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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역사의 무게에 눌린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1948년생입니다.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의 영욕의 역사, 64년을 함께 해온 산 증인입니다.

저는 군사독재가 얼마나 국민의 일상을 유린하는지도 체험했고, 정제되지 못한 민주적 이상이 저지른 시행착오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봤습니다. 청년학생 시절 이래 세상에 대한 관심을 키워왔고, 학생의 장래를 안내하는 선생이 되어서는 자라나는 세대를 통해 제가 원하는 세상을 이루어 나가리라는 꿈을 지니고 살았습니다.

권력과 자본이 이 세상을 과연 살만한 세상으로 만드는가,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대학인의 역할을 자임했지만 역대 어느 정권과도 일정한 거리를 두었습니다. 역대 그 어떤 정권의 창출에도 직접, 간접으로 기여하지 않았으며, 모든 정권에 대해 비판의 말과 글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특정 정당의 일에 관여한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것이 건전한 지성을 연마하고 강론하는 대학인의 책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원칙을 깨고 직접 나선 이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대책회의에 새로운정치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된 안경환 서울대 교수와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5일 오전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대책회의에 새로운정치위원회 위원장으로 영입된 안경환 서울대 교수와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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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평생을 지켜온 그 원칙을 깨고 제가 이 자리에 직접 나선 것은 실로 절박한 역사에 대한 책임의식 때문입니다. 저는 오는 12월 19일 대한민국 국민이 치를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은 우리 역사의 치욕적인 후퇴로 생각하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작은 힘을 보태고자 나섰습니다.

저는 국정의 이념과 철학이 극명하게 대조되는 두 정부 아래서 대한민국 인권의 수장으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국제사회에서 인권의 적으로 비난받는 모습에 더 없이 실망했습니다. 강자의 이익을 앞장서서 챙겨주는 반면 약한 자, 외로운 자의 아픔을 외면하는 비인간적인 정책에 분노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우리 사회를 재산을 기준으로 분열을 가속시킨 비민주적인 정부라고 판단합니다. 이러한 양상은 이명박 대통령 개인의 차원을 넘어 한나라당, 새누리당의 기본적 입장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정권의 교체를 간절히 원합니다.

저는 대학에 몸담고 있으면서 날로 높아가는 청년학생들의 절망과 분노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듣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명박 정부를 한마디로 실패한 정부로 규정짓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땅히 정권을 인수받아야 할 민주통합당 또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민주주의의 선봉장으로서의 역할로 국민의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통합'이라는 당명이 부끄러울 정도로 분열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민주통합당의 안타까운 현상을 보고 저는 시민의 이름으로 경고하고, 국민의 이름으로 역사의 책무를 주문하고 명령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현대 민주헌정에서 정당은 특별한 지위를 누립니다. 그래서 헌법은 정당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듯 헌법이 보호하는 정당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때는 국민은 외면하기 마련입니다. 18대 대통령 선거에 나서기 위해 민주통합당은 치열한 경선을 통해 대통령후보를 확정했습니다. 맞서 싸워야할 거대한 골리앗, 새누리당의 후보는 일찌감치 전열을 가다듬고 일사불란하게 국민의 마음속으로 다가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깥에 비친 민주통합당의 모습은 사분오열, 지리멸렬, 그 자체입니다. 함께 경선을 치른 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127명의 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민은 잘 알지 못합니다. 행여 당의 후보가 어떻게 되건 수수방관하며 당 후보의 승리보다 자신의 입지만을 생각하며 정치적 계산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왜 타도해야 할 대상이 되었나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5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 참석, 야권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단독 회동을 제안한 뒤 시민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5일 오후 광주 북구 전남대에서 열린 초청 강연에 참석, 야권후보 단일화를 논의하기 위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단독 회동을 제안한 뒤 시민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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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후보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뿐입니다. 안으로는 당의 결속된 힘을 극대화하고, 바깥으로는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끌어들이는 것뿐입니다. 민주통합당은 대한민국 64년 헌정의 역사에서 민주주의의 수호와 증진을 이끌어 온 정통의 정당입니다. 그런데도 왜 많은 국민이 무소속 후보의 등장에 환호하고 열광적인 성원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까? 더더구나 그 분을 지지하는 국민의 절대다수가 청년층이라는 사실은 무엇을 말해주는 것입니까?

그들의 주장은 곧바로 새 시대의 주인의 요구입니다. 우리는 뼈저린 반성의 자세와 함께 과감한 정치개혁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그에 상응하는 가시적인 조치를 통해 새 세대 주권자들의 요구에 따라야 할 것입니다.

왜 무소속 후보와 그분을 지지하는 청년시민들이 '새누리당과 민주당을 함께 타도해야 할 구체제 ('양샹 레짐')로 폄하하는지, 우리는 진심으로 반성해야 할 것입니다. 정당의 보호 밖에 서 있는 후보에게 엄연한 실체의 무게가 실려 있는 데도 불구하고 단지 기존의 정당정치 체제 속으로 들어오라고만 주문하는 오만함을 불식해야 할 것입니다.

젊은 국민은 민주통합당에 대해서도 실망하고, 분노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왜 우리나라의 정당정치 그 자체를 냉소하게 되었는지, 이에 대한 성의 있는 성찰과 통절한 반성이 아쉽습니다. 그분들의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시대정신, 신기운을 흡입하여 과감한 당내개혁을 이루어야만 합니다.

지난 4월 11일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기회를 잃어버린 것도 민주통합당의 뼈아픈 실패입니다. 모든 여건과 기류가 우호적이었던 4월총선에서도 구태의연한 정치작태와 분열을 거듭하다 절호의 기회를 일실하고 입법부를 힘없이 내준 민주당입니다. 이제 그에 더하여 행정권마저 내주게 되면 이 나라는 또다시 5년간의 암흑기에 들어갑니다. 18대 대통령선거, 이 선거만은 반드시 이겨야 합니다. 그것은 여러분에게 주어진 역사적 소명입니다. 시대의 소명을 다하지 못한 정치인에게는 역사의 오명과 낙인이 남을 뿐입니다.

여러분,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힘을 모읍시다.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위해 우리 개개인이 이익과 내려놓고 함께 매진합시다. 반드시 야권 후보의 단일화를 이루어 내고, 행정권의 교체라는 최종승리를 얻어냅시다. 국민의 이름으로.

덧붙이는 글 | 필자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캠프의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5일 새로운 정치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되면서 쓴 글입니다.



태그:#문재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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