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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대선도 야구처럼 되면 좋을 텐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한 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농담 중에 이번 대선을 프로야구에 비유하기도 했다. 정규리그에서 우승해 한국시리즈 결승전에 먼저 안착한 삼성 라이온즈가 자기 당의 박근혜 대선 후보이고, 치열한 준결승전을 벌였던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각각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라는 것이다.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 과정을 본격화하고 여기서 단일화 후보로 결정된 이가 박근혜 후보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대선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와 구도면에서 유사성이 있다.

한국시리즈 논리는 공식 브리핑에서도 등장했다.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7일 브리핑에서 3자 TV토론을 요구하는 야권 후보들의 요구를 일축하는 데에 한국시리즈 논리를 동원했다. 안 대변인은 "프로야구로 비유한다면, 코리안 시리즈는 두 팀이 경기를 한다. 이제 갓 준결승에 올라온 두 팀이 결승전에 올라 온 팀하고 같이 경기를 하자고 한다면 이야말로 억지"라면서 "(박근혜 후보가 이유도 없이 TV토론을 거부하는 것처럼 흑색선전을 해온 데 대해) 민주당 측과 안철수 후보 측의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2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이주영 특보단장, 이정현 공보단장 등 참석자들이 "내꿈을 이루는 대통령, 국민대통합, 국민통합, 대통령은 박근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김무성 총괄선거대책본부장, 이주영 특보단장, 이정현 공보단장 등 참석자들이 "내꿈을 이루는 대통령, 국민대통합, 국민통합, 대통령은 박근혜"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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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사람들이 요즘 입고 다니는 단체복도 빨간 몸통에 소매가 하얀 야구점퍼다. '선대위가 전반적으로 젊어보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지만, 어쨌든 중앙선대위 구성원들이 당사에 모여 회의하는 모양은 영락없는 '새누리 야구단'이다.

앞서 언급한 당직자의 '대선도 야구처럼'이란 말 속에는 결승전에 선착한 삼성 라이온즈가 우승한 것처럼 박 후보가 최종승리자가 될 것을 희망하는 바람이 강하게 녹아있다. 또, 박 후보의 정치적 고향이 우승자 삼성 라이온즈의 연고지와 같은 대구라는 점도 작용하고 있다.

박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1위 후보라는 점과 삼성 라이온즈가 정규리그 우승자로서 절대강자였다는 점도 유사하다. 박근혜 후보를 위해 선거판에서 뛰거나 지지하는 이라면 절대강자 삼성과 박 후보의 유사성에서 '대선도 야구처럼'이라는 희망을 품어봄 직하다.

롯데선수가 SK유니폼 입고 롯데팬이 SK 응원할 야권단일화

그러나 '비유'의 허점은 비유물과 비유대상의 핵심 속성이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에 있다. 단일화 한 야권후보와 박근혜 후보가 맞붙게 되는 대선의 양상이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와 구도가 비슷할진 몰라도, 핵심 속성 차이로 '대선도 야구처럼'은 성립하기 어렵다.

한국시리즈처럼 정규리그 뒤 열리는 토너먼트 경기는 원래부터 정규리그 1등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2·3·4위팀이 격전을 벌이는 동안 1등과 나머지는 체력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게 된다. 그러나 대선판은 아니다. 박 후보는 이미 과거사 인식 논란으로 타격을 입었고, 중도층으로 표를 확장하는데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정치쇄신안 등에 대한 이견차를 보이면서 단일화 주도권 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두 후보측 모두 주된 공세의 표적은 박근혜 후보였다. '투표시간 연장'과 '3자 TV토론' 요구에 양 후보가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 대표적인 예다.

결정적인 차이는, 단일화를 거치면서 후보는 한 사람만 남을지 몰라도 탈락 후보 쪽 조직과 일꾼들은 떨어져 나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치 준결승에서 SK 와이번스에 패배한 롯데 자이언츠 선수들이 SK 와이번스에 합류, 두 팀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들이 삼성 라이온즈에 맞서는 격이랄까.

단일화 뒤 일 대 일 여야 대결을 전제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는 결과도 마찬가지다. 각 후보 지지자들도 일부를 제외하고는 원래 지지한 후보가 아니더라도 단일화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이다. 마치 롯데팬들이 한국시리즈 결승전에서 SK 와이번스 응원단에 합류할 태세를 갖춘 것 같은 모양새다.

라이온즈는 절대강자지만, 박근혜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에 승리하면서 우승한 삼성 선수들이 류중일 감독을 축하해주고 있다.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K에 승리하면서 우승한 삼성 선수들이 류중일 감독을 축하해주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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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는 절대강자의 면모를 보이면서 몇 번의 큰 실책에도 여유 있게 우승했지만, 박근혜 후보는 1위임에도 절대강자의 면모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단일화 후보 대 박근혜 여론조사 대결에서 지는 결과가 많고, 이기더라도 오차 내 접전이다. 단일화를 뛰어넘는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지도 못하다. 

절대강자가 아니라면 막연히 '2·3위 후보가 1위 후보를 꺾기 위한 밀실야합'이라고 단일화를 깎아내리는 데에만 급급하거나 'TV토론은 단일화 뒤에 하겠다'는 소극적인 태도를 취할 게 아니라 개척하지 못한 표밭을 향해 공격적인 행보를 펼칠 필요가 있다. 당 대표를 관두고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게 된 홍준표 후보가 지난 6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 다음의 말을, 박 후보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야당이 하나가 돼서 단일대오를 형성하게 되면 우리 대선 굉장히 어려워질 겁니다. 그래서 지금 아직 시간이 많기 때문에 밋밋한 대선이 아니고 열전으로 몰고 가야 됩니다. 열전으로. 밋밋한 대선으로 몰고 가서는 우리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고 뭔가 열전으로 몰고 갈 우리가 화두를 선점해서 야당과 붙을 만한 그런 그 파격적인 대책을 강구를 해야 할 시점입니다."


태그:#박근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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