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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부터 11월 3일까지 전국을 도보로 순례하는 '2012 생명평화대행진'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이 기간 동안 전국을 다니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의 소식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 기자말

'함께 살자, 우리가 하늘이다. 함께 걷자, 강정에서 서울까지'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5일 제주도청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출발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15일 구미, 16일 청도·대구를 거치면서 경상북도 일정을 마쳤다.

불과 어제 시작한 것 같은데, 10월 5일부터 시작된 행진이 어느덧 절반이 다 돼가고 있다. 매일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강행군을 이어갔지만, 누구 하나 불평불만 없이 웃으면서 함께 다른 곳으로 걷고 있다.

[11일 차-10월 15일] 구미, 불산가스 누출피해현장은 처참했다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피해지에 붙어있는 현수막, "절대 식용불가"라는 말이 온 몸이 싸늘하게 할 정도다
 구미 불산가스 누출사고 피해지에 붙어있는 현수막, "절대 식용불가"라는 말이 온 몸이 싸늘하게 할 정도다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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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는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이자 삼성전자·LG전자 등 디지털 산업의 공장이 빽빽이 들서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미는 KEC 노동자들의 투쟁이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 곳에 도착한 행진단은 구미 공업단지와 시내를 행진했다.

열흘 넘게 다니면서 정상적인 집회 및 행진신고를 한 행진단에게는 교통경찰의 에스코트가 붙으면서 안전한 행진을 했지만, 구미에서는 신고를 했음에도 단 한 명의 경찰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행진단이 걸어가고 있는 도중 뒤쪽 구석에서 방송 및 지휘를 하는 미니버스를 이용해 행진단을 촬영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행진 참가자들이 급하게 쫓아가서 항의했고, 경찰은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의해 소속과 신분을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강정마을에서 행진단으로 온 참가자들은 '그나마 강정마을에서 법을 어기는 경찰보다는 낫다'는 반응을 보였다.

꿀맛 같은 식사를 한 뒤, 불산가스 누출피해현장을 찾았다. 매일같이 뉴스와 신문으로만 접했던 구미시 산동면 불산가스 누출피해현장은 직접 눈으로 보니 처참하기 짝이 없었다. 사람들의 통행이 잦아야 할 인도는 텅텅 비었고, 그 자리에는 '이주대책 강구하라'라는 현수막만이 쓸쓸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또한 한창 단풍으로 물들어 있어야 할 산의 나무는 앙상하게 마른 채 방치돼 있었다. 마치 한 차례 폭풍이라도 지나간 것 같은 마을이었다.

불산가스 누출사고현장을 둘러본 행진단은 탈핵 미사를 하기 위해 옥계성당으로 이동했다. 행진단과 함께 다니고 있는 문규현 신부는 강론을 통해 "간디가 이야기 한 나라가 망할 징조 7가지에 하나가 더해진다, 그것은 수동적으로만 움직이는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밀양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 송전탑이라는 괴물과 싸우고 있는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많이 있다고 한다"며 "그 송전탑은 핵발전소를 위해 생기는 것이다, 서울의 부족한 전력을 보내고자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목숨을 잃게 한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다. 문규현 신부의 강론처럼 전국 각지에서는 지금도 소리소문 없이 자신과 가족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 약자들이 많이 있다.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희생을 한다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하며 구미의 밤은 무르익어갔다.

[12일 차-10월 16일] 청도·대구, 청도에서도 할머니들이 싸우고 있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에서 4년째 투쟁중인 345kv 송전탑건설 철회 농성장, 주민들의 대부분이 연로하신 분들이기도 하다.
 경북 청도군 각북면에서 4년째 투쟁중인 345kv 송전탑건설 철회 농성장, 주민들의 대부분이 연로하신 분들이기도 하다.
ⓒ 박철순(sol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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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청도는 생명평화대행진의 일정에 없었던 곳이었다. 앞서 12일 밀양시 단장면 송전탑 공사를 다녀온 우리는 그 곳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됐다. 밀양에 이어 경북 청도에서도 송전탑 공사로 인해 4년이라는 시간 동안 주민들이 투쟁하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우리는 고민 끝에 청도에 가기로 결정했다.

오전 8시까지 가기로 했던 일정 때문에 경북 왜관에서 1박을 했던 행진단은 평소보다 이른 시각(오전 6시)에 출발해 청도 345kv 송전탑 공사장에 도착했다. 이곳도 여느 투쟁 현장과 마찬가지로 천막 농성이 진행되고 있었다. 백발의 할머니 세 분이 그곳에서 나오고 있었다. 가을이 되면서 저녁에는 쌀쌀하다 못해 찬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는 지금, 할머니들은 세 분씩 조를 짜서 천막에서 주무시고 낮에는 다른 주민들과 교대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시공사? 갑자기 포크레인과 불도저 갖고 들어와서 논을 갈아엎고 길을 내드라 카이, 왜 땅을 빼앗냐고 물어봤는데 토지강제수용 허가가 내려졌으니 아무 문제 없다. 보상해주면 될거 아니냐? 라고 하드라."
"이 마을 죄다 할배, 할매들뿐이다. 젊은이들은 몇 읍꼬..."

"내 동생이 군청에 근무하는데, 여기 한번 안오드라. (밤새 천막을 지키신 할머니를 가르키며) 저 할매 아들도 군청 계장인데... 미치고 팔딱 뛸 노릇인기라."
"용역들이 50여 명 왔을때 어땠는지 아나? 할매들이 온 몸으로 막고 다치는데 경찰들은 그냥 지켜만 보는 기라... 용역과 경찰 둘다 한패다, 한패."

345kv 송전탑 현장인 청도군 각북면 배성우 마을회장과 행진단이 온다는 말에 천막으로 나오신 할머니들의 입에서 나온 말로 인해 지난 4년 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 수가 있었다. 평생 농사만 지어오면서 아무것도 몰랐던 이들에게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끔 만들었다.

 송전탑 공사장을 방문하던 대행진단을 불법으로 촬영하던 시공업체와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아님에도 불법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고 소속도 밝히지 않았다.
 송전탑 공사장을 방문하던 대행진단을 불법으로 촬영하던 시공업체와의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아님에도 불법으로 촬영을 하고 있었고 소속도 밝히지 않았다.
ⓒ 박철순(sol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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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진단은 마을 주민이신 할머니들의 안내를 받아 송전탑 공사장 현장을 직접 둘러보았다. 마을주민이 온몸을 내던진 끝에 현재는 공사가 중지된 상태지만, 언제 다시 공사가 시작될지는 아무도 모르던 상황이었다. 그리고 마치 마을주민들과 행진단을 자극이라도 하면서 뭔가 만들어내길 원했던 것일까. 청도경찰서 정보과 직원들이 호송차량을 대동해 각북면 송전탑 현장에 부리나케 달려왔다. 물론 경찰들이 올때 늘 따라오는 채증반도 함께 왔다.

그러나 조용하게 지나갈 것 같았던 현장이 갑자기 시끄러워 졌다. 바로 공사 시공사 측에서 농로 구석에서 캠코더를 이용해 행진단을 촬영하다가 발각돼 마찰이 생긴 것이었다. 경찰도 아닌 일반시민이 카메라를 이용해 촬영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임에도 청도경찰서 정보과장을 비롯한 그 누구도 제지를 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건이 시끄러워지자 정보과장이 나타나서 중재를 했다.

행진단은 천막농성장에서부터 각북면사무소까지 행진을 하고, 이어 청도군청으로 이동해 집회 후 대구로 이동했다. 이 자리에서 마을주민들은 생명평화대행진들이 보여준 하루 일과에 대해 속이 시원할정도로 고마웠다는 마음을 표현하였고, 배성우 마을회장은 멀리서 온 행진단을 위해 미리 받아놓은 막걸리로 마음을 표현하였다.

이 분들의 사연을 들어보니 그동안 시공사가 용역업체들을 끌고 왔을때 막무가내로 당하기만 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행진단이 대응하는 모습으로 인해 제발로 가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였다. "십년 묵은 게 내려 앉는 기분"이라는 표현까지 쓰시면서 말이다.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한 채 다음 목적지인 대구로 가는 길목에 있는 경산시청 앞에서 천막농성 중인 청소노동자 지지 방문하고 대구의 중심지이자 번화가인 중앙로 한일시네마 앞으로 이동했다. 저녁 문화제에서는 대구의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였고, 특히 젊은층들이 많은 거리의 특성상 지나가던 시민들은 "비정규직은 없어져야지"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16일 대구 중앙로 한일시네마 앞에서 문화제 도중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들이 16일 대구 중앙로 한일시네마 앞에서 문화제 도중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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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달려온 행진단의 경상북도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행진도 어느덧 절반에 가까워진다. 곧 이어 전라북도로 이동하게 될 대행진단은 19, 20일 양일간 지리산 실상사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우리의 목소리에 대해 토론하고 자신을 되돌아보는 민회(民會)의 시간을 갖게 된다. 서울에서도 버스가 준비되어 있으나 예약률이 저조하다고 한다. 명사들의 초청강연도 있는 만큼 이 사회에서 99%라고 불리우는 민초들이 많이 참여하여 열띤 민회의 시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2012 생명평화대행진과 함께 하는 민회에 모십니다.
대선을 앞두고 예비 대통령 후보자간의 자질 시비와 정책공약 발표가 떠들썩하게 이루어짐에도 불구하고, 실제 고통받는 현장의 목소리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구체적인 해법도 성의 있게 제시되지 않고 있습니다.

"함께 살자, 모두가 하늘이다."

쌍용(S), 강정(K), 용산(Y)의 주민과 노동자들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에서 쫓겨나고 내몰리는 차별당하는 사람들, 파괴되는 생명들의 목소리에 연대하고자 하는 이들이 2012생명평화전국대행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월 5일부터 11월 3일까지 약 한달간 이어질 대행진은 "함께 살자, 모두가 하늘이다!"를 출발의 구호로 삼아 전국을 순회합니다.

대행진은 비정규직·정리해고 노동자들, 강제철거로 고통받는 주민들, 대형마트로 고통받는 중소상인들, 제주해군기지 건설강행에 반대하는 주민들, 송전탑과 골프장 건설, 그리고 핵 발전과 4대강 댐 건설로 고통받는 주민들과 파괴되는 자연환경 등 우리시대의 절박한 요구를 기성정치와는 다른 방식으로 아래로부터 모아나가려는 시도입니다.

"민회에 모십니다."

대행진의 취지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고자 행진기간 중 아래와 같이 민회를 개최합니다. 민회는 보다 나은 사회를 향한 각계각층의 지혜와 제안을 모으고, 특히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대변되어야 할 전국 현장의 목소리를 집약하기 위한 회합입니다.

민회를 통해 ▲ 현장의 고통에 귀기울여 우리사회가 직면한 공통의 문제들을 찾아내고, ▲ 함께 살기 위한 우리의 가치와 우선순위를 우리 언어로 제시하며, ▲ 현실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연대방향과 행동계획을 마련하려 합니다. 연대를 구하는 모든 현장,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모든 분들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부디 함께 해 주십시오.

민회 참가신청은 생명평화대행진 공식 누리집 http://cafe.daum.net/walk4peace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2012 생명평화대행진 공동단장 일동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권술용 생명평화결사 순례단장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
유흥희 민주노총 비정규직투쟁본부 기륭전자분회장
전재숙 용산참사 유족대표
조희연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대표
지영선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덧붙이는 글 | 2012 생명평화대행진의 참가신청 및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식카페인 http://cafe.daum.net/walk4peace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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