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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에 대한 국회 정보위 국정감사가 어제(29일) 열렸습니다. 혹시 KBS·MBC를 통해 관련 뉴스를 접하신 분들이 있다면 다른 매체의 보도(<오마이뉴스>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겨레> 등)를 검색해 보시길 권합니다. 두 방송사는 29일 <뉴스9>와 <뉴스데스크>에서 철저히 '왜곡보도'를 했기 때문입니다.

KBS·MBC는 원세훈 국정원장의 발언을 '왜곡한' 것은 물론이고 국정감사가 20분 정회된 이유, 기자브리핑을 여야가 따로 진행한 배경, NLL에 대한 국정원장의 이중적 성격 인정 등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헤드라인으로 보도하면서 알맹이는 쏙 뺀 채 'NLL 논란'을 정치권 공방으로 보도하고 있는 겁니다. 이건 명백한 '왜곡보도'이자 새누리당에 유리한 편파 리포트입니다.

정상회담 참석자 발언 공식 확인해준 원세훈 국정원장

2012년 10월30일자 한겨레 8면
▲ 한겨레 2012년 10월30일자 한겨레 8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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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29일) 국정원 국정감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비밀·단독 회담 녹취록과 관련한 원세훈 국정원장의 발언입니다. 원 국정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이에 비밀·단독 회담은 없었으며, 북한에서 전달한 관련 녹취록도 없다"고 공식적으로 확인했습니다. 또 '녹취록이 있느냐'는 질문에 원 원장은 "(우리가) 녹취한 것을 풀어 쓴 것은 있고 그것을 대화록으로 보존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니까 '비밀·단독 회담은 없었고, 북한에서 전달한 관련 녹취록도 없다, 다만 우리 쪽에서 녹취한 것을 풀어 쓴 것은 있고 그것을 대화록으로 보존한다' 이렇게 정리가 되는 겁니다.

원 국정원장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세 가지 사실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참여정부 인사들(이재정 전 통일부장관, 김만복 전 국정원장,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이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온 내용입니다. 별로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당시 정상회담 참석자들의 발언을 현 국정원장이 공식적으로 확인해줬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는 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KBS·MBC는 이런 핵심적인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엉뚱한 소리만 합니다. 게다가 마치 '비밀 녹취록'이 존재하는 듯한 뉘앙스마저 풍기는 리포트를 내보냅니다. 국정원장이 공식적으로 분명히 확인을 해줬는데 KBS·MBC는 '모호하게' 리포트를 처리해 시청자들이 '오해하기' 쉽도록 만듭니다. 편파·왜곡보도의 전형입니다.

명확한 국정원장의 답변... 모호하게 전달하는 KBS·MBC

2012년 10월29일 KBS <뉴스9>
▲ KBS 2012년 10월29일 KBS <뉴스9>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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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정원장이 이 정도로 확인을 해줬으면 보도의 초점은 '비밀 녹취록 있다고 주장한 정문헌 의원 결국 거짓으로 드러나', '당시 정상회담 참석자들 발언, 국정원장이 공식 확인', '국정원장, 비밀 녹취록 없다 공식 확인' 이렇게 가는 게 상식적입니다. 그런데 KBS와 MBC는 어떻게 보도했는지 한 번 보시죠. 왜곡보도의 수위도 문제지만 보도 수준도 참 '저질'입니다. 이들이 과연 언론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이 존재한다고 확인하면서 새누리당이 NLL 총공세에 나섰습니다. 야권은 맞대응을 자제하면서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역공을 취했습니다. (앵커멘트) 원세훈 국정원장은 비공개 국정감사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은 있지만 남북관계에 지장을 줄 수 있어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해석은 제각각이었습니다."(기자 리포트) (10월 29일 KBS <뉴스9>, <대화록 확인… 대선 공방 가열>)

원 원장이 확인해준 정상회담 대화록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도 문제지만 헤드라인 뉴스의 앵커 멘트로 "국가정보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의 대화록이 존재한다고 확인하면서 새누리당이 NLL 총공세에 나섰다"는 것을 뽑은 건 정말 가관입니다. 마치 새누리당이 주장해온 대화록을 국정원이 확인해줬고 그래서 새누리당이 총공세에 나서는 것처럼 보도하는 꼴이기 때문입니다.

2012년 10월29일 MBC <뉴스데스크>
▲ MBC 2012년 10월29일 MBC <뉴스데스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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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역시 KBS의 보도태도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 논란이 됐던 '비밀 단독회담'과 '비밀 녹취록' 등이 없는 것으로 국정원 쪽에서 공식적으로 밝혔고, 여기에 여야가 이견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을(<오마이뉴스> 보도) 정도면 여기에 무게중심을 두는 게 온당할 텐데 이 소식을 헤드라인으로 보도한 MBC는 엉뚱한 데 초점을 맞춥니다.

"대선 이슈로 떠오른 '노무현 김정일 정상회담 대화록'이 국가정보원에 있다고 국정원장이 밝혔습니다. (줄임) 원세훈 국가정보원장은 이에 대해 '국정원에 있다. 다만, 남북관계에 지장을 줄 수 있어, 공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10월 29일 MBC <뉴스데스크>, <"대화록 있다… 공개는 불가">)

이건 편파보도가 아니라 왜곡보도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오늘자(30일) <중앙일보>처럼 <원세훈 "남측이 녹취한 정상회담록 있다">(3면)고 명확히 회담록에 대한 성격 규정을 해주면 끝나는 사안인데 KBS와 MBC는 이렇게 보도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부실한 내용의 리포트가 헤드라인 뉴스로 나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입니다.

총체적 부실 및 왜곡보도의 전형 보여준 KBS·MBC

KBS·MBC의 이날 국정원 국정감사는 리포트는 이 외에도 상당히 문제가 많습니다. '부실·왜곡보도'의 총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인데요, 위에서 잠깐 언급을 했지만 국정감사가 20분 정회된 이유, 기자브리핑을 여야가 따로 진행한 배경, NLL에 대한 국정원장의 이중적 성격 인정 등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습니다. 다른 매체가 보도한 내용을 직접 보시면 KBS·MBC의 리포트가 얼마나 한심하고 부실한지를 금방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오마이뉴스 2012년 10월29일자 화면캡처
▲ 오마이뉴스 오마이뉴스 2012년 10월29일자 화면캡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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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정감사는 여야 국회 정보위원들만 참석한 채 비공개로 진행됐다. 그 내용은 감사 종료 이후 여야가 공동브리핑 할 예정이었으나, 윤성현 새누리당 간사가 감사 도중 일부 언론과 접촉해 '국정원에 대화록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취소됐다. 이로 인해 국정감사가 20여 분 정회됐고, 기자 브리핑도 여야가 따로 진행해 발언이 엇갈리기도 했다.(<오마이뉴스> 10월 29일 <국정원장도 안 된다는데, 누설한 정문헌은 뭔가>)

원 원장은 정상회담 대화록에서 논란이 된 북방한계선 문제와 관련해서는 '헌법적 기준으로 보면 북방한계선은 영토선이 아니며, 압록강과 두만강이 영토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남북의 특수관계상 실질적 영토선으로 볼 수도 있지 않으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해 북방한계선에 이중적 성격이 있음을 인정했다.(<한겨레> 10월 30일자 8면 <국정원장 노-김 정상회담 대화록, 여야 합의해도 공개 안 돼>)

중앙일보 2012년 10월30일자 3면
▲ 중앙일보 중앙일보 2012년 10월30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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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30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것처럼 "원래 여야 간사와 국정원, 3자가 합의한 것만 발표하게 돼 있는데", 새누리당 쪽에서 일부 언론에 내용을 흘리는 반칙을 하면서 정회 소동이 일어나고, 여야가 따로 브리핑을 하고 혼선이 빚어진 겁니다.

그런데 KBS·MBC는 이런 내용들을 싹 무시한 채 "(국정원장 발언에 대한 여야의) 해석은 제각각이었습니다"(KBS) "공개 여부를 놓고 여야간 다른 해석을 내리고 있습니다"(MBC)와 같은 엉뚱한 소리만 해대고 있습니다.

'조중동'마저 큰 비중을 두지 않을 정도로 새누리당에 불리한 내용의 국정원장의 발언을, 이렇게 왜곡보도까지 하면서 헤드라인으로 올리는 KBS·MBC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들의 시선이 향하고 있는 곳은 국민이 아니라 청와대나 박근혜 캠프가 아닐까요. 도무지 알 수 없는 KBS·MBC의 리포트를 보면서 문득 든 생각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



태그:#NLL, #원세훈, #국정원,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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