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바깥양반은 집이 수몰되는 것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고민이 많았다. 저수지 둑을 높인다면 물속에 들어가야 한다. 내 혼자는 안 갈 거다. 동의한 사람과 같이 들어갈 것이다. 억울하다. 살길이 막막하다. 둑 높이기 사업을 당장에 취소해야 한다. 더 이상 하지 말라."

하동 옥종면 궁항리에 사는 임옥순(63)씨가 17일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 때 마이크 앞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한 말이다. 임씨는 지난 7일 새벽 남편 심재성(73)씨를 갑자기 잃고(상세불명 심장마비), 장례를 치르고 마음을 추스린 뒤 이날 기자회견장에 선 것이다.

'4대강 저수지 둑 높이기 턴키입찰 제4공구 하동 궁항저수지사업 백지화 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동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으로 수몰 대상 지역에 포함돼 오랜 시간 고통과 분노 속에 살아온 심재성(작고)씨가 추석 명절 뒤인 지난 7일 새벽 원인미상의 심장마비(추정)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며 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사진은 고인의 부인인 임옥순씨가 발언하는 모습.
 '4대강 저수지 둑 높이기 턴키입찰 제4공구 하동 궁항저수지사업 백지화 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동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으로 수몰 대상 지역에 포함돼 오랜 시간 고통과 분노 속에 살아온 심재성(작고)씨가 추석 명절 뒤인 지난 7일 새벽 원인미상의 심장마비(추정)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며 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사진은 고인의 부인인 임옥순씨가 발언하는 모습.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4대강사업 저수지 둑 높이기 턴키입찰 제4공구 하동 궁항저수지사업 백지화 대책위원회'(위원장 김봉용)는 임씨를 포함한 마을 주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했다.

심재성(사망)․임옥순씨 집은 궁항저수지 바로 옆에 있는데, 둑 높이기 사업으로 수몰대상지에 들어간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추진하고 있으며, 경상남도가 사업을 승인했다.

심씨는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반대해 왔다. 심씨는 사망하기 전 공책에 "현재 수몰지구에는 사기꾼이 판을 치고 있다.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다. 수몰민들은 어떻게 살아가느냐"면서 "저수지 바닥을 파면 서로 좋을 것이고, 둑을 높이는 것보다 많은 물을 저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써놓기도 했고, 방 바닥에 "저수지 공사 사기꾼 정리 바람"이라고 써놓기도 했다.

김봉용 위원장은 "한 두 사람이 동의했다고 해서 무작정 사업을 진행하면 안된다. 우리는 공사가 중단될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날 주민대책위는 회견문을 통해 "심재성씨는 칠순을 넘겼지만 최근까지 어디가 크게 아프거나, 병원을 찾는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매우 건강했다. 원인모를 심장마비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 마을주민들은 큰 충격 속에서 천갈래 만갈래 찢어지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 하동군 옥종면 궁항리 오율마을 심재성씨가 지난 7일 갑자기 사망했다. 그는 생전에 공책에 '궁항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반대하며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써놓았다.
 경남 하동군 옥종면 궁항리 오율마을 심재성씨가 지난 7일 갑자기 사망했다. 그는 생전에 공책에 '궁항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반대하며 정부를 비난하는 글을 써놓았다.
ⓒ 진주환경연합

관련사진보기


주민대책위는 "고인의 집은 저수지사업으로 수몰되는 주택 3가구 가운데 하나다. 더구나 고인은 지난 1998~2000년 궁항저수지가 처음 생겼을 때 이미 피해(간접)를 입은 적이 있다"며 "당시 고인의 집은 저수지 바로 곁에 있어 간신히 수몰을 면했지만 저수지를 사이에 두고 마을과 떨어져 외톨이가 되다시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인의 집과 남새밭은 당신의 유일한 재산이었다. 물론 보상을 받겠지만 그것으로는 다른 곳으로 이주하여 살 집을 새로 구하고 농지를 마련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웠다"며 "고인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공론화됐던 지난 2009년 7월 이후 생업까지 모두 포기하고, 당신 집을 지키기 위해 사실상 '칩거 농성 생활'을 해왔다"고 덧붙였다.

주민대책위는 "지난 7월 25일 궁항저수지사업까지 인허가가 나면서 큰 충격을 받았고, 이후 깊은 고민 속에서 생활해 왔다"며 "며칠 전 추석 명절을 쇠면서 '어쩌면 고향에서 보내는 마지막 명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실향민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걱정이 많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민대책위는 "실제 돌아가시기 전날 밤, 고인은 인터넷에 올릴 것이라며 직접 작성한 글을 마을이장한테 보여주었다"면서 "일방적인 저수지사업으로 주민 생존권을 벼랑 끝으로 매몰고 있는 정부와, 몇 푼 안되는 보상금에 현혹되어 정부정책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일부 인사에 대한 깊은 원망과 분노가 담겨 있는 글이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고인은 며칠 뒤부터 집 밖으로 나가 주민대책위 활동에도 직접 참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다음 날 새벽, 고인은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운명을 달리했고, 인터넷에 올리겠다던 글은 '유서 아닌 유서'가 되고 말았다"고 덧붙였다.

'4대강 저수지 둑 높이기 턴키입찰 제4공구 하동 궁항저수지사업 백지화 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동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으로 수몰 대상 지역에 포함돼 오랜 시간 고통과 분노 속에 살아온 심재성(작고)씨가 추석 명절 뒤인 지난 7일 새벽 원인미상의 심장마비(추정)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며 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4대강 저수지 둑 높이기 턴키입찰 제4공구 하동 궁항저수지사업 백지화 대책위원회'는 17일 오전 경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하동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으로 수몰 대상 지역에 포함돼 오랜 시간 고통과 분노 속에 살아온 심재성(작고)씨가 추석 명절 뒤인 지난 7일 새벽 원인미상의 심장마비(추정)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며 사업 백지화를 촉구했다.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주민대책위는 "심씨와 같은 안타까운 죽음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며 "4대강저수지사업이 지역실정을 무시하고, 지역주민 의사에 철저히 반하며 온갖 반칙이 동원된 가운데 일방 추진됨으로써 생전의 고인에게 엄청난 고통과 분노를 안겨주었다는 사실만큼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주민대책위는 "천하에 몹쓸 4대강저수지사업이 즉각 중단되고, 전면 백지화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농어촌공사는 하동저수지사업을 즉각 중단하고, 백지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농어촌공사는 심재정씨의 사망은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은 4대강사업의 하나로, 농어촌공사가 추진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경남도로부터 사업 인가를 받고, 사업 시행을 위한 시공측량을 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총 240억 원을 들여 현재의 저수지 둑보다 6.8m를 더 높인다.

경남 하동군 옥종면 궁항리 오율마을 심재성씨가 지난 7일 자신의 집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심씨는 평소 4대강사업의 하나인 ‘궁항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반대해 왔다. 심씨 집(붉은색 원안)은 저수지와 인접해 있어 수몰 대상지에 들어간다.
 경남 하동군 옥종면 궁항리 오율마을 심재성씨가 지난 7일 자신의 집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심씨는 평소 4대강사업의 하나인 ‘궁항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반대해 왔다. 심씨 집(붉은색 원안)은 저수지와 인접해 있어 수몰 대상지에 들어간다.
ⓒ 진주환경연합

관련사진보기




태그:#4대강정비사업, #저수지둑높이기사업, #궁항저수지, #한국농어촌공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