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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 단풍들것네'
▲ 대구 팔공산... '오메 단풍들것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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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구 팔공산에 간다고 말하자 남편은 웬일인가 싶어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대구 비슬산 한 번 더 가자고 몇 번이고 졸라대던 남편의 말엔 시큰둥하게 반응해오던 나였다. 이유 없이 마음이 가 닿질 않아서 싫다고 해 온 내가 갑자기 대구 팔공산 간다는 말에 의아하고 신기한 듯 했다.

"아니, 당신이 어쩐 일이야? 대구라면 질색하더니 비슬산 노랠 불러도 귓등으로 흘려듣더니."
"히히히 일부러 가는 건 싫지만 남들 가는데 그냥 참석만 하면 되는 거니까요. 그리고 팔공산은 한 번도 안 가봤잖아요."
"허허... 이핼 못하겠어. 팔공산 사랑, 아니 대구 사랑 좀 하고 와요!"

그는 등을 떠밀다시피 하며 잘 다녀오라고 했다. 오늘 모인 사람들과 함께 대구의 진산 팔공산으로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대구에 도착. 우리는 대구를 대표하는 대구의 진산 팔공산 자연공원으로 들어섰다. 서울은 북한산, 부산은 금정산이 있다면 대구는 팔공산이 있다. 오늘 번개를 친 분은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는 집사님이다. 우리의 좋은 가이드가 되어 주었다.

비로봉, 서봉, 동봉이 가장 잘 조망되는 곳...
▲ 팔공산... 비로봉, 서봉, 동봉이 가장 잘 조망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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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비로봉과 동봉 서봉 정상이 한 눈에 가장 잘 조망된다는 곳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주차장 밑으로 조금 걸어 내려 가 호수가 있는 곳이었다. 호수 뒤로 높이 우뚝 솟은 세 봉우리가 보였다. 대구 팔공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은 통신시설과 군사시설이 되어 있어 조금 아쉬웠다. 호수 앞에서 세 봉우리를 한 눈에 올려다 본 후에 다시 주차장 있는 쪽으로 올라왔고 우리가 목적지 삼은 동봉으로 향해 숲길로 접어들었다.

대구 팔공산(八公山)은 대구광역시의 중심에서 북동쪽으로 약 20km 지점에 있다. 낙동강과 금호강이 만나는 곳에 병풍처럼 웅장하게 솟은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해발 1192.8m의 산으로 주봉인 비로봉(1192m)을 중심으로 동봉(1156m))과 서봉(1041m)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으며 행정구역상으로는 대구광역시와 경북 경산시, 칠곡군, 군위군 등 5개 시군의 경계로 총 면적 126.852km2의 공원이다.

동봉 정상에서 바라본 비로봉...
▲ 팔공산... 동봉 정상에서 바라본 비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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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시대에는 부악(父岳), 중악(中岳), 또는 공산(公山)이라 하였으며, 고려시대에는 공산으로만 불리다가 조선시대에 들어 지금의 팔공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다. 또한 팔공산은 동화사, 파계사, 부안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찰이 산재되어 있으며 많은 기암괴석과 깊은 계곡이 있어 봄에는 진달래, 철쭉이 온산을 덮고 여름엔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 물이 있어 시원하고 가을은 전국에서 제일 아름답다는 단풍으로 곱게 물들어 진풍경을 연출하며 겨울엔 설경과 눈꽃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산으로 알려져 있다.

팔공산자연공원 들머리 삼은 숲길은 호젓하다. 팔공산 등산안내소를 지나 계곡을 끼고 나무그늘이 만들어주는 넓고 서늘한 길을 걸었고 얼마동안 완만하게 이어졌지만 올라갈수록 점점 바윗길이 많았다. 암벽타기 훈련장으로 보이는 바위 앞에서 잠시 휴식하고 계곡을 건넜다. 바윗길을 오르다 위험·주의 표시가 되어 있는 절벽을 지나 동봉 정상이 올려다 보이는 산 중턱에서 휴식하며 점심을 먹었다. 호젓하게 걷기 좋은 숲길과 바윗길, 밧줄타고 오르는 길들이 나왔다.

단풍빛 물들어가다...
▲ 대구 팔공산... 단풍빛 물들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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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산은 유난히 단풍나무가 많다. 팔공산의 단풍빛깔이 곱다는 말을 듣긴 했지만 처음 만난 팔공산에서 보는 단풍빛깔은 생각보다 더 곱다. 울긋불긋 팔공산을 물들여 가는 단풍빛깔은 마치 붉은 물감을 콕콕 찍어 놓은 듯 군데군데 물들였고 멀리서보면 꽃처럼 붉었다. 가다 말고 단풍 보고 또 가다 서서 단풍보고...단풍 빛이 연신 마음과 시선을 빼앗았다. 고운 단풍빛 보노라면 누구라도 시인이 되겠다 싶었다. 누구라도 시를 쓰고싶고 시를 노래하고픈 계절이다. '단풍'에 관한 시 하나 둘 쯤 읊어봐도 좋을 듯 싶다.

'애들아/울긋불긋/노래하는 저 단풍들을 좀 보아라/제각각/다른 목소리를 내어도/한데 어울리니/하방이 되고 마는구나// 이젠/흙으로 돌아가도 좋다며/하늘에도 가사/땅에도 감사/바람에도 감사// 그동안 베풀어 준/모든 이들의 은혜/노래로써 보답한다며// 색깔로써 드러내는/ 저 단풍들의/사부합창/오부합창을//얘들아/귀는 두고 눈으로만 보아라.' ('단풍들의 합창'/허동인)

'나무는 할말이 많은 것이다/그래서 잎잎이 마음을 담아내는 것이다//봄에 겨우 만났는데/가을에 헤어져야 하다니//슬픔으로 몸이 뜨거운 것이다//그래서 물감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계곡에 몸을 던지는 것이다' (단풍'/이상국)

깊어가는 가을로 접어들다...
▲ 대구 팔공산... 깊어가는 가을로 접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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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가고 겨울... 제 갈 길을 아는 나뭇잎들은 그렇게 붉게 붉게 남은 생을 타고 타도록 활활 태우는 것이리라. 단풍 빛으로 물든 동봉(1167m)에 도착했다. 동봉 정상은 바위 봉우리로 되어 있다. 비로봉과 서봉도 지척에 나란히 있었다. 최고봉인 비로봉은 1964년에 설치된 통신시설과 군사시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정상에서 300여m 아래 철조망을 쳐서 지난 45년간 일반인의 접근을 금지시켰다가 최근(2011)에야 열렸다. 군사시설과 통신시설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라 좀 삭막해보였다. 온산은 어느새 깊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팔공산의 단풍은 곳곳마다 붉은붓으로 그린 듯 점점이 붉었다.

이제 동봉에서 하산하는 길이다. 이때부터 이어지는 길은 암릉의 연속이다. 가파른 나무계단을 잡고 내려서면서 위험구간을 통과한다. 곳곳에 절벽 위험 경고 표시판이 붙어 있다. 로프와 계단 바윗길로 이어진다. 동봉에서 한티제까지는 8.3km, 갓바위는 7.3km, 서봉은 1.1km, 파계재까지는 6.2km, 도마재는 2.7km. 동봉에서 하산 길로 삼은 길은 산의 북쪽 면으로 경북 군위군에 속한다. 좁다란 길에 바위와 철 계단과 밧줄에 의지해 걸어야 하는 위험구간, 아찔한 구간이 많아 위험천만이지만 무사히 통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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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팔공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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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림길 앞에서 동봉은 0.7km, 동화사는 2.8km, 염불암은 0.8km로 갈라진다. 오른쪽 동화사 쪽 길을 내리막길로 삼았다. 위험구간은 끝나고 숲길로 계속 이어지고 걷고 또 걷는 길은 한참을 에둘러 가는 길이다. 단풍빛 번져가는 숲길 이어지다가 임도를 만났다. 임도에서 임도길로 계속 가지 않고 숲길로 가로질러 걸었다. 호젓한 숲길은 야영장 앞에까지 계속 이어졌다. 사색하기 걷기 좋은 흙길이었다. 야영장을 비롯해 숙박시설과 위락시설 체육시설 등이 있는 동화캠핑장 앞에 도착했다.

처음 만난 대구의 진산 팔공산. 호젓한 숲길과 아찔한 바윗길과 암봉들이 어우러진 산이었다. 무엇보다도 단풍빛이 곱디곱게 물든 팔공산은 깊은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산행수첩
1. 일시: 2012. 10. 4 (목) 맑음
2. 산행: 이명화 외 총 8명
3. 산행기점: 대구 팔공산공원 내 수태골 주차장
4. 산행시간: 5시간 20분
5. 진행:
팔공산공원 도착(10:45)-수태골 주차장에서 출발(11:10)-암벽바위 아래서 휴식(11:55)-갈림길(12:40)-동봉으로(12:42)-중봉이 올려다보이는 중턱에서 점심식사-식사후 출발(2시)-동봉정상(2:15)-출발(2:25)-북쪽 경북군위군에 속하는 가파른 바윗길-갈림길(3;00)-임도(3:55)-숲길-갈림길(4;15)-팔공산 동화캠핑장(4:25)-집으로 출발(5:20)


태그:#대구 팔공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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