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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병무청은 지난달 2012년도 모범병사 병영생활 추억 만들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우리 사회의 자랑스런 자원병역이행자 100명의 모범병사가 한 자리에 모여 서울, 논산, 공주, 부여, 대전을 돌며 3박4일간 문화체험을 즐겼다. 흐뭇해하는 병사들을 보며 군에 있는 아들이 생각났다. 휴가 나오면 꼭 문화투어를 시켜주고 싶었다. 최근 읽은 <희망의 인문학>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도 나를 설득했다.

사회비평가이자 소설가인 얼 쇼리스는 빈곤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여죄수와 마주 앉았다. "사람들이 왜 가난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정신적인 삶이 없기 때문"이라는 의외의 답을 했다. "정신적인 삶이 뭐냐"고 재차 묻자 "연주회, 박물관, 강연 같은 거죠. 그냥 인문학"이라는 말에 쇼리스는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빈곤은 밥과 돈의 문제이기 이전에 생각과 정신의 문제로 여기고 인문학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 결과 대성공을 거두었다. 사람이 삶의 지표를 찾는 데 인문학의 힘은 그 무엇보다 소중함을 발견했다는 이야기이다.'정신이 흔들리면 총구가 흔들린다'는 말도 생각났다.

작년 이맘 때 입대해 상병을 달고 정기휴가를 나온 아들을 위해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선물을 주고자 계획했다. 휴가 첫날인 10월 4일부터 일정이 시작되었다. 대입과 입대로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생활을 잠시 접고 있지만 오마이뉴스와 인연이 있기에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북콘서트에 간다고 하니 아들은 무척 좋아했다.

서울 백암 아트홀에서  열린 '같이 살자'를 주제로  열린 북콘서트 장면
 서울 백암 아트홀에서 열린 '같이 살자'를 주제로 열린 북콘서트 장면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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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창하는 가수 이은미씨
 열창하는 가수 이은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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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백암아트홀에서 열린 이 행사에서는 배우 박중훈, 가수 이은미, 조국 교수가 나와 '함께 살자'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송호창 국회의원이 2010년 미국 코넬대학교 방문연구원으로 건너가 2년간 머무르며 경험한 이타카 마을의 공동체 삶을 담은 책 <같이 살자> 출판기념으로 열린 행사였다.

집 앞마당에는 사슴이 노닐고 낡은 차와 가구들을 사랑하는 사람들. 대형마트가 들어서려하자 시장이 먼저 불도저 앞에 눕고 연필 한 자루도 지역에서 구입하는 주민들 미국뉴욕주북부에 위치한 이타카 마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도 저런 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하는 이은미씨를 보니 혼이 느껴집니다. 어떤 일을 하든 최선을 다해야겠습니다. 송 의원님의 '연간 책 50권을 읽는 사람은 스스로 알아서 하니 따로 교양 교육이 필요 없다'는 내용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조국 교수님의 '정치가는 시대정신이 필요하다. 우리가 낸 세금이 어디에 쓰이는지 알기 위해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앞으로 닥칠 일을 아무 꺼리낌 없이 나아가라는 내용의 연설문도 기억에 남는다"고 소감을 말했다.

여의도불꽃축제
 여의도불꽃축제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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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6일은 세계불꽃축제를 보러 여의도로 향했다. 몰려든 인파에 치여 움직일 수조차 없었지만 우리 가족은 팡팡 터지는 불꽃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조국의 부름을 받고 입대한 대한의 아들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무사하기를 염원했다.

부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부천시 원미구 체육대회
 부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부천시 원미구 체육대회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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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부천시 원미구 체육대회
 부천 시민운동장에서 열린 부천시 원미구 체육대회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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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8일은 부천 원미구 체육대회, 10월 9일은 부천 지하철(7호선) 개통기념 시승식에 다녀왔다. 청소년 교육에 몸담고 있는 나는 지역에 대한 소속감이 있는 학생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했기에 고장 나들이를 필수 프로그램으로 운영한다. 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장의 모습과 발전상을 보며 애향심을 기르는 것 같다.

부천 상동도서관에서 열린<나는 읽는 대로 된다>저자 강연회
 부천 상동도서관에서 열린<나는 읽는 대로 된다>저자 강연회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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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0일은 2012 독서의 해를 맞아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강연회에 참석했다.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의 저자 이희석씨가 강사로 '나를 업그레이드하는 3가지 독서법'에 대해 설명했다. 이씨는 독서가들에게 중요한 것은 정보의 습득이 아니라 어떤 정보를 해석하고 재가공하는 사고력과 창의력, 상상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아들은 "20살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책에 눈을 떠 25세에 첫 책을 낸 작가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듭니다. 작가님이 소개한 월요일에 책 한 권을 정해서 다 못 읽어도 일주일간 끝을 내고 다시 새로운 책에 도전하는 위크 엔드 독서법을 활용해야겠습니다. 리콴유 싱가포르 전 수상의 '싱가포르는 나의 독서의 산물'이라는 말이 뇌리에 남습니다. 오늘 추천 받은 <인생 수업>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마지막 강의> 꼭 읽어보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한국만화박물관 최규석 작가 전시회
 한국만화박물관 최규석 작가 전시회
ⓒ 최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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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투어 마지막 날은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내가 살고 있는 부천은 13개의 박물관이 있다. 집에서 도보로 10분여 거리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에 갔다. 역시 신분은 못 속이는지 아들은 최규선 만화가의 <국방의 의무>라는 작품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아들이 "군에 가면 썩는다"는 말에 아버지가 "나라 지키는 게 젤로  중요한데 우째 썩는다"고 하느냐 항변하는 내용이었다. 

아들은 다음 휴가는 4개월 후 정도가 될 거라며 11일 귀대했다. 나는 외아들 하나만 둔지라 피붙이가 그립다. 아들을 군에 보내고 우리 부부는 자식에 대한 애틋함이 더 간절해졌다. 자식 없으면 할 일이 없겠다는 말을 자주한다. 자식이 학교에 가면 부모도 학생이 된 것 같고 자식이 군에 가면 부모도 군인정신으로 사는 것 같다. 군복만 봐도 눈길이 머무니까. 엄마와의 문화체험을 자양분으로 군 생활 잘하기를 바란다. 


태그:#상병 엄마가 전하는 병영일기 , #같이 살자, #북콘서트, #모범병사 문화체험 , #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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