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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반하장입니다. 15일 MBC <뉴스데스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날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과 관련해 MBC가 <뉴스데스크>에서 보도한 리포트는 모두 4꼭지. 문제는 이 중에서 3꼭지가 MBC 경영진 입장을 반영한 리포트였다는 점입니다. 조중동의 지면 사유화 못지않은 방송 전파의 사유화입니다.

이날 MBC <뉴스데스크>가 헤드라인으로 보도한 "'NLL 국정조사' … '선심성 매각'" 리포트는 "NLL과 정수장학회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격랑에 휘말리고 있다"는 식의 전형적인 정치공방과 양비론 보도입니다.

NLL과 정수장학회를 동일선상에 놓고 정치공방 위주로 보도하는 프레임도 문제가 심각하지만, 일단 이 자리에서는 논외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3개의 MBC 리포트는 정말 문제가 심각합니다. 전파 사유화에 사실왜곡 보도까지. 이 정도면 정말 '막 가자는 거나' 다름없습니다.

'막 나가는' MBC <뉴스데스크>

2012년 10월15일 MBC <뉴스데스크>
▲ MBC 2012년 10월15일 MBC <뉴스데스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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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MBC <뉴스데스크>의 두 번째 리포트는 '한겨레 도청 의혹 수사의뢰'입니다. MBC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추진을 보도한 한겨레 취재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는 내용인데, MBC가 밝힌 이유를 보면 어이가 없습니다.

"반사회적인 범죄인 도청의혹에 엄정대응하고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악용하려는 세력이 누구인지 밝혀내기 위해" <한겨레> 기자를 검찰에 고발한다는 건데 … 적반하장이라는 사자성어는 이럴 때 사용하라고 있는 말 같습니다.

MBC의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추진과 관련해 도청의혹은 본질이 아닐 뿐만 아니라 일방적인 MBC의 주장일 뿐입니다. "대화를 직접 도청하거나, 도청한 내용을 그대로 기록한 문건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는 게 MBC의 주장이죠. 말 그대로 추정일 뿐입니다.

이런 리포트가 메인뉴스 두 번째로 배치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이미 <한겨레>가 "필요하다면 적절한 시기에 취재과정을 공개할 수 있다"고 밝힌 상황에서 취재기자를 고발하기로 한 MBC의 조치는 고소·고발을 통한 '언론 입막음용'이라고 밖에는 달리 해석이 안 됩니다.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추진과 같은 어마어마한 일을, 대선을 앞두고 밀실협상으로 추진하다 '발각'이 되니, 엉뚱한 도청의혹으로 물타기를 시도한다는 얘기입니다. 

MBC, 대화록에 뻔히 나오는 내용도 부인

2012년 10월15일 MBC <뉴스데스크>
▲ MBC 2012년 10월15일 MBC <뉴스데스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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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가 15일 <뉴스데스크>에서 3번째로 보도한 "'교묘한 왜곡…정치논란 증폭'" 역시 문제가 있는 리포트입니다.

<한겨레>가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MBC 기획홍보본부장 등의 지분 매각 논의를 보도하면서 '전국 대학생들 대상으로 반값 등록금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부산 경남 지역 대학생들'에 한정하면서 내용을 교묘히 왜곡하고 지역주의를 조장했다는 주장인데, <한겨레>가 15일자에 공개한 대화록에 분명히 나오는 내용마저 부인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이상실' 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MBC는 해당 리포트에서 <한겨레> 보도를 반박한 다음 "한겨레가 대선국면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정치적 논란을 증폭시키기 위해 불법 도청으로 의심되는 녹취록을 입수한 뒤 교묘히 왜곡해 부각시킨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실 MBC의 이 리포트는 굳이 다시 언급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수준이 낮은' 리포트입니다. 뻔히 대화록에 나오는 내용마저 일방적으로 부인하고 있으니 솔직히 할 말이 없습니다.

<한겨레>가 전문을 공개하다시피 한 15일자 지면과 오늘자(16일) 3면에 실린 <한겨레>의 반박( MBC의 '적반하장' "한겨레가 왜곡보도")만 봐도 MBC 보도가 얼마나 문제가 있는 지 단박에 알 수 있습니다.

한겨레 2012년 10월15일자 4면
▲ 한겨레 한겨레 2012년 10월15일자 4면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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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물 처분' '밀실협상' 비판에는 침묵... 지배구조 개선 운운 

이날  MBC <뉴스데스크>에서 가장 한심했던 건, 4번째 리포트였습니다. 인터넷에는 이 리포트 제목이 "지배구조 개선이 목표...지분 매각서 해법 찾아야"로 돼 있지만, 방송에서는 별다른 제목 없이 나갔습니다. 일종의 'MBC 입장 표명' '사고'와도 같은 리포트였는데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추진과 관련한 MBC의 항변(?)이 담겨 있습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012년 10월15일 MBC <뉴스데스크>
▲ MBC 2012년 10월15일 MBC <뉴스데스크>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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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의 MBC지분 매각 논의는 MBC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실제로는 100% 광고에 의존하는 민영방송으로 운영되면서, 사실상 정부가 대주주인 지배구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이라는 게 MBC의 입장입니다 … 방문진이 보유한 MBC 지분 70%를 정리하는 건 관련법 개정과 정치권의 합의 등이 필요해 시간과 노력이 요구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MBC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재단법인인 정수장학회 지분 30%를 정리하는 데서 단초를 찾아야한다는 게 MBC경영진의 판단입니다."

뭐 … 좋습니다. 백 번을 양보해 MBC의 입장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죠. 문제는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MBC가 침묵하고 있다는 겁니다. MBC 민영화 추진과 관련해 김재철 사장 연임 및 대선과 연관된 정치적 해석은 논외로 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민영화 추진은 MBC 공공성 훼손과 자본 지배강화와 같은 미디어공공성 측면에서도 위협이 될 만한 요소가 상당히 많습니다.

아무런 지분도 없는 MBC 경영진과 정수장학회 사이에 밀실협상으로 추진될 일이 아니라 언론계와 정부, 정치권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을 거쳐야 할 사안이라는 겁니다.

리포트에 참여한 기자들 반성해야

그런데 MBC는 "사실상 정부가 대주주인 지배구조,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시작" "정수장학회의 MBC 지분 매각건은 MBC 문제뿐만 아니라 정수장학회도 관계된 사안인 만큼 미리 공개할 사안은 아니라는 입장" 따위의 엉뚱한(?) 보도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점입가경 MBC, 적반하장 MBC입니다.

경향신문 2012년 10월16일자 3면
▲ 경향신문 경향신문 2012년 10월16일자 3면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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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경영진보다 저를 더 씁쓸하게 하는 건, 이런 리포트에 참여한 MBC 기자들(현원섭, 박상규, 조문기)입니다. 이들이 MBC 경영진을 위한 리포트를 작성하고 있을 때 동료 언론인들(MBC노조)은 김재철 사장 퇴진을 위한 밤샘농성에 돌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입니다. '이미 해직된 기자' '해직을 각오한 기자', 그리고 '경영진을 위한 기자' - MBC에는 이렇게 세 부류의 언론인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영방송 MBC의 매각이 정부, 여당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박 후보가 김 사장이나 이명박 대통령과 사전에 충분한 교감을 나눴을 것"이라는 MBC노조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론이라면, 그리고 언론인이라면 MBC경영진의 입장을 전달할 게 아니라 보도의 초점이 이런 쪽을 향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이런 합리적 주장과 의심이 MBC 경영진과 '그들의 기자' 귀에는 들리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홈페이지에도 올렸습니다.



태그:#정수장학회, #MBC, #김재철,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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