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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캠프 공보단장)이 지난 10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자료 사진)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캠프 공보단장)이 지난 10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자료 사진)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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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정수장학회 문제로 재점화된 박근혜 대선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에 '친일파 김지태' 논리로 정면 대응하고 나섰다. 박 후보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의 강탈 여부를 부정하고 나선 것에 대해 비판여론이 고조되자 김씨의 전력에 의혹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은 셈이다.

하지만 당시 군사정부가 적법한 재판절차도 없이 사유재산을 강압적으로 탈취했다는 사법부의 판단까지 있는 상황에서 '부정부패 사범·친일파 김지태'의 재산을 헌납받은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논리로 맞받은 셈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역설적으로 박근혜 후보는 지난달 24일 과거사 관련 긴급기자회견에서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며 5·16 쿠데타, 유신,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해 고개 숙인 바 있다.

게다가 민족문제연구소가 지난 2009년 편찬한 '친일인명사전' 4776명 명단에는 김씨의 이름도 없다. 민족문제연구소는 명단 등록 기준으로 "일제의 경제침탈정책을 입안 또는 의사 결정을 주도한 자와 이의 수행에 적극 협력한 자", "국책경제기관(동양척식회사·식산은행 등)과 경제단체의 간부"로 규정하고 있다. 김씨의 친일 여부를 두고 또 다른 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셈이다.

총대를 멘 것은 오랫동안 박근혜 후보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이정현 공보단장이었다.

이 단장은 22일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주당과 문재인 대선후보 측이 고 김지태씨에 대해서 1935년부터 1962년까지 언론에 보도된 기사들을 다 점검하고 그 분의 행적에 대해 지금처럼 대변인 노릇하고 비호하고 감싸고 할 수 있는지 보겠다"며 "(동양척식회사 입사·세금포탈 혐의·뇌물제공 행위 등) 그 분의 행적에 대해 민주당이 '우리 정체성과 같다'고 공개적으로 선언해준다면 저는 오늘부로 정치판을 깨끗이 떠나겠다"고 선언했다.

즉, 민주당이 자신의 정체성에도 맞지 않은 인물을 엄호하며 대선 승리를 위해 박 후보에 대한 정치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주장이다.

'친일파 김지태' 의혹 제기한 새누리 "민주당, 비호 이유부터 밝혀라"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가운데, 프롬프터에 박 후보가 발표할 원고 내용이 표시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발표하는 가운데, 프롬프터에 박 후보가 발표할 원고 내용이 표시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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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004년 8월 3일 <동아일보> 기사를 인용하며 "김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동양척식주식회사(동척) 부산지점에 입사했고 동척으로부터 경남 울산 지역의 전답 2만 평을 불하받았다, 동척은 일제가 식민지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할 목적으로 설립한 회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는) 자신의 평전 <문항라 저고리는 비에 젖지 않았다>에서도 '동척에 입사해 직무에 충실했다'고 밝히고 있고, 동척과 관련된 2만 평의 옥토를 어떤 형태로든지 불하받아 자신의 것으로 했다"며 "적산기업(종전 후 일제가 남기고 간 기업)인 아사히견직의 관리인을 맡으면서 전국 10대 재벌 반열에 올랐다"고 강조했다. 

이 단장은 또 "참고로 당시 열린우리당이 국회에 제출한 '친일진상규명법 개정안' 원안에서 '은행·회사·조합·산림·어장·공장 및 광산 등의 간부 또는 직원으로서 우리 민족의 재산을 수탈한 자'로 한정했던 경제침탈기구 관련자를 '경제침탈을 위해 일제가 만든 각종 경제기관과 단체에 재직한 자 중 침탈행위에 적극 협력한 자'로 확대했다"며 "(김씨의) 조선견직 세금포탈 혐의, 자유당 당시 뇌물제공혐의 등이 기사로 다 있지만 자세히 얘기하진 않겠다"고 말했다.

즉, '친일파 김지태'를 민주당이 현재 비호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 단장은 "민주당이 언제부터 일제시대 때 그렇게 한 의혹이 있는 사람, 자유당 시절에 의혹이 있는 사람의 대변자가 됐나"라며 "민주당은 일단, 김지태씨를 비호하는 이유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씨를 연결시키기도 했다. 이 단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지태씨의 인연을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면서 "노 전 대통령은 중학교 시절 부일장학금 혜택을 받았고 변호사 시절에 김지태씨와 관련된 100억 원대가 넘는 소송을 참여했다는 인연이 있다, 문재인 후보는 무슨 인연으로 이 분을 감싸는가"라고 말했다.

또한 "현재 정치권에서 NLL(서해 북방한계선)과 정수장학회가 쟁점인데 NLL 문제는 국가와 국민의 이익, 생명과 재산과 관련돼 있는 사안이다"며 "정수장학회 문제로 국민 중 누가 손해를 보고 피해를 입었는가, 오히려 장학회로 인해서 3만8000명의 돈 없는 인재들이 제대로 공부해서 국가발전과 사회의 발전을 위해 엄청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NLL 문제와 정수장학회가 비교할 수 있는 대선 쟁점인가, 새누리당은 국가안위를 보호하고 대변하기 위해 NLL을 얘기하지만 민주당은 이런 사람을 비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서슬 퍼런 유신 당시 김지태 발언 인용하며 "자발적으로 헌납한 것"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정수장학회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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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단장은 김씨가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강탈당한 게 아니라 자진 헌납한 것이란 점도 재차 강조했다.

그는 "김씨가 1971년도 3월 27일자 모 신문과 인터뷰를 하며 '요즘 재벌들 중 부를 사회에 환원한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는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는 당연한 의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수년 전 부산일보 등 재산을 나라에 바쳐서 부의 사회환원을 시도했다'고 밝혔다"며 "본인이 (부일장학회 헌납에) 강압이 없었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김씨가 1976년 자서전 <나의 이력서>에서 '내가 운영하던 부일장학회와 공익재단의 문화사업이 5·16장학회의 공영제운영으로 넘어갔다, 나는 이와 같은 운영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또 만족스레 생각한다'고 남긴 글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씨 스스로 부일장학회를 군사정부에 넘기는 과정에 '강압'이 없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는 "김씨가 적법한 재판도 없이 재산을 강탈 당한 게 옳다는 건가"란 질문에도 "김씨가 스스로 긍지와 자부심을 느낀다고 얘기하지 않나, 자서전을 어떻게 강박을 느끼며 쓰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자신이 인용한 김씨의 발언이 모두 박정희 전 대통령 생전에 이뤄진 점은 간과한 채였다. 실제로 김씨는 박 전 대통령 사후인 1980년에 5·16 장학회에 재산반환을 정식으로 요구한 바 있다.

정수장학회가 박 후보의 사유재산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2009년, 2010년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의 사과 및 정정보도를 언급하며 "육영재단 및 정수장학회 등을 박 후보의 사유재산으로 보도한 것에 대해 정정보도했고 법원 측의 조정을 받아 낸 보도다, 이처럼 법원이 (박 후보의 사유재산이 아니라고) 판결내렸는데 민주당이 허위사실을 계속 유포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5·16 쿠데타 세력의 무도한 행위 감싸려는 속내 드러난 것"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세운 김지태씨 유족들이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살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것"이라며 박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휠체어를 타고 이날 회견에 참석한 김지태 씨의 부인 송혜영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정수장학회의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세운 김지태씨 유족들이 지난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도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도 살 수 있는 길을 택하는 것"이라며 박 후보의 결단을 촉구했다. 휠체어를 타고 이날 회견에 참석한 김지태 씨의 부인 송혜영 씨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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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주장에 대해 "김씨가 누구인지가 문제가 아니라 정수장학회 강탈 여부에 대해 박 후보가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이 단장은 "박 후보가 법원의 판결을 다 알고 있었지만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김씨의 유족들이)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게 방점이다"고 답했다.

이상돈 정치쇄신특위 위원이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5·16 쿠데타로 수립된) 최고회의 시절은 헌정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던 시기인데 그 시절 조치를 두고 정당하다고 하면 끝없는 논쟁을 또 다시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난 이정현의 이름, 공보단장의 이름으로 여기에 서서 정계은퇴까지 선언했다, 이상돈씨가 무슨 말을 했든 그 분의 생각과 철학에 대해 말할 가치가 털끝만치도 없다고 생각한다"며 강경한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

고 김지태씨의 유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도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김씨의 친일 의혹까지 제기하게 된 근본 원인은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치에 끌어들인 민주당 탓이란 논리였다. 이 단장은 "민주당이 고 김지태씨를 정치에 이용하면서 유족들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권력을 잡기 위해 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유족들이 어떻게 희생되든 말든, 비윤리적 행태를 보인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유족들이 박 후보를 고발하려는 의사를 밝혔다"는 질문에도 "야당에서 그 분들을 이용하려 하지 않았다면 (그 분들이) 차분하게 (정수장학회 주식증여 무효 취소) 2심을 진행할 것이고 그랬다면 돌아가신 아버지 문제에 대해 이렇게 거론 안 됐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민주당은 "김지태씨의 행적을 문제 삼아 박근혜 후보의 책임을 감추려하고 강압적 재산 탈취라는 쿠데타 세력들의 불법행위마저 옹호하려고 하고 있다"며 이 단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 왜 강압과 부당한 방법으로 남의 재산을 강탈하고 그 위에서 온갖 혜택을 누렸느냐고 묻자 이 단장이 너도 한패냐고 윽박지르고 나선 것"이라며 "민주당은 법원의 판결과 과거사위원회 등 국가기구에서 내린 결론에 따라 비록 법적 시효는 끝났을지 몰라도 강압에 의한 재산탈취라는 잘못된 일을 바로잡자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 단장의 주장은) 입으로는 5·16쿠데타에 대해 잘못된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쿠데타 행위와 쿠데타 세력의 무도한 행위 모두 아무런 반성 없이 감싸려고만 하는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며 "박 후보가 왜 유독 아버지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법원 판결문에 대해서는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는지 그것부터 답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태그:#이정현, #박근혜, #정수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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