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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새 신문'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친새 신문'은 '친새누리당 신문'의 줄임말인데 보통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를 지칭합니다. '친새 신문'의 특징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위기에 처했을 때 국면전환을 위해 선제적 대응을 불사한다는 점입니다.

'NLL 파문'과 '참여정부 국가기록물 폐기논란'이 어떻게 점화되고 확산됐는지를 생각해 보면 '친새 신문'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지가 금방 드러납니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이 정체상태를 보이고, 외부인사 영입문제 등으로 내부갈등이 심해졌을 때 '친새 신문'이 정문헌 의원의 'NLL파문'을 대서특필하며 정국 전환을 시도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조차 상황파악을 못하고 허둥지둥 하고 있을 때 '친새 신문'이 앞으로 나아갈 '공격지침'을 분명히 해준 거죠. 덕분에 새누리당은 '내분 갈등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에 의해 'NLL파문'은 시작됐지만 이를 이슈화하고 여론화 시킨 건 '친새 신문'이었습니다.

새누리당 분란 '봉합이냐 갈림길이냐'에서 터진 NLL파문

사실 'NLL파문'이 터지기 전 정치권 최대이슈는 새누리당의 내분과 갈등이었습니다. 일부 언론은 '봉합이냐 갈림길이냐'라는 제목까지 뽑으면서 당 쇄신론을 두고 벌어진 새누리당 갈등의 심각성을 전하기도 했지요.

경향신문 2012년 10월8일자 3면
▲ 경향신문 경향신문 2012년 10월8일자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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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근거 없는 'NLL 의혹'을 제기한 게 10월 8일(월)입니다. 정 의원의 발언은 10월 9일(화)자 조선일보에 의해 대서특필 되는데 직전까지 주요 신문과 정치면이 어떤 이슈로 '도배'됐는지 아시나요. 10월 8일(월)자 주요 신문의 보도내용을 정리 했는데 직접 한번 확인해 보시죠.

10월8일자 주요신문 기사 제목
▲ 새누리당 내분 10월8일자 주요신문 기사 제목
ⓒ 민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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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눈으로 확인하니 어떤가요. 정문헌 의원의 'NLL 의혹'이 제기되기 전까지 주요 신문의 1면과 정치면은 '새누리당 내분과 혁신, 갈등'으로 채워졌습니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박근혜 후보를 향해 "나와 이한구 중 선택하라"고 강수를 둘 만큼 내분상황이 고비를 맞고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조선일보조차 1면에 기사를 배치하고 3면 전면을 할애해 보도할 만큼 당시 상황은 매우 심각했습니다.

조선일보 2012년 10월8일자 3면
▲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2년 10월8일자 3면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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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NLL파문'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아니 정확히 말해 10월 9일자 조선일보가 1면 등에서 주요뉴스로 보도하면서 새누리당 내분은 신문 지면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추어 버립니다. 대신 'NLL 파문' '김정일', '노무현 대통령', '군 갈등', '참여정부'와 같은 단어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위기에 빠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위해 정문헌 의원이 총대를 맸고, '친새 신문'이 결합하면서 '2012년판 북풍 조성시도'가 시작된 겁니다.

[관련기사]'2012년판 북풍' 만드는 언론, 고질병 도졌다

'친새 언론', '과거사 프레임'에서 박근혜를 구하라 

문제는 그 시도가 예전처럼 잘 먹히지 않는다는 겁니다. 정확히 말해 조선일보의 영향력 아니 '조중동'의 영향력이 과거처럼 여론시장을 좌지우지할 만큼  막강하진 않다는 얘기입니다. 정문헌 'NLL 파문'만 해도 예전 같으면 대선이 끝날 때까지 정국이 요동치고도 남을 사안이었지만 지금은 '약발'이 며칠을 못 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정문헌 의원의 'NLL 파문'은 너무 근거가 미약해 정 의원 주장을 조선일보가 부인해 버리는 '촌극'까지 연출됐습니다. 계속 가다간 역풍을 맞을 것 같으니까 서둘러 진화에 나선 거죠. 대신 조선·문화일보와 같은 '친새 언론'은 출처를 알 수 없는 익명의 '여권 고위관계자' '정부 고위관계자'를 등장시켜 'NLL 파문'을 이어갑니다. 하지만 영향력이 예전 같진 않습니다.

[관련기사] 반성없는 <조선><문화>, 'NLL 발언' 또다시 쟁점화 시도�

어찌 됐든 한 가지 분명한 건,'NLL 파문'으로 새누리당은 내분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여기에는 영향력이 시들어지긴 했어도 '친새 신문'의 역할이 지대했음을 부인할 순 없습니다.

'친새 언론'의 지원사격으로 새누리당이 한숨 돌리는가 싶었는데 이번엔 악재 중의 악재 '정수장학회 파문'이 터집니다. 한겨레가 10월 12일자 인터넷판에서 'MBC 경영진과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이 밀실협상을 통해 MBC 민영화를 추진하려한다'는 내용을 보도하면서 대선 국면이 다시 '정수장학회 정국'으로 급전환되기 시작한 거죠.

한겨레 2012년 10월15일자 1면
▲ 한겨레 한겨레 2012년 10월15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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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NLL파문'과 달리 '정수장학회 논란'은 근거가 확실한 데다 언론사의 합리적 문제제기라는 형태까지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파문 양상이 달랐습니다. 정수장학회와 박근혜 후보를 분리시켜서 생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선 국면에서 이 문제는 단숨에 핵심의제로 떠올랐습니다. MBC가 '도청 의혹'으로 물타기를 시도하려 했지만 사안 자체가 워낙 메가톤급이어서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진 못했습니다.

[관련기사] <조선>도 버렸는데... <문화>의 대단한 정문헌 사랑

'친새 언론'을 비롯해 거의 '친박 방송' 수준의 뉴스를 내보내고 있는 MBC가 전력을 다해 'NLL 논란'을  확산시키는 등 '정수장학회 파문' 진화에 나선 것도 이 때부터입니다. 이들은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전(10월 21일)까지 정수장학회 파문을 끊임없이 축소했고, NLL 파문은 확대재생산 하는데 열을 올렸습니다.

문제는 10월 21일 박근혜 후보가 정수장학회 강탈을 부정하는 기자회견을 한 이후 여론의 역풍이 불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박 후보의 역사인식 부재가 만천하에 공개되면서 이른바 '과거사 프레임'이 한층 더 공고해지는 양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거죠. '혹을 떼어내도 시원찮을 판에 혹을 하나 더 붙인' 셈입니다.

한국일보 2012년 10월22일자 5면
▲ 한국일보 한국일보 2012년 10월22일자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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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의 기자회견이 어떤 역풍을 불러왔는지 10월 22일(월) 신문 지면을 한번 보시죠. 물론 이 와중에도 '조중동문'(조선·중앙·동아·문화)은 정수장학회 파문을 축소하기 급급했지만 말이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들
▲ 정수장학회 역풍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기자회견을 다룬 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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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 조중동, 공동편집회의라도 했나

한겨레가 10월22일자 사설에서 지적했듯이 "정수장학회 문제와 관련해 많은 국민이 박 후보한테서 보고 싶어하는 것은 딱히 구체적인 해법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역사에 대한 겸허한 자세,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지려는 노력, 사회적 갈등과 논란을 해소하려는 성실한 태도"를 보고 싶어 하는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장에서 보여준 박근혜 후보 이미지는 오만으로 가득 찬 불통의 대선후보 그 자체였습니다. 위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여론의 역풍은 거셀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 '이럴 거면 기자회견 왜 했나'라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이때 구원투수로 등장한 게 바로 '친새 언론' 조선일보입니다. '정수장학회 역풍' 차단을 위해 조선일보가 꺼낸 카드는 <盧 주재회의서 청와대 문건 목록 없애기로>라는 기사. 정수장학회 역풍이 불기 시작한 바로 다음날인 10월 23일자 1면을 장식한 이 기사는 새누리당으로 하여금 당일(23일) 긴급회의를 소집하게 하는 등 분주한 하루를 보내도록 했습니다. 이해합니다. 새누리당 입장에선 이 문제가 '국면 전환 카드'로 쓰일 수 있다고 판단을 했겠지요.

조선일보 2012년 10월23일자 1면
▲ 조선일보 조선일보 2012년 10월23일자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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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행히도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동업자인' 동아·중앙일보마저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동아일보는 작게라도 언급을 했지만 중앙일보는 아예 조선일보 기사를 무시해(!) 버립니다. 예전 같으면 '조중동 연대'의 굳건함을 보여줬을 법도 한데 지금은 상황이 좀 달라졌습니다. '조중동 연대'도 예전 같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번 대선은 '박-문-안'이 아닌 시민사회와 '친새 언론'의  싸움

조선일보와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당시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통령 기록물을 둘러싼 사실관계부터 그 기본 취지까지 모두를 왜곡했다고 비판합니다. 노무현재단이 성명을 통해 밝혔지만 "조선일보의 이 기사는 앞뒤 발언을 다 빼버린" 명백한 왜곡보도입니다. 무엇보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기록물 관리에 가장 공을 들인 대통령을 향해 '자료파기' '사초파괴' 운운하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입니다. 지난 10월 24일자 한겨레가 사설에서 이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는데 일부를 인용합니다.

한겨레 2012년 10월24일자 사설
▲ 한겨레 한겨레 2012년 10월24일자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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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재임한 노 전 대통령이 825만여건의 기록물을 남긴 데 비해 그 이전 55년 동안 8명의 대통령이 불과 33만여 건의 기록물을 남긴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제대로 정비한 이도 노 전 대통령이다. 새누리당이 노 전 대통령의 이런 뜻을 살피지는 못할망정 사초를 파괴한 대통령으로 몰아가는 것은 대선에 눈이 먼 무책임한 정치공세일 따름이다 .

새누리당이 정수장학회 문제로 궁지에 몰리자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대통령 기록물 문제로 돌파하려 하는 모양이지만 자칫 제 발등을 찍을 수 있다. 퇴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의 기록물은 지난 4년 동안 54만여건, 한해 평균 13만5000건으로 참여정부 시절 한해 평균 40만건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스스로는 기록물을 제대로 남기지도 않으면서 남의 것을 두고 트집 잡아 선거에 이용하려 드는 것은 정치 도의상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겨레는 "새누리당이 정수장학회 문제로 궁지에 몰리자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대통령 기록물 문제로 돌파하려" 한다고 지적했지만, 이 문장의 맨 앞에 '친새 언론과'라는 말이 들어가야 정확한 표현이 될 겁니다. '친새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고 볼 수 없을 만큼 새누리당의 기관지로 전락한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대선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세 후보간 싸움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친새 언론'간의 싸움이 될 지도 모릅니다. 새누리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옹호하고 지원사격에 나서는 게 바로 그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친새 언론'을 끊임없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등록했습니다.



태그:#친새신문, #박근혜, #정수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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