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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통령 선거가 54일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판도를 뒤흔들 최대 이슈는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단일화 여부다. 각종 뉴스와 전문가들의 입에서 '단일화'라는 단어가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야권에서 단일화를 이뤄내야지만, 12월 19일 본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를 이뤄내지 못하고 3자 구도로 가게 되면 야권 진영에서는 필패다 하는 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자, 그렇다면 많은 국민들은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안철수와 문재인, 둘 중에 누구로 단일화 되는 것이 좋을까? (단일화 이후 12.19 선거를 본선이라고 명칭하겠다) 야권지지 성향이라면 누가 본선에 올라갔을 때 박근혜 후보에게 이길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생각할 것이고, 여권지지 성향이라면 누가 본선에 올라갔을 때 박근혜 후보에게 질 것인가 하는 관점에서 생각할 것이다. 단일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많아도 누가 본선 경쟁력이 있느냐를 다루는 언론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본선 경쟁력' 이라는 관점에서 야권 단일화를 분석해 보고자 한다.

첫째,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겠다

그나마 가장 과학적인 데이터이니까. 10월 15일 리얼미터 조사결과(10.17~23)를 보자. 먼저 박근혜-안철수 양자 대결이다.

안철수 후보(갈색)는 박근혜 후보(파란색)를 5% 이상 계속 앞서나가고 있다.(리얼미터 홈페이지 캡쳐. 10.15)
▲ 안철수와 문재인 단일화 안철수 후보(갈색)는 박근혜 후보(파란색)를 5% 이상 계속 앞서나가고 있다.(리얼미터 홈페이지 캡쳐. 10.15)
ⓒ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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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박근혜-문재인 양자 대결을 보자.

문재인 후보(갈색)는 박근혜 후보(파란색)에게 3% 내외로 계속 지고 있다.(리얼미터 홈페이지 캡쳐. 10.15)
▲ 안철수와 문재인 단일화 문재인 후보(갈색)는 박근혜 후보(파란색)에게 3% 내외로 계속 지고 있다.(리얼미터 홈페이지 캡쳐. 10.15)
ⓒ 리얼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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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갤럽에서 조사한 결과(10.15~19)도 비슷하다. 안철수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게 5% 정도 격차로 계속 앞서나가는 반면, 문재인 후보는 2% 내외로 지거나 앞서거나 왔다갔다 하는 양상이다. 다른 여론조사 결과들을 살펴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지만, 문재인 후보는 박빙이거나 낮다.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본선 경쟁력은 안철수 후보가 더 높다.

둘째, 투표율을 살펴보자

특히 이번 선거는 세대 간 대결 양상을 보이며 젊은층에서는 야권 지지가 압도적이고 노년층에서는 여권 지지가 압도적은 성향을 보이고 있다. 노년층에서는 투표율이 높지만, 젊은층은 투표율이 낮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므로 20, 30대 젊은층이 얼마나 많이 투표장에 나오느냐에 따라 선거 결과가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10월 18일 <동아일보>에서 보도한 투표율을 여론조사에 반영한 결과를 함께 살펴보자.

2007년 대선 투표율 : 63.2%, 2002년 대선 투표율 : 70.8% (동아일보 10.18)
▲ 안철수와 문재인 단일화 2007년 대선 투표율 : 63.2%, 2002년 대선 투표율 : 70.8% (동아일보 10.18)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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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조사의 양자대결에서 안 후보(52.3%)는 박 후보(47.7%)에 앞섰지만, 2007년 대선 투표율을 적용하니 박 후보가 50.7%, 안 후보가 49.3%로 박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2002년 투표율을 반영하니 안 후보 50.5%, 박 후보 49.5%로 안 후보가 근소한 격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왔다. 투표율이 낮으면(2007년 적용) 박 후보가 이기고, 투표율이 높으면(2002년 적용) 안 후보가 이긴다는 결론이다.

반면, 박 후보(52.1%)와 문 후보(47.9%)의 양자대결에 2007년 투표율을 적용하니 박 후보 54.1%, 문 후보 45.9%로 격차가 더 커졌다. 2002년 투표율을 반영해도 박 후보 53.2%, 문 후보 46.8%로 지지율 차가 더 커졌다. 투표율이 높건 낮건 상관없이 문 후보는 박 후보에게 진다는 결론이다.

이를 종합하면, 야권 후보가 단일화를 해서 박근혜 후보에게 이길 수 있는 길은 두 가지 요소가 갖춰져야 한다. 첫째, 투표율이 2002년처럼(70% 이상)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층이 대거 투표장에 나와야 승산이 있다는 얘기다. 둘째, 문재인이 아니라 안철수로 단일화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게다가 젊은층의 투표율을 높이는 데에도 안철수 후보가 더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셋째,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단일화 적합 후보를 묻는 질문의 결과는 문재인 후보가 항상 승리다. 얼핏 보면 국민들이 문재인 후보를 더 야권 후보로 원하는 것처럼 보인다.

SBS 10.18 단일화 적합도 조사결과 (SBS 8시뉴스 화면 캡쳐)
▲ 안철수와 문재인 단일화 SBS 10.18 단일화 적합도 조사결과 (SBS 8시뉴스 화면 캡쳐)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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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다. 야권지지층을 대상으로만 한정해서 '본선 경쟁력'에 대해 다시 물으면 안철수 후보가 이기는 결과가 나온다. 이 같은 차이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되는 것을 의도적으로 경계하는 것에서 비롯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역선택'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표로 작용하고 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다. 그만큼 안철수 후보가 새누리당에겐 더 위협적으로 느껴진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넷째, 단일화 이후에도 상대 후보 지지층 얼마나 흡수할 수 있는가 살펴봐야

먼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민주통합당 당원이거나 친노 세력이거나 <나꼼수>와 <미권스> 카페를 중심으로 한 지지층들이 주축이다. 지지 이유로 'MB정부 심판'과 '정권교체'를 크게 내세우고 있다. 반면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무당파이거나 2030세대가 주축이다. 지지 이유는 '기존 정치 혐오'와 '새로운 정치, 새로운 리더십의 요구'가 주를 이루고 있다.    

자, 그렇다면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가 단일화 경선에서 떨어져도 상대후보를 계속 지지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떨어져도 안철수 후보를 계속 지지해줄 가능성이 높다. 정권교체와 MB심판이 큰 목표이기 때문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대안으로 안철수 후보를 다시 선택한다는 것이다.

반면,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은 어떨까?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경선에서 떨어지면 대선에서 대거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정치를 혐오하는 무당파층이기 때문에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투표장에 안 나오는 것이다. 낡은 정치로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로 단일화 되면 문재인 후보 지지층을 많은 부분 끌어안을 수 있지만, 문재인 후보로 단일화 되면 안철수 후보 지지층을 대거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상의 4가지 관점에서 살펴봤을 때 야권 단일화 후보의 본선 경쟁력은 안철수 후보가 문재인 후보보다 더 높다고 보여진다. 물론 각 후보의 국정 운영 능력, 새로운 정치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지만, 본선 경쟁력의 측면에서만 살펴봤다. 본선 경쟁력만 놓고 보면 박근혜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안철수 후보를 선택하는 게 많이 유리하다고 보여진다.

반론의 여지도 많이 있을 수 있다. 댓글로 과감하게 의견을 남겨주면 활발하게 같이 토론해 보고 싶다. 활발한 공론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블로그 http://hopeplanner.tistory.com/409 에도 발행되었습니다.



태그:#안철수, #문재인, #단일화,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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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기자.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 42기 수료. 마음공부, 환경실천, 빈곤퇴치, 한반도 평화에 관심이 많아요. 푸른별 지구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기자를 꿈꿉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며 생생한 소식 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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