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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학교 앞마당에서 몸통 지르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 마을학교 앞마당 마을학교 앞마당에서 몸통 지르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
ⓒ 김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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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 선생님이 "몸통 13번 지르기"라고 외친다. 그러면 마을초등학교 친구들은 몸통 지르기를 하면서 목에 핏대를 세우며 우렁차게 외친다. 아름다운마을초등학교 수유터전에서는 작년 겨울학기부터 매주 목요일 오후 시간에 '태권도와 몸놀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날씨와 여건에 따라 마을학교 앞마당, 마을서원, 한신대 운동장 등을 넘나들면서.

마을학교 아이들 중에는 태권도 학원에 다녔거나 지금 다니는 이들도 있고, 학원은 근처에도 안 간 이들도 있다. 게다가 기량에 대한 수준 차이, 태권도에 대한 흥미 차이도 컸지만, 마을학교에서 수업으로 함께 배우며 누리는 유익이 크다. 아이들이 하교 후에 별도로 과외 형식으로 배워야 하는 것을 지양하고, 필요하다면 학교에서 다 함께 배울 수 있도록 수업을 연 것이다. 아이들에게 적합한 몸 수련으로서 태권도를 같은 리듬을 타며 조금씩이라도 배우는 것 자체가 큰 기쁨이다. 나아가 태권도의 고유한 정신을 배우고 몸에 새기는 공부, 조금씩 익숙해지고 단단해지며 성장하는 즐거움도 크다.

인내, 예의, 백절불굴 정신 배워

우리나라 고유의 무예인 태권도의 기본 정신 중 수업 때 강조하는 것은 '인내, 예의, 백절불굴'이다. 한창 뛰어다니고 마음껏 활발하게 움직이고 싶어 안달 나 있는 아이들에게 그런 정신을 구현하기란 처음부터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그만큼 더 큰 수련과 공부가 되고 있는 것이리라.

처음에 수업은 눈을 감고 몸과 마음을 차분히 한 후에 호흡을 깊게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일종의 명상 효과 덕분일까. 그 후부터는 집중을 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본 동작인 앞서기부터 지르기, 막기, 발차기, 품세, 겨루기까지 수준과 속도에 맞추어서 한 단계씩 차근차근 배우고 있다.

배웠던 동작을 복습하거나 한 동작을 오래 반복하면 아이들은 쉬이 지루해하고, 힘들어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이럴 때 거듭 환기하는 것이 태권도의 기본 정신은 인내라는 것! 그러다 보면 아이들도 하릴없이 한번 참아보자는 깜냥으로 그 순간을 넘어 보려 애쓴다. 또 옆에 있는 친구들이 잘하면 은근한 경쟁의식이 발동하여 더욱 잘 견뎌 보려고 힘을 내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내와 끈기를 배우며 몸에 새긴다.

마을학교 아이들에게는 예를 갖추어서 수업하는 것이 다른 교과목을 통해 이미 충분히 체득되어 있긴 한데, 태권도 시간에는 더욱 유념하고 있다. 매일 수업 시작할 때 선생님이 "공수"라고 외치면, 아이들은 공손하게 손을 모아 배에 올려 놓은 후 허리를 90도로 굽혀 "정성껏 배우겠습니다"라고 인사한다. 수업 마칠 때는 역시나 공수한 채로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리듬감을 살려 인사한다. 선생님과의 수업 예의는 인사말에도 깊이 깃들어 있으며,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예를 다해서 만나려고 한다.

백절불굴의 정신은 하기 싫은 것이나 잘 안 되는 것을 피하지 않고 부딪혀서 해 보는 훈련을 통해 함양된다. 아이들에게 가장 쉽지 않은 훈련이 동작과 자세를 절도있게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어색하면 멋쩍은 표정을 짓기 일쑤였고, 모든 동작이 맥없이 흔들거리거나 끊어짐 없이 늘어지는 모양새가 더 자연스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절불굴의 정신으로 절도 있는 동작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우선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물고, 눈에서 광선이 나올 것같이 힘을 바짝 주면서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며 동작을 딱딱 끊어서 취한다. 처음에는 장난기 가득 품고 째려보는 것 같았으나, 이제는 모두 눈빛에 힘이 있고 다소 진지한 표정이 묻어나며, 동작에도 제법 절도가 느껴진다.

서로 다리를 더 잘 찢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들
▲ 다리 찢기 서로 다리를 더 잘 찢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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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수없이 많이 꺾여도 굴하지 않고 이겨 나가는 정신으로 눈에 띄는 변화를 만들어낸 아이도 있다. 태권도 발차기를 제대로 구사하기 위해서는 일명 발 찢기가 필수인데, 그 아이는 발이 딱 90도 직각만 벌어졌다. 이상하다 싶어서 한쪽 발을 들어 좀 더 넓게 억지로 벌렸더니 직각을 유지한 채, 다른 쪽 발이 그대로 따라왔다. 웃음을 참으며 '이 아이에게는 90도가 한계구나' 싶었는데, 스스로 각성하여 포기하지 않고 잠자기 전과 수시로 다리 스트레칭을 하더니 이제는 120도를 거뜬히 넘겨 벌린다. 친구의 놀라운 변화를 지켜본 아이들은 너도나도 더 열심히 유연성을 키우고 있다. 너무 욕심부리지 않고 몸이 허락하는 한에서 서로 힘차게 당겨주고 쭉쭉 늘려주면서.

반복을 통해 한 몸 되는 수련

무언가를 꾸준히 반복하는 모든 것은 다 수련이다. 태권도(跆拳道)는 발(跆)과 주먹(拳)으로 이루어진 어떤 길(道)을 따라서 여러 기술을 반복 수련하기에 좋은 무도이다. 특히 품세는 상대방이 사방에서 공격해 올 것을 상상하며 그에 대응하는 적절한 방어와 공격하는 동작으로 구성되어, 기술의 향상과 응용력 배양 등을 꾀할 수 있다.

지금까지 마을학교 수업에서 유급 품세인 태극 1,2장을 배웠고, 요즘은 태극 3장을 배운다. 이미 품세를 잘 아는 아이들은 동작의 완성도를 엄격하게 높이는 데에 목표를 두고, 처음 배우는 아이들은 품세를 정확히 외우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수준 차이가 없을 수 없지만, 자기의 몸을 친구에게 비추는 경험은 자신을 더욱 잘 볼 수 있게 해 준다.

품세를 집단이 동시에 할 때에는 시작과 끝 그리고 중간 과정에서 서로 호흡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같이 시작해서 같이 끝내는 것이 쉽지 않지만, 여러 번 반복하며 앞뒤 옆의 친구들을 의식해서 속도를 조절하다 보면 마지막 동작이 동시에 마쳐질 때도 있다. 그때 느껴지는 감동과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또한 자신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지 않고, 가까이 있는 친구 몸에 비추면서 '나는 어떻게 다른지, 친구는 얼마나 잘하는지' 등을 가늠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면서 덩달아 한몸 되는 경험도 누린다. 한몸은 하나의 몸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큰 몸이라는 뜻도 있다. 다른 이들과 하나의 몸이 되어보는 경험과 자신의 몸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존재로 확장되는 수련은 언제나 유쾌하다. 사랑하고 친근한 마을학교 친구들과 함께하니 더더욱.

사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마을학교에서 친구들과 모두 다 같이 인내와 예의 등 태권도 고유 정신을 배우는 데에 중점을 두고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 정신 수양 사교육이 필요 없을 정도로 마을학교에서 친구들과 모두 다 같이 인내와 예의 등 태권도 고유 정신을 배우는 데에 중점을 두고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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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아름다운마을신문에도 기고하였습니다.



태그:#마을학교, #태권도 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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