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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해야 할 새누리당이 자중지란이다. 박 후보가 선거체제 핵심을 친박 일색으로 꾸리고 원칙 없이 외부 인사를 영입하다가 최대 위기를 자초한 형국이다.

현재 박 후보가 당면한 당 내 자중지란은 3가지다. 김종인 대 이한구, 안대희 대 한광옥, 지도부 대 의원들 이 3개의 갈등전선이 형성돼 있다.

사퇴 파국으로? 김종인-이한구, 안대희-한광옥 전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9월 19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정치쇄신특위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후보 왼쪽은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9월 19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정치쇄신특위 전체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 후보 왼쪽은 안대희 정치쇄신특위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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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를 놓고 형성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의 전선은 꽤 오래됐지만 아직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를 향해 '김종인이든 이한구든 둘 중 한 명을 선택하라'고 촉구하며 일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당 내 경제민주화 모임 등도 강하게 반발하면서 이 원내대표의 사퇴를 압박하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가 지난 7일 "박 후보가 말하는 경제민주화는 100% 실천돼야 한다"고 말하면서 한 발 물러서는 척 했지만, 이는 김 위원장에 대한 양보가 아니다. 이 원내대표는 8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경제민주화라는 게 (방향이) 많지만 박 후보가 말씀하신 것 같으면 좋다"며 "박 후보가 어차피 후보 공약으로 결정하실 테니 그건 백업(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후보가 공약으로 내건다면 입법을 지원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또 이 자리에서 "사퇴한다고 (기사를) 쓰면 완전 오보"라며 전혀 사퇴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김종인 위원장은 8일 현재까지도 침묵을 지키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한광옥 전 민주당 상임고문을 영입해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임명하려는 것도 현재로선 잃은 게 더 많다고 평가된다.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 등 상당수 특위 위원들이 직을 걸고 반발하고 있는데, 이유는 '정치쇄신하자 해놓고 권력형 비리 인사를 영입하는 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전 고문은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됐던 나라종금 퇴출저지 청탁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그 결과가 어떻든 안대희 위원장으로선 한광옥 전 고문 영입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안 위원장은 나라종금 수사 당시 대검 중수부장으로 수사를 지휘했기 때문에 '당시 담당검사가 문제 있다'는 한 위원장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한 전 고문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안 위원장도 '한 전 고문 중용시 나는 사퇴한다'고 배수진을 쳤다.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이한구냐 김종인이냐 선택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광옥이냐 안대희냐 선택하라'고 박 후보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원칙 무너진 박근혜 "각자 열심히 할 때" 되풀이

최경환 의원이 후보 비서실장 직에서 사퇴했지만, 박근혜 캠프의 요직을 장악하고 있는 친박 핵심 대 '나머지'의 대립구도는 해결점이 안 보인다.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출마선언과 함께 하향세를 그린 박 후보의 지지율이 추석 이후에도 회복될 기미가 없고, 추석민심에서 '이대로는 어렵다'는 판단을 한 의원들 다수가 '후보 빼고 다 바꾸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후보의 입장은 단호했다. 박 후보는 전날에 이어 8일 충북지역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오찬간담회에서도 "선거가 내일모레인데 막바지에 모든 것을 교체하자며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분명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황우여 대표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단결을 강조하면서 지도부 총사퇴론을 일축했다.

'후보 빼고 다 바꾸자'는 주장을 한 의원들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일부 의원들은 조만간 모임을 열어 인적쇄신을 관철시킬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갈등국면은 지속되고 있지만, 박 후보는 '싸우지 말고 각자 최선을 다하자'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박 후보는 전날에 이어 8일에도 "선거를 치르고 난 뒤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하자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을 위해서라고(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자기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태가 이렇게까지 악화된 데 대한 박 후보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먼저 박근혜 후보가 그렇게도 중시한다고 말하는 '원칙'이 무너졌다.

이날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은 '한광옥 중용시 사퇴' 입장을 밝히면서 "어려울 때 원칙을 지키는 경우 결과가 더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리전력이 있는 한 전 고문의 영입은 정치쇄신이라는 박 후보의 원칙에 자가당착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표만 열심히 모으라고? 이 모든 상황은 박근혜가 만든 것"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에서 '과학인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여 당내 쇄신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8일 오후 대전 카이스트에서 '과학인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여 당내 쇄신 요구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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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후보는 현재의 갈등구조의 원인을 '계파갈등'으로 꼽고 있다. 박 후보는 지도부 사퇴론과 '후보 주변 인적쇄신론'에 대해 "당내 계파 갈등이 없는 모습을 보이고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계파 갈등의 원인도 박 후보가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의 한 수도권 의원은 "이 모든 상황은 박근혜가 만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상황은 총선 때부터 시작됐다. 4·11 총선 공천도 경선캠프도 친박 일색으로 만든 게 비박근혜계의 소외감을 부른 것 아니냐"고 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승리가 뻔한 상황에서 정몽준계, 이재오계 등 비박계의 공천을 보장해주고, 경선규칙 변경 논쟁 국면에서도 타협적인 자세로 비박계의 체면을 살려줬다면 박 후보가 비박계로부터 협력을 얻어낼 명분이 생겼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 의원은 "어떻게 해도 자기가 후보가 되는데 뭐가 무서워서 대표나 원내대표나 사무총장이나 자기 말 잘 듣는 사람들만 지도부에 앉혔느냐"며 "선대위 의장단이니 부위원장이니 하는 자리에 비박계나 '짤린 친박'을 앉혀놔도 실권도 없고, 표만 열심히 모아 오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선거승리가 어려운 상황에서 누군가를 새로 영입하려고 한들 오겠느냐"고 현 상황 타개가 어렵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여전히 두 번의 총선에서 입증됐던 박 후보의 '위기의 리더십'이 이제 그 빛을 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후보의 한 측근은 "지금의 위기는 오히려 기회라고 본다"며 "여러가지 갈등이 첨예할 때 리더의 역할은 그 갈등을 봉합하고 하나로 묶어내는 것 아니겠느냐, 그동안 박 후보가 그런 리더십을 보여줬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잘 해결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태그:#박근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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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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