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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 가입 불가'
'복장이 단정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화장 징계'
'재학생 간 결혼 금지'

많은 대학들이 과거 군사독재 시절 만든 학칙조항을 수십 년째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전면 위배된다. 이를 두고 학칙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정진후 의원(무소속)은 9월 한달 동안 전국 4년제 180개 국·공·사립대학 학칙을 분석한 정책자료집 <대학민주화 실태진단 - 대학구성원 학교운영 참여를 중심으로>를 발간했다.

정진후 의원에 따르면 조사 대학 10곳 중 7곳이 넘는 꼴로 학생 자치활동을 제한하는 학칙이 운영됐다. 집회 사전 승인 조항을 둔 대학은 74.4%(134개교), 게시물·광고 사전 승인 조항을 둔 대학은 72.7%(131개교)다. 학생단체 조직과 관련해 사전 승인을 못 박은 대학은 78.3%(141개교)다.

'정당가입 불가''재학생 간 결혼 금지'... 학생 기본권 제약하는 학칙 상당수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정진후 의원(무소속)이 발간한 정책자료집 <대한민주화 실태진단 - 대학구성원 학교운영 참여를 중심으로> 중 일부내용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정진후 의원(무소속)이 발간한 정책자료집 <대한민주화 실태진단 - 대학구성원 학교운영 참여를 중심으로> 중 일부내용
ⓒ 정진후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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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는 대학도 상당수였다. 10곳 중 5곳 꼴인 100개교(55.6%)는 학생의 집단적 행위나 농성 등 정치활동을 금지했다. 62개교(34.4%)는 학생이 정당 또는 정치적 사회단체 가입하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23개교(12.8%)는 '학교운영 관여불가' 조항을 명시했다. '고등교육법'과 '사립학교법'이 학생의 학교운영 참여를 보장하고 있음에도, 하위규정인 학칙이 이를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대학에서는 학생들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조항들까지 학칙으로 규정했다. 광주여대는 "복장이 단정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화장은 징계"한다고 규정하며, 성결대는 "재학생 간의 결혼을 학칙으로 금지한다"고 돼있다. 한려대는 "허가 없이 방송에 출연한 자는 징계한다"고 조항에 명시했다. 총학생회 선거 출마 자격을 학점으로 제한하는 대학도 75개교에 달했다.

이처럼 학생 기본권을 제한하는 조항이 폐지되지 않는 한, 대학당국의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조항의 실효성이 부활할 수 있다고 정 의원은 지적한다.

실제로 중앙대는 2011년 11월 학내에서 '대학 구조조정 반대 토론회'를 주도한 학생 백 아무개씨 등 3명을 두고 징계 여부를 논의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은 올 2월 '총장퇴진 학생문화제'를 불허했다. 서강대는 9월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행사는 학내에서 열 수 없다"며 김제동 콘서트 개최를 불허한 바 있다.

학생 징계과정 관련 학칙 역시 학생들에게 불리하다. 불합리한 조항으로 징계를 당해도 학생 스스로 소명하기 힘든 구조다. 대학의 절반 이상인 51.7%가 학생의 소명기회를 명시하지 않거나, 학생징계위원회 등에서 필요에 따라 부여하도록 규정했다. 민주적 절차가 아닌 학교 측의 일방적인 입장에 따라 학생 징계가 진행될 수도 있다고 정 의원은 우려한다.

이러한 조항들은 박정희 정권 때 유신을 반대하는 학생의 목소리를 차단하고자 만든 '학도호국단학칙'과 유사하다. 대학들이 유신시대의 학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대학자율화 조치로 '학칙 시정 요구 조항' 삭제... 대학 규제할 방법 없어

그러나 대학들이 헌법에 위배되는 학칙들을 수정하도록 강제할 방법은 없다. 이명박 정부의 대학자율화 조치에 따라 올 1월 '법령에 위반되는 학칙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이 해당 대학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조항(고등교육법 시행령 제4조 5항)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정진후 의원은 "교육과학기술부는 지침 등을 통해서라도 각 대학들이 비민주적인 학칙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사립대학의 대학평의원회에서도 학칙 제·개정에 대한 심의기능을 통해 학생 징계절차를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태그:#학칙, #대학자율화 조치, #교과부, #국정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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