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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를 알리는 계절 가을이다. 가을 노랗게 물들인 들녘에 이제는 새떼들이 기승을 부릴 시기이다. 황금빛 들녘은 사람에게 풍요를 알리는 것뿐만 아니라, 새들에게도 풍요의 상징이다. 풍년이 들면 낙수효과(?)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더 많은 새들에게 먹을 것을 제공하기 때문에 새들은 더 풍족하게 살 수 있다.

새들 중에도 이런 풍요를 상징하는 새들이 있다. 태평작(太平雀)이라는 한자 이름을 가진 여새가 그 주인공이다. 여새는 황여새와 홍여새를 통칭하는 말이다. 겨울철새로 우리나라를 찾는 여새는 홍여새와 황여새가 한 무리에 섞여있는 경우가 많다.

아무튼 과거에 이름을 태평작이라고 붙일 만큼 여새가 모여 울면 태평성대가 온다고 믿었다고 한다. 생김새의 화려함 때문에 더욱 이런 믿음이 있었지 않을까 싶다. 다른 한자 이름으로 십이황(十二黃)이라고 불리는 여새는 날개깃 끝에 노란색의 화려한 무늬가 있다. 이게 12마니라고 이름 붙여져 십이황이라고 불리는데, 날개의 화려함뿐만 아니라 눈의 검은태와 몸 전체의 적갈색 무늬는 이런 화려함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보통 새들보다 더 통통해 보이는 몸은 태평성대를 알리는 모습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여새가 '태평성대' 노래하기엔 열악한 하천환경

매년 대전하천을 찾는 홍여새, 홍여새는 황여새에 비해 매우 귀한 새로 알려져 있다.
 매년 대전하천을 찾는 홍여새, 홍여새는 황여새에 비해 매우 귀한 새로 알려져 있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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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여새는 우리나라의 불규칙적인 수가 도래한다. 대전에는 한남대학교 교정에 불규칙적으로 도래하며, 3대하천 주변의 관목에 매년 모습을 나타낸다. 황여새보다는 홍여새의 개체수가 더 적게 도래하는 듯 판단된다. 아무튼, 무리지어 월동하는 여새는 지난해 대전천에 약 40여 마리가 찾아와 월동했다. 3대하천에서 월동한 새들은 태평성대를 이야기하기에는 하천의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대전 하천을 찾아온 여새무리. 여새는 매년 겨울 불규칙적인 무리를 형성해 3대하천에 도래한다.
 대전 하천을 찾아온 여새무리. 여새는 매년 겨울 불규칙적인 무리를 형성해 3대하천에 도래한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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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야 할 나무열매도 찾아보기 어렵고 사람들이 많이 왕래하여 편안하게 쉴 곳조차 쉽게 찾을 수 없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도 지속적으로 3대하천을 찾아오는 새들에게 나는 감사할 따름이고, 죄인일 따름이다. 하천에 시설물을 계속 만들어가는 것은 그만큼 새들에게는 오히려 갈 곳을 없애버리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하천에 지속적인 시설물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그것이 도로가 되었든 공원이되었든 자연환경을 지속적으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지역의 작은 공원이나 대규모 공원에서 감당해야 할 시설물까지 하천에 집적화하면서 하천의 생태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천을 한번 둘러본다면 과도한 시설물들을 너무나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운동기구와 분수대, 벽천 등은 매년 비가오면 시설관리비를 투여해야하는 시설이다. 공원에 설치되어 시민들의 환경권을 확보해야하는 시설들이 대부분이다. 공원확보에 비해 용이한 곳이 하천이기 때문에 지속적인 시설물을 하천에만 집적화 하는 것은 이제 구태로 버려야 할 행정편의주의다. 대전시는 하천에 비용을 투여하여 공원에 시설해야 할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은 중단해야 마땅하다.

하천이 아닌 공원에 시설물 설치해 새와 공존해야

하천에 설치된 2011년 산책로 유실현장. 하천에 설치된 모든 시설물은 홍수에 매년 노출되기 쉽다. 그래서 매년 관리비용이 많이 투여되는 시설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천에 설치된 2011년 산책로 유실현장. 하천에 설치된 모든 시설물은 홍수에 매년 노출되기 쉽다. 그래서 매년 관리비용이 많이 투여되는 시설물이 될 수밖에 없다.
ⓒ 대전환경운동연합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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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대전시는 작은 시민공원이나 텃밭공원 등을 조성하여 시민들의 환경권을 확보해주면 된다. 이런 녹지공간들의 확보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시민들의 쾌적한 환경을 보장해줄 수도 있고, 새들에게도 풍요로운 공간을 제공해 줄 수 있다. 새들에게 풍요로운 공간이 시민들에게도 풍요로운 공간이 되는 것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새들이 사리진 세상에는 결국 사람도 살 수 없게 된다는 자연의 경고를 상기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공원에 설치할 바비큐장까지도 하천에 만들겠다고 대전시가 선언했다. 착잡한 발표이다. 하천 생명의 공간을 사람이 무분별하게 침범하는 것을 대전시가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오염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은 바비큐시설을 하천에 설치하는 것은 넌센스 그 자체다. 매년 범람할 위험이 높은 하천변에 바비큐장은 언제라도 수질에 위협적인 요소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질을 관리해야 할 대전시에 새로운 오염원을 스스로 만드는 것은 아무도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무분별한 시설설치를 하는 도시의 확장이 하천에게까지 전가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무심코 지나치는 하천변에서 이런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새를 만나는 것은 큰 행운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새는 3대하천을 찾아 올 것이다. 풍요를 상징하는 계절에 자연의 생명들에게 너그러움 마음을 나눌 수 있기를 꿈꾼다. 풍요로운 가을이 지나고 추운겨울에도 여새가 3대하천에서 태평성대를 누리게 될 날을 꿈꾸는 것이 나 혼자 만의 생각이 아니기를 바라며…….


태그:#태평성대와 새, #여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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