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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시 성적인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갈등이 생겨 관계의 유지가 어렵게 됩니다.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20대 여성과 남성 956명을 대상으로 데이트 상황에서 성적의사소통을 어떻게 경험하고 있는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세 차례에 걸쳐 그 결과를 보여주고 독자들과 함께 고민함으로써 보다 원활한 성적의사소통이 가능한 문화를 만들고자 합니다...<기자말>

날 못 믿어?

 영화 <연애의 목적> 중 한장면.
ⓒ CJ 엔터테인먼트

성적의사소통을 주제로 대학에서 강의를 마치고 나면 개인적인 상담을 청해오는 경우가 있다. '애인이 성관계를 하자고 조르지만, 아직은 하고 싶지 않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 '성관계를 거부하면 애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서 그런 것 아니냐고 말한다. 결국 싸우게 된다'고 고민을 털어놓는다.

나의 성 욕구가 상대방과 일치하지 않을 때 그것을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믿지 못한다는 등의 관계부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성교육과 성적의사소통문화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연애관계에서 성관계에 대한 다른 욕구는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문제이고 성적욕구는 일치할 때보다 불일치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나의 성 욕구에 대해 누군가와 이야기한다는 것, 혹은 파트너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한국사회에서 그리 자연스럽게 상상되지 않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성관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성 욕구를 들여다보고 인지하고 전달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다면 성관계에 대한 걱정거리를 해소하지 못한 채 성관계를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국 즐거운 섹스와는 점 점 멀어지게 된다.

성관계를 하기 전 가장 큰 걱정거리는?

▲ 섹스를 앞둔 상황에서 당신의 걱정거리는 무엇입니까? 20대 이성애 데이트 관계에서 성적의사소통 경험에 관한 조사, 2012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20대의 남성과 여성에게 성관계를 앞둔 상황에서 갖게 되는 걱정거리를 물었을 때 전체 응답자의 61%가 '임신 가능성'이라고 답했다. 이런 임신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피임을 어떻게 제안하고 어떤 방법의 피임을 선택할 것인지, 그 책임에 대한 논의까지의 일련의 과정을 포함한 의사소통이 필요하다. 그리고 실천이 잘 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피임을 제안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약 91%(20대 이성애 데이트 관계에서 성적의사소통 경험에 관한 조사- 여성/남성 956명 대상, 2012년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먼저 제안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성별을 막론하고 대다수의 응답자가 피임을 제안할 수 있다는 응답을 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확실히 전에 비해 피임의 중요성에 관한 인식이 확산되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피임에 대한 잘못된 지식으로 피임실천을 하는 사례가 제법 존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소위 '질 외 사정'이나 여성의 '월경주기'를 피임방법으로 여전히 알고 있는 경우다. 피임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로 피임을 하지 않거나 못하는 상황도 많았다.

피임을 안 하거나 못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갑작스레 섹스를 하게 돼서'가 47%로 가장 높았다. 갑작스럽게 성관계를 하는 과정에서 임신 등 걱정거리에 대해 파트너와 충분한 논의와 판단 과정 그리고 실천을 생략하게 되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예측하지 않았던 책임을 감당해야 하기때문에 위험부담이 높아진다.

▲ 피임을 안하거나 못하고 섹스한 경우가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20대 이성애 데이트 관계에서 성적의사소통 경험에 관한 조사, 2012
ⓒ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피임이 꼭 필요한 이유

피임을 안 하거나 못하게 되는 두번째 이유는 전체의 22%로 '성적 쾌감이 떨어져서'이다. 성적인 쾌감 추구가 임신 가능성에 대한 염려보다 강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콘돔을 피임방법으로 사용하는 경우 성적 쾌감이 떨어진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쾌감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고안된 콘돔을 사용하거나 다른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관계는 성적 쾌감과 함께 임신의 가능성을 늘 수반하고 있다. 따라서 피임을 하지 않은 성관계 후 임신에 대한 불안감은 다음 성관계시 성적 쾌감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진정한 성적 쾌감을 위해서는 '임신'이라는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훨씬 나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두자.

성관계에 대한 걱정을 해소하고 즐겁게 성관계를 즐기려면, 충분히 고려할 시간을 갖지 않은 상황에서는 섹스를 선택하지 않는 게 좋다. 그러나 그러한 의지가 성 욕구를 넘어서지 못하는 상황이 염려된다면, 최소한 평소 피임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두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상황에서의 섹스를 선택한 이후 닥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결과와 대응책을 미리 예상해보는 것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덧붙이는 글 | 정하경주씨는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fc.womenlink.or.kr) 활동가 입니다.



태그:#성적의사소통 , #임신, #피임, #성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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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우회는 1987년 태어나 세상의 색깔들이 다채롭다는 것, 사람들의 생각들이 다양하다는 것, 그 사실이 만들어내는 두근두근한 가능성을 안고, 차별 없이! 평등하게! 공존하는! 세상을 향해 걸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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