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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88원세대, 아프니까 청춘이다, 20대를 위한 OOO, 30대를 위한 OOO 등등등. 몇해 전부터 청춘을 위로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것은 그나마 좀 낭만적이었다던 과거의 청춘들의 삶과는 다른, 숨쉬기 조차 쉽지 않은 팍팍한 요즘 청춘들의 삶이 어느 정도 투영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런 서로의 삶을 위로하고, 또 함께 희망을 만들어보자고 몇몇 청춘들이 모여 '청년플러스'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우리 모였는데 이제 뭐할까?? 서로 머리를 맞대며 고민하던 중 '우리를 만나러 가자'에 뜻을 모았다.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부터, 저 멀리 있는 사람들까지 '청춘'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또 다른 우리를 만나러 가보자고.

'청춘, 청춘에게 말을 걸다'는 그렇게 시작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어김없이, 우린 만나서 서로를 이해하고, 또 위로하고, 또 함께 한발 내딛기로 하였다.

이번주 심층인터뷰의 주인공은 우리와 제일 가까운 사람이다. 청년플러스 모임의 계기가 된 안산청년아카데미를 함께 준비했고, 그래서 흔쾌히 인터뷰 요청을 승낙해 준 김송미(27)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현재 병원 원무과에서 일하고 있다.

인터뷰는 청년플러스에서 제일 늙은, 그래서 청춘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의 집에서 진행되었다. 지난 1일 세평 남짓한, 그나마 앉을 데도 별로 없는 방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수다스런 인터뷰를 시작했다.

"치료비 몇십 원 부족한 중국 환자 만나기도"

첫번째 인터뷰의 주인공 김송미씨
 첫번째 인터뷰의 주인공 김송미씨
ⓒ 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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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하고 왔어?
"병원 근무가 끝나고 난 뒤에 친절교육이 있었어요. 직원들과, 고객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강사가 KTX 여승무원이었던 분이었는데, 예전에 정리해고 당하고 복직요구하면서 싸우다가 웃음치료를 통해 많은 경험을 해서 강연을 많이 다니신다고 해요.
그 다음엔 비정규직 센터에서 상담을 좀 받고 왔어요. 지금 병원이 호봉제에서 연봉제로 전환하면서 연봉협상하는 과정에 있거든요. 알아야할 게 많은 거 같아서 좀 배우고 왔죠. 병원내 취업규칙에 대해서 상담도 하고요."

- 원래 임금 협상할 때 이런 거 알아보고 갔었어?
"아뇨. 부당한 일을 많이 겪어서 이번엔 좀 제대로 알아봐야겠다 싶었죠. 평소에 관심 없던 문제였는데 이제야 알려고 하니까 이것도 어려운 일이네요."

- 직장생활한 지는 얼마나 됐지?
"약 5년? 대학 졸업하자마자, 22살 때 부터 일했어요."

- 병원에는 어떻게 취직하게 된거야?
"대학에서 보건행정학을 전공했어요. 이걸 전공하면 대부분 일하는 곳이 병원이나 보험회사예요."

- 병원에서 일하니 어때.
"예전엔 '병원'이라고 하면 막연하게 비영리를 추구할 것이라고 생각했죠. 가난한 사람들 치료해주고… 그런데 그런 곳이 아닌 걸 알게 됐죠. 철저히 영리를 추구하는 곳임을 깨닫고는 회의감을 많이 느꼈어요."

- 그 회의감을 어떻게 극복했어?
"극복한 게 아니라 그냥 인정해 버리게 되었어요. 예전에 중국인 환자가 병원에 왔었는데, 치료비가 모자란 거예요. 그것도 몇 십원? 아주 적은 돈이 모자랐는데 저는 철저히 병원의 입장에 서서 그 돈을 다 받아야만 했어요. 그런 부분에서 회의감을 많이 느꼈죠. 지금은 그런 상황에서도 자연스럽게 돈을 받아내는 사람이 됐고요.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절단동의서라는 것을 환자랑 보호자들한테 받는 업무도 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게 설명하기도 힘들고 너무 무서웠어요. 인체의 일부분을 절단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거잖아요. 근데 이제는 그것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어요. 한번은 어떤 보호자가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냐'고 하더라고요. 이런 일이 일상이 되어버렸어요."

- 병원에서 일하면서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은 어떤거야?
"월급이 가장 그렇죠. 당직에 의해서 월급이 좌우되는 느낌이랄까. 기본적인 월급이 있고, 당직 수당이 추가적으로 들어오는 것이어야 하는데, 되려 당직을 서야 월급을 제대로 받은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아요. 그리고 또 하나는 제가 하는 일이 반복적인 일이라서 발전가능성이 없는 것 같아요."

- 그런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
"처음엔 퇴근하고 집에 가서 그냥 잤어요. 먹고 울고 자고. 먹고 울고 자고. 아침에 일어나면 병원이 너무 싫었어요. 그러다가 한 번 그만뒀죠. 다른 곳에서 일했는데 거기는 더 열악한 거예요. 그러고 나서는 지금 이 일에 만족하게 됐어요."

- 상대적으로 만족스럽게 된 거네. 씁쓸하다.
"욕심이라는 게 시간이 지나다 보니 잊혀지게 되나봐요. 그리고 현실에 익숙해지게 되고요."

- 가장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임금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뭐라고 생각해?
"우선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것이 부당한 건지 알아야 하잖아요. 뜻이 맞는 사람이 있다면 같이 공부하고 부당한 것들을 시정해달라고 요구해야 하는데…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내가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 일을 하면서 채울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 그런 건 어떻게 해?
"2년제 대학을 나와서 4년제 사람들에게 많이 치였어요. 그래서 방통대도 다녔고 주말이 너무 무료해서 봉사활동을 해볼까 하고 통일마당에 있는 봉사동아리에 가입했어요. 중국어도 배워봤고요. 업무 외 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대로 활용하려고 노력은 했죠."

무언가를 해보고 싶지만, 아직 행동하기가 두려워요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청년플러스 멤버인 박슬기, 임희영, 그리고 인터뷰 주인공 김송미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청년플러스 멤버인 박슬기, 임희영, 그리고 인터뷰 주인공 김송미
ⓒ 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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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후에도 엄청 바쁘겠네(웃음) 개인적으로 즐겨하는 것들은 뭐야?
"봉사활동이요."

- 오! 봉사!!!! 재밌어?
"재밌죠. 처음에는 내가 보람을 얻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마음이 많이 바뀌었어요. 주러갔다가 받아서 온다는 말 있잖아요? 봉사활동하면서 거기서 배우고 얻는 게 너무 많으니까요. 책임감이 많이 생겼어요."

- 봉사활동을 22살 때부터 했지? 5년이나 했다니 오래했다.
"저도 제 자신이 대단해요. 그걸 계기로 청년아카데미라는 강연행사도 하고 몰래산타라는 크리스마스 봉사활동도 하고. 내가 주도적인 역할들을 하면서 한층 더 성장하게 되었어요."

- 그런 활동들을 통해 느낀 것은?
"그런 영향이 쌓여서 좀 더 적극적으로 살게 된 것 같아요. 아까 말했던 연봉협상을 앞두고 주도적으로 비정규직센터에서 상담도 받아보고요. 무언가를 해보려고 시도하게 되었죠. 하지만 아직 행동하기가 두렵긴 해요. 이제 27살인데, 막 그만 둘 수 없는 나이잖아요. 저는 여기가 첫 직장이고, 오랫동안 일해 왔기 때문에 정이 있어요. 그래서 제가 노력한 부분이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 직장이 좋은 방향으로 변하면 좋겠죠. 다른 일을 구하는 거나 여기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거나 힘들긴 매한가지일 거 같아요. 둘 다 어려운 일이니까요."

- 대선이 얼마 안 남았으니 대선 얘기 좀 해볼까.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청년아카데미를 통해 조~금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정치는 나랑 되게 멀다고만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정치가 일상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모든 게 정치와 관계되지 않은 게 없어요."

- 예를 들면?
"정치를 통해서 최저임금이 결정되잖아요. 나의 직장 생활에 엄청 영향을 주는 문제죠."

- 20살 때 부터 지금까지 투표권이 있었을 텐데, 꾸준히 투표했어?
"네."

- 첫 투표의 기억은 어때?
"허무함? 어떤 투표인지 기억은 안 나는데 뭔가 첫 투표라는 로망이 있었는데 종이 한 장에 도장 찍는 걸로 금방 끝나버려서 왠지 실망했었어요. 근데 그 종이 한 장 찍는 걸로 세상이 바뀌니까 그게 또 신기하다. 그러고 보니 초등학교 때 전교회장 뽑을 때도 그런 식으로 투표를 했으니까, 어렸을 적부터 꾸준히 투표를 했네요.(웃음)"

- 이번 대선투표도 당연히 하겠네. 어떤 기대감이 있어?
"변화를 눈에 보이게 해주는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 직접 변화를 느끼게 해줬으면 좋겠어요."

- 마지막으로 20대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자. 아프니까 청춘이다 등등 요즘 20대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지?
"아프지 않고 청춘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정말 좋겠죠."

- 청춘이어서 아픈 걸까?
"그런 것보단… 다들 짊어져야 할 것들이 많으니까."

- 같은 20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 있어?
"많이 배웠으면 좋겠어요. 요즘 제가 보건직 공무원을 하려고 생각하는데,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해서 그런 결정을 내렸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어요. 안정만을 바라면서 하루하루 사는 것보다는 불안하더라도 많은 것에 참여하고 경험하고 배우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거죠. 가치관이 정말 중요하잖아요? 가치관을 세울 수 있는 그런 일들 말예요."

김송미씨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이 났다. 항상 만나서 하하호호 떠들며 이야기하던 친구인데도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어서 다시 찬찬히 그의 얘기를 들어보니 또한 새롭다. 그렇게 우리는 성공적인 첫 인터뷰를 마치고 두 번째, 세 번째 인터뷰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헤어졌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청년플러스 팀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청년플러스, #청년아카데미, #2030, #청춘, #88만원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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