 찍을 수가 없다.
▲ 갓바위 전경 인파 때문에 (사람 안 나오는) 깨끗한 갓바위 전경은 도저히 찍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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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본사의 한 보살님이 '갓바위 부처' 앞에 진설된 제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 가까이 다가가서 본 '갓바위 부처' 선본사의 한 보살님이 '갓바위 부처' 앞에 진설된 제물들을 보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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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수능, #갓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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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한인애국단><의열단><대한광복회><딸아, 울지 마라><백령도> 등과 역사기행서 <전국 임진왜란 유적 답사여행 총서(전 10권)>, <대구 독립운동유적 100곳 답사여행(2019 대구시 선정 '올해의 책')>, <삼국사기로 떠나는 경주여행>,<김유신과 떠나는 삼국여행> 등을 저술했고, 대구시 교육위원, 중고교 교사와 대학강사로 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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