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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근 목사와 박재승 변호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재야 원로들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를 마치고 나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김상근 목사와 박재승 변호사,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 등 재야 원로들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희망2013·승리2012 원탁회의'를 마치고 나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의 단일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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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만 하면 표를 찍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자세이며 오만이다. 과거 선거에서 맹위를 떨치던 흑색선전 등 구태도 예전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혁신에 대한 국민토론으로 후보만 통합할 게 아니라 세력통합과 지지기반도 확대하라."

사회원로들로 구성된 원탁회의(김상근 외 21명)는 25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아름다운 연합정치'에 대한 의견 교환과 협의를 이루라고 당부했다.

이들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될 때는 양 후보가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이 실망과 걱정이 아닌 희망과 설렘으로 투표하도록 해야 한다"며 "원탁회의 역시 각 후보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국민과 정치권에 의견을 밝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5년 전 YS-DJ 단일화 실패를 유념하라'

대통령 후보 등록 1개월을 앞두고, 원탁회의가 야권 후보인 문재인과 안철수 양 후보 진영에 이 같은 메시지를 던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25년 전 김영삼-김대중 단일화 실패의 기억을 유념하라'는 뜻으로 읽힌다. 국민들을 실망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다.

양 진영이 최근 제기된 여러 문제를 이유로 서로 헐뜯는 태도를 보여 혹시라도 정권 교체와 정치개혁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실망해 올 대선 때 투표에 나서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게다.  

무엇보다 원탁회의는 양 진영이 다투지 말기를 당부하는 태도를 취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촉발된 '무소속 대통령 불가론' 대 '무소속 대통령론' 논쟁을 계기로 시작된 양측의 팽팽한 신경전이 '아름다운 연합정치'로 승화되기를 바라는 눈치다.

이들은 "양 후보 진영이 신뢰를 가지고 역지사지의 정신을 발휘하는 일이 중요하다"며 "무소속 후보는 정당정치의 헌법적 의미와 현실적 무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정당 후보는 현재의 정당구조가 포괄하지 못하는 국민의사를 반영할 새로운 제도와 방안, 인적 쇄신에도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원탁회의, '단일화 필승론' 경계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나눔 마라톤 축제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열린 과학기술나눔 마라톤 축제에 나란히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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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원탁회의는 기자회견에서 거세게 단일화를 압박하지 않았다. 민주당에서는 내심 원탁회의가 '문-안 단일화' 촉구 메시지를 낸다면, 이를 계기로 안철수 후보 측을 더욱 압박할 수 있었겠지만 원탁회의는 이 같은 메시지를 강하게 담지 않았다.

오히려 "단일화만 하면 표를 찍어줄 수밖에 없으리라는 기대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자세이며 오만"이라고 지적했다. '단일화 필승론'을 경계한 것이다.

다만 이들은 "안철수 후보 자신도 이미 단일화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그에 대한 담론은 이미 시작됐다고 본다"며 "단일화에만 매몰되면 지난 4·11 총선 때처럼 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후보 등록일까지는 양 진영이 큰 그림을 그리면서 정책을 국민 앞에 내놓고 그 방향에서 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들은 "최근 단일화를 압박하겠다는 움직임이 있는데, 그 충정을 이해는 하지만 우리 원탁회의에서는 그런 입장을 취하지 않기로 했"지만,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할 때쯤에는 두 후보가 힘을 합쳐서 국민들께 감동을 주기를 바란다"는 바람을 전달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시기를 특정할 수는 없지만 양 진영의 대화가 시작돼야 한다"며 "국민이 감동할 정책들을 내놓고 그런 정책제시가 캠프 전략이 아니고 공동 의제가 될 수 있도록 소통을 시작하시라"고 조언했다.

이어 이들은 "소통을 시작하는 방법이나 시기는 양 후보가 알아서 할 일"이지만 "정책에 관해 양 진영이 소통하다 보면 당연히 연합정치에 대한 대화가 전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는 "그 대화의 열매가 선거후보 등록일까지는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백 교수는 지난 23일 안철수 후보가 낸 '3대 정치쇄신안'에 대해 사견임을 전제로 "정치권 스스로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이라는 취지는 좋은데, 내놓은 구체적 방안을 최종 답변이라고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희망 2013'의 실현을 위한 대선승리를 이룩합시다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 성명
이제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고, 후보 등록일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 원탁회의가 주장해온 '2013년 이후의 새 시대'를 실현하기 위해 올해의 대선승리가 절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현 상황은 '희망2013'을 감당할 의지와 능력, 아니 기초적인 상식마저 결여한 여당 후보가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여전히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우리가 힘을 합쳐 대응하지 못한다면 '승리2012'는 불가능할 것이 뻔합니다. 민주진보진영의 양대 후보가 여전히 분립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우리는 '승리2012'가 어디까지나 '희망2013'의 실현을 위한 승리여야 한다는 초심을 되새기면서 국민들께도 그 점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선거승리에만 몰입하다가는 승리 자체도 놓치기 십상임을 우리는 4·11 총선을 통해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당시에 주요 야당이 전에 없이 포괄적인 선거연대를 이루었지만, 기대와 달리 패배했습니다. '단일화'만 하면 표를 찍어줄 수밖에 없으리라는 기대는 국민을 우습게 보는 자세며 오만이었습니다.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가 확정되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이후 한 달 남짓의 과정은 미진한 점이 없지 않지만 우리의 희망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현 정부와 여당에 절망하는 다수 국민의 패배의식이 상당부분 사라졌습니다. 여당 후보의 대세론이 꺾였고, 수세에 몰린 그 후보는 스스로 자질 부족을 드러내는 실언과 역주행을 연발하게 되었습니다. 아직 안심할 바는 아니지만, 과거 선거에서 맹위를 떨치던 흑색선전 등 구태도 예전만큼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치혁신의 필요성과 절박성에 대한 국민의 동의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야권의 두 후보 진영에서 혁신에 대한 구체안을 내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부터 정치혁신에 대한 논의가 한층 구체적으로 진행되어야 함은 물론, 각 분야에 걸쳐 '희망2013'의 실현을 위해 무엇이 가장 투철하면서도 현실적인 방안인지를 후보마다 제시하고 활발한 국민적 토론을 이끌어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후보들만의 결합이 아닌, 세력의 통합과 지지기반의 확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양 후보 진영이, 신뢰를 가지고  역지사지의 정신을 발휘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무소속 후보는 정당 정치의 헌법적 의미와 현실적 무게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정당 후보는 현재의 정당구조가 포괄하지 못하는 국민의사를 반영할 새로운 제도와 방안, 그리고 인적 쇄신에도 국민의 눈높이를 따라야 합니다. 

우리 원탁회의는 양 후보가 국민의 절실한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라 믿습니다. 다만 '희망2013'을 위해 각 진영이 제시하는 의제들이 '캠프 전략'이 아닌 범국민적 의제가 되도록 서로 경쟁하면서도 소통할 것을 권유하며,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연합정치에 대한 의견교환과 협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이 열매를 맺어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될 때는 양 후보가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여 국민이 실망과 걱정이 아닌 희망과 설레임으로 투표하도록 해야 합니다.

원탁회의 역시 그 과정에서 역할과 지원을 아끼지 아니할 것입니다. 또한 우리는 오늘의 발표 이후에도 각 후보 진영의 움직임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마다 국민들과 정치권에 우리 의견을 밝혀 나갈 것입니다.

2012년 10월 25일
희망2013·승리2012원탁회의
김상근, 김윤수, 박재승, 백낙청, 오종렬, 윤준하, 이김현숙, 이선종, 이창복, 임재경, 정연주, 청화, 최영도, 함세웅, 권미혁, 박석운, 박옥희, 백승헌, 성해용, 양길승, 지영선, 황인성.



태그:#원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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