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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 주, 몇 달 뒤면 한 아이의 아빠가 될 후배가 다니던 회사를 관뒀다. 대학 졸업반인 아는 동생은 국가고시 준비 중에 자신이 하고싶은 일이 있어 무엇을 선택하는 게 옳은 지 물어왔다. 나는 가랑비에 옷 젖듯 스믈스믈 증폭된 불안감에 안절부절했다.

내가 원하는 대로, 내 마음의 결정을 따르는 삶. 어디까지 꽃길이고 어디부터 벼랑일지, 무엇이 꿀맛이고 무엇이 똥맛일지, 언뜻 단 열매가 약이 될지 독이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신한다. 이것이 '진짜 사는 길'임을.

그래서 '셀프 실업자'가 된 후배에게, 진로를 고민하는 아는 동생에게, '잘 안 되면 어떡하지?' 어느새 겁먹고 있는 내 자신에게 말했다.

"잘 했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아."
"쫄지 마, 이명주!"

'내가 원해서 가는 길'
 '내가 원해서 가는 길'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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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좋은 게스트하우스, 경기도 화성 '병점 불한증막'

지난 주 금요일이었다. 최근 목공 기술을 배우는 센터에서 니스칠 작업을 도운 게. 서너 시간 일을 마치고 인사동에서 식사 겸 술을 마셨다. 편하고 즐거운 자리였다. 하지만 전날 쌓인 피로에 술이 과했다.

지인들과 헤어져 지하철을 탔는데 눈 뜬 곳이 '병점역'. 경기도 화성시에 속한 도시였다. 내려야 할 동네에서 무려 23정거장을 지나친, 시간상으로 1시간 넘게 떨어진 곳. 게다가 타고온 차가 막차였다. 

역 주변 택시들에 요금을 물으니 "서울까지 6만 원". 근처 깔끔해뵈는 모텔서 자고 아침 일찍 가는 걸로 맘을 먹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모든 숙소가 만실 아니면 서울까지 택시비를 웃도는 숙박료. 타협은 불가했다.

'병점 불한증막' 내부 모습. 찜질방은 여행자에게 심신의 부담없이, 동시에 다채로운 재미를 누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다.
 '병점 불한증막' 내부 모습. 찜질방은 여행자에게 심신의 부담없이, 동시에 다채로운 재미를 누릴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될 수 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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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어 날은 춥고, "아가씨 혼자 다님 위험해요. 여긴 성폭행 사건도 많아" 하던 한 모텔 주인의 걱정인지 뭔지 모를 소리가 께름칙하던 중에 문득 의문이 생겼다.

'내가 만약 외국이라면?'
'한국의 낯선 동네에서 지금 같은 상황에 찾아야 할 최적의 장소는?'

바로 '찜질방'이었다! 1박 기준 최소 8천 원(본인 경험상), 비교적 깔끔하고 안전하며, 웬만한 동네에 한두 곳씩은 있고, 씻고 먹고 자고 놀기는 기본, 때밀기와 다양한 '테마방'을 통한 문화체험과 힐링이 가능한 곳. 더불어 지역민들과 교류도 용이하다.   

최상의 게스트하우스의 한 형태가 아닐 수 없다. '게스트하우스'가 그 모양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게스트 입장에서 누릴 수 있는 '내용'이 주요하겠단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가이드북에 소개하는 숙소의 범주, 다양한 숙박업 종사자들의 운영 철학에 대한 환기도 필요하겠다.

Useful Tips for foreign travellers
Do you know "JJIMJILBANG"? It is a kind of Korean style Guest house.
(※ JJIMJILBANG is Korean dry sauna)

■ How to use JJIMJILBANG for 2 days 1 night
1. Pay a entrance fee : at least 8,000KRW (1,000KRW~5,000KRW more expensive than normal baths).
2. Get the clothes and a key for locker from reception.
3. Put your belongings to the locker and wear the clothes and feel free to use steamrooms or baths.
4. Use sleeping rooms in various types such as cave-shaped small space for 1 person.
5. Depending on your body condition and taste, you can use extreme hot steamroom, woods bathing room, Jewelry room, Ice room etc.. You can enjoy 4 seasons in Korea (a little bit exaggeraingly)
6. You can enjoy Musics, Live concerts and Performances in some JJIMJILBANG.

p.s. Please don't be shocked to see this kind of woman. She is just doing self-treatment to lessen her pain on her back.

온탕에서 실제로 본 다소 '충격'적인 모습의 아줌마. 그림 실력이 안 따라줘 아쉽네요.
 온탕에서 실제로 본 다소 '충격'적인 모습의 아줌마. 그림 실력이 안 따라줘 아쉽네요.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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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징검다리와 정상에 '소원돌' 두 개

두 번째 '소원돌 프로젝트'의 소원 주인은 경북 경산 사는 김재훈(37) 님과 서울 마포 사는 안성민(36) 님이다.

김재훈님은 병점에서 잘 곳을 찾아 헤매던 밤에 SNS를 통해 첫 인사를 건네왔다. 김재훈 님은 "'애니팡' 점수 폭발이나 13년 솔로 탈출 등을 심각하게 고민"했으나 최종적으로  "못난 놈들이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겨웁기를" 하고 신경림 시인의 싯구를 빌려 소원을 전했다.  

서울 수락산 제2쉼터 부근, 제각각 생긴 대로 이웃하며 사람들 이롭게 하는 징검다리 앞에서 소원 빌었다.

경북 경산 사는 김재훈 님의 '소원돌'입니다.
 경북 경산 사는 김재훈 님의 '소원돌'입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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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 사는 안성민(36)님은 노동자·서민의 생활협동네트워크 '민중의집' 사무국장이다. 그는 본명 만큼이나 '활동가'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최근 생일을 맞은 그의 소원은 "평화"였다.

수락산 정상에 올라 한치 빈틈 없이 빼곡한 아래 세상 보며 기원했다.

'사람과 사람 아닌 생명이 더불어 살 수 있기를. 각자 자기 방식으로 행복을 누리되, 서로 인정하고 하나될 수 있기를.'   

서울 마포 사는 안성민 님의 '소원돌'입니다.
 서울 마포 사는 안성민 님의 '소원돌'입니다.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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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소원돌 프로젝트는 10월 6~7일 양일, 장소는 강원도 속초다. "소원 접수 희망자는 페이스북 /2012activist 또는 이메일 gaegosang@naver.com로 메시지 주시되, 3차 소원돌 접수가 조기 마감되었음을 알립니다." 


태그:#게스트하우스, #방사시, #민중의집 , #병점 찜질방, #수락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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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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