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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시간 편의점. 추석 전날 잠에도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알바 노동자가 일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24시간 편의점. 추석 전날 잠에도 불이 켜져 있었습니다. 알바 노동자가 일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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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불법파견 주식회사! 파견법 6조 3항에 의거 2년이 지난 후부터 정규직으로 보아야 한다."

위 내용은 지난 2월 23일 대법원에서 최종판결문 중 핵심내용 입니다. 저는 2000년 7월 3일부터 현대차 울산공장 수동변속기부에 들어가 일을 했었습니다. 다만, 하청업체라는 사실만 달랐습니다. 저는 당시 하청업체를 통해 들어간 일터가 불법파견이 적용되는지 몰랐었습니다. 제가 현대자동차에 사내하청노동자로 들어가 일을 시작한지 4년 후에야 현대차가 불법파견 대기업 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2004년 5월에 금속노조,연맹 등이 현대차 울산공장 불법파견 진정서를 노동부에 내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같은 해 12월 노동부는 "현대차 사내 101개 업체 모두 불법파견" 판정 내리면서 현대차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노동조합을 통해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에 나서게 된 것입니다.

노동부가 2004년 말에 현대자동차 사내 모든 하청업체는 불법파견 업체라고 판정 내렸다면 이미 제가 입사하는 2000년 7월 3일부터 불법파견 노동자로 들어가 일해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 대법원 최종판결에 따르면 2년이후 저는 이미 정규직 노동자 였습니다. 날을 계산해 보니 2002년 7월 4일부터 이미 정규직이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몰랐었습니다. 현대차 회사쪽이 저를 2002년 7월 4일부로 정규직 전환하여 직접고용 사용해야 함에도 저에게 아무런 내용도 이야기 해주지 않았고 그렇게 비정규직 노동자로 계속 불법파견 사용되면서 2010년 3월 15일까지 부려 먹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런 법이 있는줄도 몰랐고, 최병승씨가 불법파견 소송 걸고 있는 줄도 몰랐었습니다. 노동부가 2004년 12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101개 업체를 불법파견업체로 판정하고 그 내용을 검찰에 넘겼는데 2006년 12월 28일 울산지방 검찰청 공안부가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느닷없이 무혐의 처분을 내려버렸습니다. 너무 황당했습니다. 그것으로 끝이다 싶었습니다. 더이상 희망도 가망도 없다 싶었습니다. 그때 일 이후로 비정규직 노조는 명맥만 유지한 채 근근이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반협박 속에 노조탈퇴하고, 결국 정리해고 되다

2010년 저에게 위기가 찾아 옵니다. 2009년말 하청업체장이 갑자기 바뀝니다. 업자는 저에게 이렇게 협박합니다.

"계속 일다니고 싶으면 노조탈퇴 하시오."

노조 탈퇴 했습니다. 노조 탈퇴서는 제가 작성한 게 아니었습니다. 업자가 만들어 왔습니다. 저더러 서명만 하랬습니다. 서명해 주었습니다. 처자식도 있고, 제 어깨가 무거우니 노조탈퇴공작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대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희망도 꺾인 마당에 새로온 하청업체 장이 노조탈퇴 안 하면 다시 근로계약 하지 않겠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업자가 바뀌면 업체가 사라지고 새로운 법인등록 하청업체가 만들어지니 새로온 하청업자는 구 업자와 근로계약을 맺고있던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해 계속 사용할 것인지 말것인지 그사람 마음대로 였으니까요.

제가 하던 일은 그대로인데 새로온 업자가 구 업자와 맺은 근로계약이 자신과 상관없다면서 "새로 근로계약 맺고 싶으면 내가 시키는 대로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말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습니다. 어쩔수 없이 노조를 탈퇴하고 순한 양이 되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게 현대차의 꼼수 였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불법파견이면 정규직으로 전환하여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2010년 3월 15일 공정변경공사를 이유로 비정규직은 모두 정리해고 하고 맙니다. 정규직 노동자에 대해서는 1년간 유급휴가를 주면서 말이지요. 진짜로 너무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래도 괴롭기만 할 뿐 그 어디에도 하소연 할곳이 없었습니다. 정규직 노조 대의원조차 어쩔수 없다는데야 어쩔도리 없었습니다.

생계 곤란으로 가정파탄 위기...편의점 알바를 시작하다

현대차로부터 정리해고 당한 지 2년이 넘었습니다. 이것저것 일자리를 전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새로 얻는 일자리는 대부분 비정규직이고, 일용직이고, 계약직 이었습니다. 자식들은 계속 커가고 하니 학년이 올라 갈수록 들어가는 교육비와 생계비가 자꾸만 높아 집니다. 벌써 아내는 친인척에게 1000만원이나 빌려쓰고 있습니다. 결국 빚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일당 5만여원 받는 일자리도 불안정한 일자리이긴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다고 더 나은 일자리 얻으려고 때려 칠수도 없는 일입니다. 나이가 사십대 후반이고보니 보수가 좋은 정규직 일자리 찾기는 하늘에 별따기처럼 어렵습니다.

계속 이렇게 가다간 가정파탄 나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몇개월 전부터 알바 자리를 찾고 있었습니다. 마땅한 알바 자리도 없었습니다. 평일엔 안되고 주말을 이용해 주간이든 야간이든 해 볼 참이었습니다. 보통 알바 일자리가 많은 곳이 식당이나 주유소, 24시 편의점 같은 곳이었습니다. 알바 구한다는 모집판을 보고 가보면 업자가 필요한 시간과 요일이 맞지 않아 일자릴 구할 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했습니다.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들. 140여종이나 되었습니다.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들. 140여종이나 되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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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우연히 24시 편의점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알바구함"이라는 작은 공고문이 붙어 있었습니다. 들어가 사정을 이야기하고 알바 일자리 찾는다 했습니다. "금요일,토요일 밤 11시부터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일할수 있겠느냐"고 묻더군요. 당장 일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시급 4000원 밖에 못주는데 그래도 해보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좋다고 했습니다. 추석을 하루 앞둔 9월 29일 토요일 오후 6시까지 와보라 했습니다. 그 편의점은 우리집에서 버스로 20여분 가야 있는 곳이었으나 그나마라도 절박했습니다.

시급 4천원...190여종 담배 이름부터 외우라고요?

6시에 맞춰 찾아 가니 점장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야간조가 올때까지 저와 함께 일해봅시다"고 하면서 하나하나 일거리를 알려 주었습니다.

"담배 이름부터 외워야 해요."

점장은 담배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거기 있는 담배 종류만도 140여 종이나 되었습니다. 같은 이름의 담배인데도 니코틴 함량에 따라 다른 담배였습니다. 사람들 취향에 따라 여러가지를 만들다 보니 가짓수가 장난 아니게 많았습니다. 물어보니 담배마다 다 맛이 다르다 합니다. 저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서 담배 가지수가 그렇게 많은 줄 몰랐습니다. 그게 다가 아니라네요. 국산과 외국 수입담배 모두 합치면 190여 종이나 된다고 합니다. 저로선 깜짝 놀라지 않을수 없었습니다. 담배 가지수가 그렇게 많다니 말입니다.

작은 24시 편의점이었는데 그 안에서 할일이 그리 많다니 놀라웠습니다. 손님이 와서 물품을 고르고 계산을 합니다. 바코드를 찍고 물건값이 나오면 얼마라 합니다. 돈을 받고 거스름 돈이 자동계산 됩니다. 저는 물품 값을 받고 거스름 돈을 주면 됩니다. 그 뿐이면 간편할텐데 말입니다. 버스카드 충전기도 있고요. 버스카드와 현금 결제가 가능한 카드도 있었습니다. 또, 즉석 발행되는 상품권도 있었습니다. 손님이 오면 일처리 해보라는데 처음 일하다보니 많이 버벅거렸습니다.

"손님이 와서 계산해 달라는데 당황하면 안 됩니다. 차분하게 처리해주면 됩니다. 내일 밤부턴 혼자 일해야 하니 잘 배워 두세요."

손님이 오면 계산 후 물품 인계하는 일만 하면 단순하게요. 일은 더 많았습니다.

"새벽 4시 경부터 물품이 비어있는 곳엔 물품을 채워넣어야 합니다. 바닥을 물걸레로 닦아내야 합니다. 즉석 라면 찌꺼기는 비닐봉지에 담아 버리구요. 라면 물은 하수구에 버리면 됩니다. 그리고 날짜 지난 우유와 다른 식품들은 모두 꺼내 한곳에 보관해야 합니다. 아시겠습니까?"

점장은 친절하게 잘 알려주었습니다. 오늘은 일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내일 밤 그러니까 추석날 밤인 9월 30일 밤 11시부터 저혼자 일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일이 많았습니다. 처음 해보는 일거리라 복잡해 보였습니다. '나혼자 잘 해낼 수 있겠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손님이 오고 제가 실습을 해봅니다. 버벅거립니다. 점장이 옆에서 도와줍니다. 어떤 나이든 남성분이 술에 취해 와서 담배와 술을 사가셨습니다. 물품값이 8000원 가량이었는데 7000원을 저에게 주고 다시 2000원을 주며 담배 한갑 달라고 했습니다. 물품값은 7500원 이었습니다. 그분은 8000원 준줄알고 500원 남아 있거니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저에게 2000원을 주며 2500원 하는 담배를 달라했던 것입니다. 점장이 아니었으면 자칫 싸움날뻔 했습니다. 제 실수였습니다. 제가 사실은 7000원 받았는데 당황해서 8000원 받은 것으로 오해한 것이었습니다. 점장이 나서서 사태 해결을 해주었습니다.

"제가 옆에서 봤는데 손님은 분명 7000원 주신게 맞습니다. 그러니까 담배까지 사려면 1000원 더 주셔야 합니다."

그렇게 해서 잘 마무리 되었습니다. 하마터면 싸움이 날 뻔했습니다. 그 나이드신 손님은 성격이 꽤나 있으신 분이었습니다.

일 배운 첫날...'삥땅' 치면 10배 물어낸다고 각서 썼어요

아침 8시 퇴근 전까지 쓰레기도 버려야하고, 재활용은 또 따로 모아 내다 놔야합니다. 여기저기 판매된후 빈자리엔 물품을 채워놔야 합니다. 시간은 금세 밤 9시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점장은 손님 없을 때 저에게 각서를 쓰라고 한장 가져왔습니다. 각서엔 돈이 맞지 않을 경우 그러니까 "삥땅"쳤을 경우 발각되면 10배로 갚아야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안 그러면 형사고발조치 하겠다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현금 거래다 보니 그런 각서가 필요한가 봅니다. 각서를 쓰고 등본을 냈습니다. 밤 9시경 야간조 알바가 조금 일찍 나왔습니다. 점장에게 전화가 왔다는 것입니다. 점장은 저에게 일을 가르치라고 좀 일찍 출근하라 했나 봅니다.

그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분이었습니다. 엄지와 검지뿐 오른속가락이 모두 없었습니다. 그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밤 11시부터 오전 8시까지 알바로 일한다고 했습니다. 여기저기 다니며 편의점 알바를 전전하며 살아왔다 합니다. 그분은 일처리를 잘했습니다. 저에게도 잘 가르쳐 주었습니다. 본래는 밤 11시부터 근무시간인데 오늘은 저때문에 밤 10시부터 일을 시작했습니다. 밤 11시에 버스가 끊어지는 관계로 점장이 저에게 배려한듯 했습니다.

"우리의 업무 마지막으로 돈 계산을 인수인계해야 합니다."

그분은 돈을 일일이 새어 보았습니다. 돈이 남아도 탈이고 모자라도 탈이었습니다. 다행히 수입과 지출을 계산하니 0원이 되었습니다. 야간 알바로 오신분은 맞다면서 퇴근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점장은 그분에게 일을 맡기고는 먼저 퇴근했습니다. 1시간 가량 그분에게 일을 배웠습니다. 그분은 손님이 와서 어느 담배 달라고 하니 손이 자동으로 그곳으로 갔습니다. 며칠만 배우면 된다 했지만 담배판매가 생소한 저는 잘할수 있을지 걱정이 앞섭니다. 우리 가정의 생계비 보충을 위해 저는 일할수 밖에 없는 처지라서 해나가긴 해나가야 합니다.

 노동부 2012년도 최저시급 고시 내용. 처벌규정도 보입니다.
 노동부 2012년도 최저시급 고시 내용. 처벌규정도 보입니다.
ⓒ 다음 검색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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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을 일하게 되니 평일하는 그분은 이틀 빠질 수 있는 날이 토,일에서 금, 토로 바뀌게 됩니다. 평일은 편의점 근무경력이 많은 그분이 일하고 저는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을 일하게 되는 것입니다. 10시경 저는 인사를 하고 그곳을 나섰습니다. 저는 집까지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걸어 갔습니다. 1시간 10분 정도 걸려 집에 도착했습니다.

최저 시급도 못 받고...이럴 땐 어찌해야 하나요?

집까지 걸어 오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4000원 시급이면 노동부에서 고시한 최저생계비에 못미치는데 그래도 되는가?' 하구요. 집에 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12년도 최저시급이 4580원 이었습니다. 내년인 13년도 엔 4860원으로 최저시급이 책정되어 이었습니다. 그 점장은 최저시급제도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일까요? 저에겐 돈 훔쳐가다 걸리면 10배로 갚아야하고 형사고발하겠다고 각서까지 쓰게 했는데요. 제가 못받게되는 580원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리나라에 편의점도 많고, 주유소도 많지요. 학생들이 알바를 많이 하는 곳, 빵가게나 피자가게 같은 곳도 있고요. 저처럼 최저시급도 못받는 알바자가 참 많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노동부는 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가게마다 조사를 해서 최저시급이라도 받도록 행정지도를 전국적으로 펼쳐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고 제가 "점장님 왜 최저시급 안 주세요. 그거 어기다 적발되면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이 부과 됩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어렵게 얻은 알바 일자리 잃을까봐 저는 그렇게 말을 못하겠어요. 그렇다고 가만히 놔둘수도 없는 노릇이고......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노동부 2013년도 최저시급 고시문 일부. 1인 이상 모든 업종... 과연 얼마나 최저시급이 지켜지고 있을까요?
 노동부 2013년도 최저시급 고시문 일부. 1인 이상 모든 업종... 과연 얼마나 최저시급이 지켜지고 있을까요?
ⓒ 노동부 홈페이지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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