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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 내 진심 카페에서 열린 투표시간연장국민행동 출범식에 참석, 대선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국회에 선거법 개정과 유권자들이 투표시간 연장운동에 참여해 줄 것을 독려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 내 진심 카페에서 열린 투표시간연장국민행동 출범식에 참석, 대선 투표시간 연장을 위해 국회에 선거법 개정과 유권자들이 투표시간 연장운동에 참여해 줄 것을 독려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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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안철수 후보는 '투표시간 연장 국민행동'을 출범시키며 '투표시간 연장'을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을 요구했다. 안 후보는 "국민은 21세기인데 선거시간은 1970년대에 멈춰 있다"며 "투표시간 연장은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등을 위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주장했다. 안 후보 측은 이를 위해 '투표시간 연장 국민입법 청원운동'을 제시했다.

투표시간 연장 논의는 지난 9월부터 시민사회·노동단체가 꾸준히 제기해왔던 사안이다. 지난 9월 18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투표시간 연장 내용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된 직후 다음 아고라 등에서 청원운동이 시작됐다. 또, 민주노총도 대선후보들에게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보내기도 했다.

이어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은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국민선언'을 발표했다. 지난 9일에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100여 명의 국민청구인단과 함께 투표시간 연장을 요청하는 헌법소원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낸 바 있다.

앞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측도 지난 3일 '투표시간 연장특별본부'를 구성했다. 그리고 10월 15일부터는 '대선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1인 시위를 진행하면서 '투표시간, 오후 9시까지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투표시간 연장은 '참정권'의 문제

야권 및 시민사회에서 '투표시간 연장'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는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등 현재 제한된 투표시간 안에 투표를 할 수 없는 사람들의 '참정권' 문제 때문이다. 한국정치학회가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투표에 왜 참여하지 않았는가'를 조사한 결과 64.1%가 '투표 참여가 불가능했다'며 '고용계약상 근무시간 중 외출이 불가능해 투표를 못했다'고 답한 바 있다. 투표시간 연장 찬성을 주장하는 이들은 '투표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근무시간이 끝난 이후까지 투표를 할 수 있는 여지를 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투표시간 연장을 두고 '정치적 주장'이라고 힐난하며 '투표일은 공휴일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 '당일 투표가 어려우면 부재자 투표를 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투표는 성의의 문제'라고 주장하며 되레 투표를 못 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나 자영업자를 탓하고 있다.

이렇듯 시민사회의 요구가 거세지고, 문재인·안철수 후보 등 야권 대선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나, 조중동은 이를 제대로 보도하고 하지 않고 있다는 평이다.

<조선일보>, 단 한 줄로 '투표시간 연장' 이슈 보도

<조선일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언급한 단 한 건의 사진기사
 <조선일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언급한 단 한 건의 사진기사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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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8일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투표시간 연장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새누리당의 반대로 무산된 후 29일까지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시민사회의 움직임 등 투표시간 연장에 관련된 보도를 11~13건 내놨다. 그러나 조중동은 모두 5건 미만이었으며, 그마저도 투표시간 연장을 '야권지지층인 젊은 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정략적 시도'라고 한정짓거나 여야 공방으로 다루는 보도에 그쳤다.

특히 <조선일보>는 투표시간 연장 의제를 철저히 외면한 것으로 분석된다. <조선일보>는 29일이 돼서야 단 한 건의 사진 기사를 내놨다. 이 사진 기사의 제목은 <안 "투표시간 2시간 연장" 입법 청원>이었지만, 사진은 안 후보가 점자 책 읽기 체험을 하고 있는 모습을 담았다. <조선일보>는 사진 설명에 "안 후보가 점자책을 읽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안 후보는 이날 '선거과정이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며 '(대선 등의 투표시간을) 2시간만이라도 연장하면 더 많은 분이 자신의 선택을 통해 미래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덧붙인 게 전부였다.

<대선 임박해 '투표시간 헌소'로 헌재 시험하는 민변>(동아·사설, 10월 11일)
<안 "에잇, 투표 좀 합시다"... 문도 "오후 9시까지">(동아·4면, 10월 29일)

<동아일보>는 지난 11일 사설 <대선 임박해 '투표시간 헌소'로 헌재 시험하는 민변>에서 민변의 헌법소원을 '정치 공세'라고 비난했다. "헌재가 민변의 헌소를 서둘러 진행해 설혹 인용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국회에서 선거법을 개정하고 선거의 실무준비를 하자면 올해 안에 힘들다"는 것이 이유였다. 사설에는 "우리나라는 투표일을 임시 공휴일로 정해 일요일을 이용해 투표하는 프랑스와 독일보다도 더 큰 편의를 국민에게 제공하고 있다"며 "투표시간 연장은 인적 물적 비용의 증가나 투표관리의 효율도 함께 고려해서 판단해야 한다"는 등 부정적인 입장이 담겨 있었다.

<안 "에잇, 투표 좀 합시다"... 문도 "오후 9시까지">라는 제목의 <동아일보> 기사는 "문·안 캠프는 투표시간을 연장하면 20, 30대 투표율이 올라가 자신들에게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투표시간 연장 주장은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고 규정했다. 비정규직 등 투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의 문제는 주목하지 않았다.

<"대선 투표시간 연장하자" 문재인·안철수 합동작전>(중앙·6면, 10월 29일)

<중앙일보>는 29일 6면 <"대선 투표시간 연장하자" 문재인·안철수 합동작전>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주장했다"며 "두 후보가 나란히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이어 "새누리당 박 후보는 '그 문제는 여야가 잘 상의해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했다"며 "새누리당이 법 개정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친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 매체는 "양측의 이런 상반된 입장은 투표시간 연장을 통해 투표소를 찾을 유권자 상당수가 야권 지지 성향이라는 가정에서 비롯한다"며 "선거가 초박빙세를 보이는 것도 양측이 접전을 못찾는 이유"라고 해석했다.

"투표율 상승 두려운 후보, 민주주의 말할 자격이 없다"

주요일간지, '투표시간 연장' 관련 보도
 주요일간지, '투표시간 연장' 관련 보도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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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넘게 저녁 6시까지만 투표... "수백만명 참정권 박탈">(한겨레·1면, 9월 28일)
<투표 못하는 유권자 가슴에 대못 박는 새누리>(한겨레·사설, 10월 4일)

<한겨레>는 지난 9월 28일 '투표시간 연장'을 4면 전면으로 다루면서 여야의 입장 차이뿐만 아니라 투표시간이 오후 6시로 제한돼 투표하지 못하는 다양한 직종(축산업계·택배·고속도록 휴게소·중소병원) 노동자들의 상황을 전했다.

또 이 매체는 같은 날 1면 <40년 넘게 저녁 6시까지만 투표... "수백만명 참정권 박탈"> 기사를 통해 "민주노총과 참여연대·청년유니온·청년노동광장 등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이 투표시간 연장을 촉구하는 국민선언을 발표했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담았다.

<한겨레>는 지난 4일 사설 <투표 못하는 유권자 가슴에 대못 박는 새누리>를 통해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을 무산시킨 새누리당의 태도가 점입가경"이라며 "그동안 사회적 비용이 더 든다거나 선거를 앞두고 룰을 바꾸면 혼란만 야기한다 따위의 방어적 논리를 앞세우더니 이젠 '투표는 시간이 아니라 성의의 문제'라고 유권자를 직접 겨냥했다"고 평했다. 이 매체는 이어 "1일 2교대 근무자, 격일 전일 근무자 등 주권 행사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을 태만한 자로 꾸짖은 셈"이라고 비판했다.

이 사설에는 "투표시간 연장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부분적인 보안책일 수 있다"며 "(보통·평등선거와 민주주의를 위해) 국가가 앞장서 투표 방해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투표할 시간 달라" 요구 외면 말아야>(경향·사설, 9월 29일)
<박 후보, '투표시간 연장' 언제까지 침묵할 텐가>(경향·사설, 10월 29일)

<경향신문>은 지난 9월 29일 사설 <새누리당 "투표할 시간 달라" 요구 외면 말아야>를 통해 시민사회단체들이 '투표시간 연장' 국민선언을 발표한 것을 두고 "이것은 각종 선거의 투표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져 대표성·정당성 시비를 낳는 현실을 개선하려는 의지의 발로"라고 평가했다. 이어 새누리당이 투표시간 연장 반대를 고집하고 있는 이유를 "투표시간 문제를 참정권 확대보다는 선거결과의 유불리라는 시각에서 접근한 탓"이라며 "이번 대선부터 투표시간을 연장해 더 많은 유권자가 투표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향신문>은 29일 사설 <박 후보, '투표시간 연장' 언제까지 침묵할 텐가>에서도 새누리당의 부정적인 태도와 박 후보의 침묵을 지적하며 "젊은층의 투표율이 올라가면 안 된다는 논리"라며 "박 후보가 '100%의 대한민국'을 외치는 상황에서 앞뒤가 맞는 얘기냐"고 되물었다. <경향신문>은 "지금껏 방치하다 이제야 카드를 빼든 야당의 책임도 가볍지 않다, 정략적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한 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투표율 상승을, 특히 젊은이와 비정규직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투표율 상승을 두려워하는 정당과 후보는 정치 혁신과 민주주의 발전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언련 홈페이지(www.ccdm.or.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조중동, #투표시간, #모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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