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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총대선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2010년 KBS1 TV 아침마당에 출연한 신세돈 숙대 경제학부 교수.
 2010년 KBS1 TV 아침마당에 출연한 신세돈 숙대 경제학부 교수.
ⓒ KBS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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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낮아지면 낮아질수록 씀씀이가 어떻게 돼? 헤퍼지잖아. 그러니까 환율이 내려가면 얼마 안 있어 헤퍼지고 나라가 망하는 거죠. (중략) 다행히 재작년에 전설과 같은 인물이 등장하셨죠? 이름하여 강만수 장관이시라고. 들어오시자마자 어떻게 했죠. 올렸죠. 1400원으로 올렸죠.(중략) 환율이 올라가도 물가가 올라가는 것은 그렇게 큰 비중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감내할 수 있었죠. 환율이 10% 올라가면 수출이 잘되고 중소기업도 잘되고 모든 것이 잘되기 때문에 우리한테는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 그런 얘기죠."

( KBS1TV 아침마당 2010.02.11 -재테크 성공을 위해 꼭 알아야 할 경제신호동, 신세돈 교수 강연 발췌)

강만수 전 장관을 전설과 같은 인물로 표현했던, 환율이 낮아지면 국민들의 씀씀이가 헤퍼지고, 환율이 올라야면 모든 것이 잘 된다는 주장을 펼쳤던 강사. 2007년 경선 당시부터 박근혜 후보를 도왔고, 이번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회 힘찬경제추진단 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숙명여대 신세돈 교수 이야기다.

환율이 내려가면 씀씀이가 헤퍼진다?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 이하로 떨어지면서 경제지와 보수 언론은 연일 '수출에 직격탄' '기업 비상' '환율 전쟁'이라는 거친 표현을 동원하며 정부의 개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최근까지만 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대외건전성이 양호해서 섣부른 개입을 하지 않겠다던 정부도 지난 10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라디오 연설에서 "환율이 낮아져 수출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라는 지적이 있은 직후 예정에도 없던 비상대책회의까지 열며 대책을 논의했다고 전해진다.

이 논란을 보면서 2009년 고환율의 악몽을 다시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 947원이었던 환율을 1년여 만에 1276원으로 35%를 끌어 올린 강만수 사단의 고환율 정책. 2009년 세계적인 경기불황에도 삼성을 위시한 수출기업들은 사상 최대의 실적으로 돈방석에 앉은 대신 자영업자들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중소기업은 키코의 폐해로 도산이 속출했다. 물가는 폭등했고 서민들은 주머니는 날마다 고환율에 도둑을 맞았다. 

<고환율 음모>의 저자 송기균 경제연구소장의 주장에 따르면 2009년 한해만 해도 고환율 정책으로 기업이 누린 이익은 77조원, 똑같은 금액만큼 국민과 정부는 손실을 부담했다고 한다. 국민들이 직접 입은 손실액만 63조원에 이르며 MB 정부 출범 이후 3년간 우리 국민은 174조원을 고환율에 따른 부담으로 감당해야 했다. 이 돈은 대기업의 사상 최대 흑자 행진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환율이란 돈의 상대적 가치이다. 때문에 누군가 고환율로 이익을 보았으면 그만큼 손해 보는 쪽이 생기는 것이 외환 시장의 이치다.  대기업이 수출로 달러를 벌어 들여와 우리나라 외환시장에서 높은 가격의 원화로 바꾸었다면, 수입 원자재, 곡물, 원유 등 수입품은 높은 가격의 원화를 주고 달러로 바꾸어 결제를 해야하는 부담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비싸게 수입된 유류, 곡물, 수입원자재 등으로 인해 기름값이 오르고 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했던 것은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이 빚어낸 필연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다시 송기균 소장의 주장을 인용해보자. 2009년 매달 30만원을 유류비로 지출한 저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초기 인위적인 고환율 정책을 펴기 전 환율 947원으로 계산한다면 한달 지출이 22만원이면 됐다. 그러나 1276원(2009년 평균 환율)으로 오른 환율 때문에 한달 8만원 1년 96만원 유류비를 더 지출하게 됐다. 이런 방식을 적용해 식품, 의류, 교육, 외식비까지 계산한다면 이명박 정부 2년만에 4인 가족 기준 1000만원 넘는 금액을 고스란히 고환율 비용으로 내준 셈이 된다.(<환율지식이 돈이다>,<고환율의 음모> 참조, 21세기북스. 송기균)

고환율에 대기업은 돈벼락, 서민들은 쪽박

2007년 900원대로 떨어졌던 환율을 끌어 오리려는 강만수 사단의 노력은 눈물겨웠다. 스스로를 환율 주권론자로 칭했던 강 장관은 "환율을 시장에 온전히 맡기는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라며 취임일성을 시작으로 임기 내내 고환율 정책을 유도했다. 새로운 정부의 경제 수장의 이러한 발언과 경제 관료들의 적극적인 환율 개입은 금방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 2009년까지 5개월 이상 1400원대로 환율이 올랐고, 급기야 2009년 3월 2일에는 1570원까지 폭등했다.

이런 고환율 정책으로 돈을 벌어들인 것은 수출 대기업과 환차익을 노린 외국 투기 세력들이었다. 환율이 오를 거라는 메시지가 계속 흘러나왔으니, 투기 세력의 준동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2009년 삼성전자는 사상최대의 실적을 달성했고 2010년까지 순이익이 호황기였던 2006년과 2007년에 비해서도 2배나 증가했다. 삼성전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수출 대기업은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사상 최대의 흑자 행진을 계속할 수 있었다.이를 과연 기업의 경쟁력만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2012년, 민심이반이 극에 달하자 정부는 신년벽두부터 성장보다는 안정의 기조를 내세우며 물가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정부의 누르기식 물가 정책이 많은 부작용이 있었음에도 최근 물가 폭등세가 둔화된 것은 그나마 고집해오던 고환율 기조가 꺾인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1570원대까지 올라갔던 환율이 비하면 지금의 환율은 크게 떨어졌다고 할 수 있지만 이명박 집권 초기 947원의 환율에 비하면 여전히 높은 편이다. 양날의 칼로 표현되는 환율, 정부의 의도보다는 시장 흐름에 맡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환율이 낮아져 수출에도 어려운 점이 있다"는 대통령 발언은 그래서 위험해 보인다. 최고 통치권자의 환율 발언은 자칫 외부 투기 세력에게 정부가 나서서 환율을 올릴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로 전달될 수 있다. 1달러에 1570원의 고환율, 투기 세력이나 수출 대기업은 환호를 질렀을 테지만 서민들은 하루 하루가 지옥이었다. 임기 채 6개월도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가 또 한번 수출 대기업에게 고환율의 선물 보따리를 안겨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환율에 대한 정부 개입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환율 주권론자, 이제 그만 보고 싶다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을 입안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747은 캐치프레이즈겸 새정부의 비전이었다. 비전이란 것은 자기 능력의 120% 이상 달성했을 때 목표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부자감세 논란에 대해서도 강 전 장관은 "세율 감세가 아니라 경감정책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의 747 공약을 입안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747은 캐치프레이즈겸 새정부의 비전이었다. 비전이란 것은 자기 능력의 120% 이상 달성했을 때 목표라고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부자감세 논란에 대해서도 강 전 장관은 "세율 감세가 아니라 경감정책이었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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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내리면 수출이 안 되고 나라가 망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신세돈 교수 같은 지식인조차도 그런 경제관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상당수의 경제 관료들 역시 고환율 정책을 신봉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의 인위적인 고환율정책으로 인한 폐해는 서민들의 피눈물을 요구했다. 지금까지 고환율 정책에 힘입어 흑자 행진을 구가했던 대기업들, 제대로 된 정부와 지식이라면 절망에 빠진 서민들을 위해 조금 힘이 들더라도 어려움을 나눠 갖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여기저기에서 경제 민주화를 이야기하지만,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한쪽으로 치우친 부의 균형잡힌 재분배다. 부의 재분배보다 역분배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가중시켰던 이명박 정권의 환율 정책과 강만수 장관의 등장을 전설로 이야기하던 신세돈 교수 같은 이가 새누리당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 관련 정책을 주도하는 현실은 경제 민주화의 속내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환율 주권론자 강만수 사단의 출현은 한번이면 족하다.


태그:#환율, #신세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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