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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새로운 일을 준비하며 지난 두 달여간 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이하 알바) 경험을 토대로 1부 ''진상손님' 자가테스트…당신의 품격은?', 2부 '먹고, 싸고, 앉을 수도 없다... 누구를 위한 알바인가'를 통해 우리 주변 친숙한 업종 종사자들이 겪는 다양한 고충을 알리고자 합니다. - 필자 주

다니던 직장를 관두고 집 앞 편의점 아르바이트(이하 알바)를 한 지 두 달여. 평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근무, 시급 4600원(간식비 1500원 별도), 출퇴근 소요시간 총 4분. 새로운 일을 준비하며 자취생활에 필요한 최소 생활비 벌이가 가능해 선택했다. 

대학 때 유럽 여행을 가려 야간 알바를 했다. 그리고 십여 년만. 당시와 비교해 각종 적립·할인혜택, 상품권과 레저게임 품목이 늘었을 뿐 역시 주요 업무는 물품 계산이다. 상대적으로 업무가 단순하고 같이 일하는 '어린' 동료들과 '오빠뻘' 점주의 성격이 좋아 모든 게 수월할 듯했다.

하지만 섣부른 판단이었다. 사람 많은 곳에 문제 없을 리 만무. 그간 다닌 직장에선 진심이야 어떻든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게 익숙한 문화였다. 게다가 삼십대 이후엔 주로 팀장급으로 일했으니 업무상 이유라 해도 막무가내 짜증이나 무시 따위 받는 경우가 드물었다(아주 없진 않았다). 하지만 상황이 달랐다.

던지고, 소리치고, 짜증내고, 막말하고…

대표적 서비스업 일종인 편의점에서 알바생은 명백한 을이요, 손님은 막강한 갑이다. 게다가 이 갑이 다채롭기 그지없다. 본인이 직접 경험한 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눠 보면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 '못된 가부장형', 뭐 끼고 성질 부리는 '파렴치형', 대부분 무지에서 비롯된 '의심형', 한 대 콕 쥐어박고픈 '네가지 없는 네가지형'이다.

첫 번째 못된 가부장형. 거의 한 주에 한 번 꼴로 오던 중년남이 대표적이다. 사는 품목은 주로 즉석밥. 매대 앞에 와서 줄곧 반말로 "얼마야?", "자(돈)." 하더니 급기야 "이거좀 데워와" 하는 것이었다. 어처구니가 없어 "손님, 음식 데우는 건 셀프예요!"라고 하려는데 점주가 눈짓을 하며 본인이 얼른 심부름을 대신했다.

두 번째는 파렴치형. 겉은 멀쩡해 뵈는 남자 손님이었다.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들어와선 담배 한 갑을 샀다. 그런데 대뜸 "불 좀 잠깐 빌릴게요"하더니 뭐라 답할 새도 없이 판매용으로 진열해둔 라이터를 갖고 나가 불을 붙이고 들어왔다. 당황해서 "손님, 그러시면 안 되요" 했더니 눈알을 부라리며 "씨xx" 막말을 뱉으며 쌩 하니 가버렸다.

세 번째는 의심형. 본인 역시 편의점 일을 하기 전엔 몰랐다. 적립·할인카드와 신용카드, 현금을 받는 순서가 정해져 있단 사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은 행여 사람의 실수로 진열대에 남아 있더라도 기계가 기억해 판매 불가하다는 사실, 모든 제품은 전산 데이터로 저장돼 있어 관련 정보를 임의로 수정할 수 없다는 사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모른 채 계산대 맞은편 직원들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행여 포인트 적립이나 가격 할인이 안 됐을까 영수증을 일일이 확인하는가 하면, 정성들여 진열해둔 제품들을 다 헤집고 그 중에 유통기한이 제일 긴 것을 가져온다. 또 각종 이벤트와 상품 자체 가격 변동을 이유로 물건값이 다르면 취조하듯 그 이유를 따져 묻는다. 

마지막 네 번째 '네가지 없는 네가지형'. 본 유형에 속한 대부분 손님이 편의점 인근에 있는 여대 학생들이었다. 규정상 이런저런 혜택 카드, 영수증 수령 여부 등을 묻는 질문에 한결같이 묵묵부답, 혹은 짜증을 내며 낚아채듯 물건을 가져가는 건 다반사. 지폐, 동전을 던져놓고 가기도 하고, 마흔 넘은 점주에게조차 반말 주문을 하는 얼굴 예쁜 여대생들도 있었다. 이럴 때마다 진정 "너 한대 맞을래?"라고 말하고 싶었다.    

'진상 손님' 자가 테스트... 당신의 품격은?

편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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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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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당신이 편의점에서 한 번이라도 한 행동을 모두 고르세요.

1. "영수증 필요하세요?" 등의 점원 질문을 묵살한 적 있다.
2. 계산 과정에서 점원과 단 한번도 눈을 마주치지 않은 적 있다.
3. 지폐, 동전을 계산대 위에 던져놓고 나온 적 있다. 
4. 반말 주문을 한 적 있다. 
5. 유통기한을 확인하려 진열된 식품들을 흐트려놓은 적 있다. 
6. '마음이 바뀌어' 물건을 환불한 적 있다.
7. 편의점(혹은 커피숍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어떤 식으로든 무시한 적이 있다.

본인이 고백하는 바, 위의 목록 중 네 가지 행동을 한 적이 있다. 아침 출근길, 이런저런 업무 생각과 전날 받은 스트레스 여파로 아무말도 하기 싫은 때 '물건 하나 사려는데 뭔 말이 이리 많나' 싶어 짜증을 부린 적도 있었고, 무엇보다 해당 업종 종사자들이 그 일 외에 더 전문적인 일을 할 능력이 없을 거라 암묵적으로 무시한 바도 있음을 시인한다. 

레이 힐버트와 토드 홉킨스가 쓴 '청소부 밥'에서 건물의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는 밥은 알고보니 모 기업의 회장이었다. 현실 세계의 많은 '청소부' 중에서도 어느 단체의 훌륭한 리더가 될, 혹은 리더인, 리더였던 사람들이 많다. 또한 청소부 밥이 기업의 회장이 아니라 그저 청소부라 해도 결코 두 사람의 가치를 그 사람이 하는 일로서 평가할 수는 없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을 흔히 한다. 그것은 진실이다. 하지만 귀천의 시각으로 타인의 직업을 평가하는 이 또한 많다. 이러한 시각이 자신의 행동에서 드러나고, 그 행동이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해 봤는가. 하루에 한 번씩은 들르게 되는 편의점, 커피숍, 식당 등등, 그곳에서 무심히 하는 행동들이 곧 각자의 '품격'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태그:#GS편의점, #신사의품격, #진상손님, #숙명여대, #미스터리쇼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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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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