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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인 2년차 때 일이다.

이직하고 맞은 출근 첫날, 아침부터 팀장이 나를 부르더니 "소개시켜줄 사람이 있으니 점심시간을 비워두라"고 말했다. 다행히 점심약속도 없었고 팀장의 첫 명령에 나는 두말없이 따라 나섰다. 도착한 식당에는 취재처 사람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앉아 있었다. 팀장은 그에게 '새로 뽑은 직원'이라며 나를 간단히 소개한 뒤 곧바로 소주와 맥주를 주문했다.

'점심부터 술이라니...' 주문소리와 함께 마음이 한껏 긴장됐다.

소주와 맥주가 도착하고 팀장은 곧바로 '폭탄주'를 제조하기 시작했다. 총 석 잔을 만들곤 하나씩 나눠주더니 "첫 잔은 원샷" 이란다.

뒤이어 나를 위한 술이 제조됐다. '처음보니까 한잔', '첫출근이니 한잔', '앞으로 잘해보자며 한잔'이라며 총 세잔의 폭탄주가 내 앞에 놓였다. 나는 연거푸 잔을 들이켰다. 빈 속에 여러 잔의 술이 들어가 속이 좀 아파왔다. 그나마 다행인건 긴장을 한 탓인지 정신만은 멀쩡했다는 것. 그렇게 제대로 밥 한술 못 뜨고 점심시간, 아니 술자리가 끝났다.

너무나 특별했던 출근 첫날... 낮술에 회식까지 

폭탄주
 폭탄주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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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게 웬 걸! 사무실에 들어오자마자 5년차 선배가 또 나를 부른다. 오늘이 바로 내 환영회란다. 정말 버라이어티한 출근 첫날이었다.

오후 6시, 결국 회식시간이 도래했다. 메뉴는 한우. 인원은 부장을 비롯해 10명 남짓의 팀원들.

점심을 부실하게 먹은 탓인지 출출했다. 잘 익은 고기를 한 점 먹으려 하는데 내 앞으로 폭탄주 한 잔이 왔다. '입사주(入社酒)'란다. 그 뒤로 쉬지 않고 다섯 잔 정도를 마셨다. 몇 번 거절을 할까도 생각했지만 출근 첫날이라 눈치가 보였다. 특히 상사들이 주는 술은 마다하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술자리를 가진 지 약 한 시간 가량 지났을 무렵,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하더니 헛구역질이 났다.

잔뜩 긴장한 채 음식과 술을 한 번에 먹었더니 결국 탈이 난 것이다. 나는 그 길로 응급실로 실려 갔다. 그리곤 결국 입사 두번째 날 결근을 했다. 술. 그놈의 술이 문제였다.

'부정맥 초기' 진단까지 받다니...  

최근에는 이놈(술) 때문에 병원신세까지 졌다. 하루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병원에 가 검사를 받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정맥 초기' 진단이 나왔다. 원인은 과음과 스트레스. 이 때문에 최근 술을 줄인다고 줄이고 있는데 업무상, 술자리에선 어쩔 수 없이 술을 또 마시게 되는 게 현실이다.

우리사회에서는 원활한 비즈니스를 위해 술자리가 필요하기도 하다. 기자들의 경우 술자리에서 업무적인 민감한 정보가 오가기도 하고, 영업을 하는 경우에는 긴요한 계약이 성사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술상무'라는 요상한 직함까지 생겨났을까.

앞으로 술 없이도 일이 술술 풀리기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까?


태그:#회식, #술, #비즈니스 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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