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영화 <울지마 톤즈> 포스터
 영화 <울지마 톤즈> 포스터
ⓒ KBS

관련사진보기

지난 5월, 무심코 재생한 영화 <울지마 톤즈>는 내 인생의 방향을 바꿨다. 개봉 당시에는 '시시할 것 같다'는 생각에 보지 않았지만, 평점이 좋다는 말에 뒤늦게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머리가 띵한 게 누군가에게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그와 동시에 흐르는 눈물과 콧물을 닦아내기 정신이 없었다. 그건 아마도 그동안 '봉사'를 하찮게 생각해온 나 자신에 대한 깊은 반성의 눈물이었을 것이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 봉사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더 많은 눈물이 흘렀다. 나 살기에 바빠서 세상에 너무 무심하게 지내온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당장 봉사활동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인터넷으로 이곳저곳 알아봤다. 그런데 막상 혼자 봉사활동을 가려니 용기가 나지 않았다. 평소 소심한 성격 탓도 있지만 처음 시도하는 봉사활동이기에 가서 어쩔 줄 모르고 덤벙대다가 주변의 봉사자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함께 봉사활동을 다닐 친구를 찾아보기도 했지만 막상 시간을 쪼개 봉사를 하려는 친구는 많지 않았다. 그렇게 나의 야심 찬 첫 봉사활동 시도는 실천에 옮겨지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그러던 중에 한 기업에서 대학생봉사단 '해피예스 4기'를 뽑는다는 공고를 보게 됐다. '바로 이거야!' 하는 생각에 냉큼 지원했다. 전국 각지의 대학생들이 모여 조직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게 지원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됐다. 봉사활동에 '봉'자도 모르는 나였지만, 내 또래와 함께라면 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알아챘는지 나는 1차 전형을 통과했다. 당시 수업을 가던 길에 서류가 통과했다는 문제메시지를 받고서는 너무 기뻐서 그 자리에서 펄쩍펄쩍 뛰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하고 싶었던 봉사활동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느낌을 잃지 않고 2차 면접도 잘 봐서 대학생봉사단 해피예스에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아이들의 한마디 "선생님"... 피로가 싹 가셨다

송해초등학교 학생들과 미술수업을 끝낸 후, 함께 찍은 사진
▲ 내 생에 첫 봉사활동, 송해초등학교에서 송해초등학교 학생들과 미술수업을 끝낸 후, 함께 찍은 사진
ⓒ 강경민

관련사진보기


그렇게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인천 강화군 송해면부터 충남 당진까지 참 많은 곳을 돌아다녔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당진이나 포항으로 봉사활동을 갈 때면 거의 밤을 새다 시피하고 봉사활동지로 가야만 했다. 그렇기에 피곤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봉사하느라 고생이 많다"는 격려를 들으면 피곤함도 이내 눈 녹듯 사라지곤 했다.

모든 봉사활동이 뜻 깊었고, 평생 못 잊을 추억이지만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아무래도 '첫' 봉사활동이 아닌가 싶다. 시골에 있어서 문화적 혜택을 많이 누리지 못하는 강화군 송해 초등학교에 찾아가 학교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또 일일교사로 활약하는 게 봉사자들의 주요 임무였다.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완성했던 송해초등학교 담벼락을 완성한 후 사진을 찍었다.
▲ 해피예스 봉사단원이 완성한 담벼락 앞에서 아이들과 함께 손잡고 완성했던 송해초등학교 담벼락을 완성한 후 사진을 찍었다.
ⓒ 강경민

관련사진보기


생에 처음으로 하는 봉사활동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이 떨리고 설렜다. 그만큼 잘 해내고 싶은 마음도 컸다. 황량한 회색의 학교 담벼락에 알록달록 색을 입힌 벽화를 완성시키고 일일교사로 영어수업·미술수업 등을 하고, 또 밤에는 아이들을 위한 문화공연도 하고 나니 이내 아이들과 많이 친해져 있었다.

처음에는 잘 다가오지도 않고 웃어주지도 않던 아이들이 하나둘 내 곁으로 다가와 "언니" "선생님"이라고 불렀을 때 정말 뿌듯하고 기뻤다. 봉사활동을 통해 다른 이의 마음을 얻은 것 같아서 기분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또 '아, 이 맛에 봉사활동을 하는구나'라는 큰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봉사? 두려워하지 마세요

해피예스 단원들과 송해초등학교에서 모든 봉사를 마친 후에 찍은 사진
▲ 봉사캠프 단체사진 해피예스 단원들과 송해초등학교에서 모든 봉사를 마친 후에 찍은 사진
ⓒ 강경민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나는 그토록 하고 싶던 봉사활동의 첫 막을 올릴 수 있었고 지난 2일에도 아산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아직은 봉사에 입문한 지 5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얻은 것이 정말 많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눴을 뿐인데, 내가 더 가득 채워지고 삶이 건강해지는 그런 느낌이다. 때문에 지금 하고 있는 대학생 봉사단 활동이 끝난 후에도 지역 봉사단체를 찾아가 계속 봉사활동을 할 계획이다.

만약, 처음의 내가 그랬듯 아직 '봉사'에 무관심하다면 한 번쯤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자. 지금, 그곳에서, 당신만이 할 수 있는 봉사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처음에는 두렵고 막막할 수도 있지만 한 명, 두 명 적절한 방법을 찾아서 봉사를 시작한다면 온 세상이 따뜻해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태그:#봉사활동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