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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부터 외면당한 사람들이 생명평화대행진을 통해 함께 위로하고 힘을 얻고자 합니다."

10월 4일 강정을 출발한 2012생명평화대행진단(이하 평화대행진단)이 16일 불산소동의 지역인 구미(15일)를 거쳐 청도 송전탑 대치현장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한 후 대구에 도착했다.

생명평화대행진단이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율동으로 풀어내고 있는 모습
▲ 평화대행진단의 율동모습 생명평화대행진단이 강정마을의 이야기를 율동으로 풀어내고 있는 모습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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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지역 지지방문자들과 함께 콘서트 형식으로 집회를 가진 평화대행진단(http://cafe.daum.net/walk4peace/)은 행사 1시간 전부터 지나는 시민들에게 자신들이 준비해 온 유인물을 나눠주며 제주해군기지 반대 서명활동에 시민들이 적극 동참해 줄 것을 호소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시민들에게 제주 강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거리에서 난장을 편 채 이색적으로 타로 점 봐주기, 피아노 쳐보기 코너, 강정과 지역 투쟁 사업장에 지지의 글쓰기 이벤트까지 열었다.

"여러분들의 작은 힘이 제주를 지켜냅니다"

이날 행사장에는 영덕 핵발전소 반대와 청도, 밀양 송전탑 투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역민들까지 참여해 평화대행진에 열기를 고조시켰다.

문정현 신부는 대구 방문 소감을 묻는 행사 진행자의 질문에 "곳곳에 아픈 곳이 많은데 이런 곳에 마음을 두지 않고 외면한다면 그 사회가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다 같이 모여지면 터질 것 같은데 왜 그게 안 되는가?"라며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 현안의 문제를 마음 아파했다.

행사 마무리에 강정마을 사람들이 시민들 앞에서 강정마을 이야기를 율동으로 꾸며 선보이고 있다.
▲ 강정마을 사람들이 율동을 선보이고 있는 광경 행사 마무리에 강정마을 사람들이 시민들 앞에서 강정마을 이야기를 율동으로 꾸며 선보이고 있다.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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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강정마을에 구럼비를 발파하려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일반 시민들에게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는 참가자들
▲ 강정마을 지키기를 호소하고 있는 참가자들 제주 강정마을에 구럼비를 발파하려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일반 시민들에게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는 참가자들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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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신부는 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우리 주위에 외로운 싸움을 벌이고 있는 노동자, 농민, 시민들의 어려움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마음 아프다"고 강조하면서 "정규직, 비정규직 할 것 없이 힘겹게 투쟁을 벌이고 있는 현장이 많다. 우리의 목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언론, 정치인, 종교인들이 외면 말고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평화대행진단에 합류에 언론담당을 맡고 있는 한선남(딸기)씨는 "우리가 2007년부터 힘겹게 싸워왔지만 우리의 세상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우리의 대행진이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설명하면서 "우리의 대행진에 최대 목표는 19, 20일 지리산과 남원 실상사에서 갖는 민회(民會)를 통해 우리의 요구를 결집시켜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평화활동가 제이씨는 "제주 방문의 기회를 통해 강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마음이 아파 동참하게 되었고, 이곳 평화대행진까지 합류하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예전보다 대행진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이 씁쓸함보다는 따뜻함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강정의 아픔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는 무용가 박정희씨
▲ 무용가 박정희씨의 몸짓공연 강정의 아픔을 춤으로 표현하고 있는 무용가 박정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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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참가자로서 현장에 있던 정수근 대구환경연합 생태보전국장도 "청도를 비롯한 밀양의 싸움의 현장에는 나이 많으신 할머니들과 같은 어르신들이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고 있는 곳이 많고, 이들의 싸움에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고통을 겪고 있다"고 부연 설명하면서 "평화대행진단의 방문을 통해 외롭게 싸워가고 있는 이들이 힘을 얻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문정현 신부와 함께 평화대행진단에 주축으로서 참여한 강동균 제주강정마을회장은 "하나하나의 힘은 약하지만 여럿이 힘을 합쳐 희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걷는 목적이기에 모두가 우리와 함께 동참해 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 "정부에서는 안보를 위한 사업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오히려 안보를 위협하는 사업이고 평화사업 체제에는 걸맞지 않기에 우리는 강정이 작은 마을이지만 그곳에서 평화가 지켜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함세상이 강정이야기를 관객들에게 풀어내고 있는 광경
▲ 강정마을의 이야기 함세상이 강정이야기를 관객들에게 풀어내고 있는 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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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는 함세상의 제주강정이야기 공연, 가수 박성운, 마린, 문진우의 노래공연과 평화대행진 지지발언, 박정희 무용가의 몸짓공연, 강정마을 평화행진단의 몸짓 공연 등으로 대구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평화대행진단은 춘천, 홍천(20일), 평택(28일), 수원(30일), 여의도(11월 2일, 3일)를 거쳐 용산-국방부-서울시청광장에서 민의를 모아갈 예정이다.

2012생명평화출정선언문

2012생명평화대행진을 시작합니다!

2012년 대한민국은 아픕니다!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과 뭇 생명들의 탄식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정리해고로 인해 일터에서 쫓겨난 쌍용자동차의 노동자들, 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는 강정마을 주민들, 개발이익을 위한 맹목적 강제철거로 인해 쫓겨나고 죽어간 용산철거민들의 아픔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습니다. 뿐만 입니까?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은 갈수록 악화되고, 자신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은 더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생명의 젓줄이라는 4대강은 거대한 연못이 되어 죽어가고 있으며, 고압송전탑과 핵발전소 그리고 골프장은 지역주민공동체와 생태계에 대한 극심한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그야말로 전국 방방곡곡에서 빼앗기고 쫓겨나고 내몰리는 사람들의 절규가 터져 나오고 있으며 부수어지고 찢겨진 뭇 생명들의 눈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권의 폭정과 실정에 시달리는 이 땅의 민초들에게 대선후보들은 다른 세상을 약속하며 희망을 가지자고 말합니다. 그러나 수많은 공약과 각종 제안들이 떠들썩함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자리에서 빼앗기며 고통 받고 있는 현장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의 요구에 대한 반영이 없으니 구체적인 해법 제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성정치권의 추상적인 구호와 모호한 공약 보다 구체적인 실천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정규직과 정리해고를 철폐하고, 제주해군기지를 백지화하며, 강제철거를 금지하고, 4대강을 원상회복하며, 핵발전을 폐기하고, 무분별한 골프장 건설을 중단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함께 사는 삶을 위한 제도적 조건과 생태적 기반을 구축해야 합니다. 

저 여의도와 광화문의 권력자들에게 기대기 전에 돈을 위해 삶을 파괴하는 죽음의 흐름을 우리 스스로 멈추어 내고자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걸을 것입니다. 강정에서 서울까지 쫓겨나고 내몰리는 사람들 모두가 함께! 그래서 우리는 만날 것입니다. 이 땅 곳곳에서 전쟁과 같은 일상을 견뎌야 하는 이들 모두가 서로! 그래서 우리는 함께 살 것입니다. 쫓겨나고 내몰리는 모든 사람들과 뭇 생명들이 하늘이 되는 그런 세상을!

이제 고통의 현장으로부터 민초들의 자구적인 연대를 시작합니다. 2012 생명평화대행진은 이 땅에 함께 살기 위한 민초들의 소박한 염원들이 만들어가는 자발적 연대의 몸짓입니다. 우리는 10월 5일 제주에서 시작하여 11월 3일 서울광장에 도달할 것입니다.  비록 한 달 남짓의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그 시간을 통과하며 우리는 이 참혹한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민초들이 함께 어울려 웃고 울고 즐기고 분노하며 공감할 수 있는 공동행동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기쁘고 즐겁게 연대할 것입니다. 우리는 노래하고 춤출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 남단의 섬, 제주에서 우리의 첫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그렇게 한 걸음씩 걸어가겠습니다. 전국을 돌며 대한민국 곳곳 현장의 고통에 기꺼이 함께 할 것입니다.

이 즐겁고 따뜻한, 가난하고 용감한 연대에 각계각층 시민들이 함께하기를 기대하고 호소합니다.

-함께 살자, 모두가 하늘이다!

-함께 걷자, 강정에서 서울까지!

2012년 10월 5일  2012생명평화대행진 참가자 일동

                                                                                                          생명평화대행진 제공




태그:#제주강정, #구럼비, #해군기지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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