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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안내표지판
▲ 소래습지생태공원 입구의 안내표지판
ⓒ 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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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어느 곳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습지공원 두 곳이 있다. 소래습지생태공원과 안산갈대습지공원이 그곳이다. 소래는 안산에 비해 규모는 1/3 정도지만 갯벌, 갯골, 폐염전 등 모습을 비교적 잘 보존하고 있다. 포장도로가 아니라 자갈이 골고루 깔린 오솔길은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주변의 풍경을 즐기기에도 모자람이 없다.

해산물시장으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소래에 이렇게 너른 습지공원이 있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이다. 8000년 이상의 오래된 갯벌인데 소래포구 주변이 개발되면서 물길이 막혀 지금은 만조 때를 제외하고는 갯벌 위로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여러 모습들
▲ 소래습지생태공원 소래습지생태공원의 여러 모습들
ⓒ 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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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비교적 가깝다 보니 찾는 이들이 많아 휴일에 가고자 하는 여행객들이라면 이른 시간, 아니면 아예 조금 늦은 시간을 택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일요일 오후 3시 30분경에 도착하였는데 공원입구의 오가는 길목이 관리가 조금 소홀하여 차량이 약간 엉키기도 하였다.

아이들이 즐겨 찾는 놀이공원들과는 달리 들어서는 입구부터 조촐하지만, 너른 벌판이 보여주는 풍경은 가슴이 탁 트일 만큼 시원하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공원에 피는 꽃도 달라지겠지만 9월의 절정에는 해당화와 갈대숲이 있었다.

갯벌에서 노는 사람들의 모습
▲ 갯벌체험 갯벌에서 노는 사람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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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아이 할 것 없이 즐거운 모습이다
▲ 갯벌체험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즐거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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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습지생태공원전시관 앞의 갯벌에는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내려가 즐길 수 있는 갯벌이 있다. 비교적 너른 공간으로 우리가 간 시간에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았지만, 온몸에 뻘을 묻히고도 신이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갯벌놀이는 어른들에게도 신이 나는 일임이 틀림없다. 사진으로 보기에도 아이들의 숫자보다 더 많은데 놀이가 다 끝나면 한쪽 옆에 마련된 간이개수대에서 몸을 씻을 수 있다. 한 달에 두 세번 밖에는 바닷물이 들어오지 않는 곳이므로 잡을 만한 것이 별로 없을 것임에도 사람들은 갯벌 속에서 뭔가를 열심히 파내려고 한다.

햇볕이 잘 드는 곳의 해당 화는 일찍 피었다 지고 이제 열매가 싱그럽게 터져나가려고 한다.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그 열매의 모양새는 잎의 초록과 선연히 대비되며 주변의 아름다움에 방점을 찍는다.

여리게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는 올가을 한반도를 휩쓴 여러 번의 태풍에도 별다른 동요 없이 의연히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진에서 보듯 공원 전체와 중간에 곳곳이 이어진 흙이 깔린 오솔길은 아스팔트 길을 걸을 때 느낄 수 없는 편안함을 준다.

폐염전들이 많은 곳이지만, 그래도 염전의 모습을 간직한 곳이 있다. 멀리 풍차도 보이고 야트막한 산의 풍경과 함께 안정감 있는 풍경을 제공한다. 그리 놀랄만한 것도 없고 엄청나게 멋진 것도 없는 이 공원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억지로 꾸미지 않는 소박함, 그리고 될 수 있으면 그것 그대로의 자리에 그냥 놔 둔 미덕이 아닐까.

개발만능시대에 그런 장점을 지킨다는 것은 사실 무척 어려운 일 아닌가. 그러나 소래포구의 개발로 수로가 좁아져 바닷물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서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덕분에 많아졌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물길이 좁아도, 바닷물이 들어오던 곳이 바닥을 드러내도 낚시꾼들은 손맛을 즐기려는지, 아니면 영리의 목적인지 열심히 낚싯줄을 드리운다. 사실 이곳은 낚시가 금지된 곳이다. 바닷물이 줄어들고 먹이가 없으니 갈매기도 보기 드물다. 근처 소래포구의 가게들 주변의 엄청난 숫자와 비교하면 가끔 길잃은 녀석들이나 이곳을 배회하는 듯싶다. 몇 마리 오가는데 오가며 마주친 녀석들의 얼굴이 다 기억날 정도다.

아름다운 해당화 열매
▲ 해당화 아름다운 해당화 열매
ⓒ 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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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중간쯤에 이렇게 물을 가둬놓았다. 습지의 풍경에 깊이를 더하는 저수지인데 가끔 물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물고기들이 조금 살고 있나 보다. 공원 주변 풍경은 다 아파트다. 그것이 눈에 거슬리기보다는 오히려 풍경에 더해져 아름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사람 사는 곳 가까이에 이렇게 넓고 풍요로운 습지공원이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멀리 보이는 풍경 속의 빨간 것은 퉁퉁마디, 칠면초 등의 식물인데 서해안 쪽의 갯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식물이다. 노랑과 초록 등만으로 하마터면 밋밋했을 풍경에 저 녀석들이 그 열정적인 색을 드러내 주니 얼마나 좋은가.

염전의 소금창고로 쓰이던 건물이다. 아마도 이번 태풍으로 더욱 많이 훼손되었을 법한데 허허벌판에서 맞았을 그 바람 속에서도 기둥들이며 골조가 아직은 탄탄해 보인다. 드러난 골조가 앙상하지만 뭔가 사연이 많을 것 같은 모양새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이런 탐조대가 여러 군데 설치되어 있다. 관찰대 구멍을 통해서 이리저리 보이는 풍경은 그 자체로 한 컷의 수채화가 된다. 굳이 철새를 보지 못하더라도 나무와 산, 풀과 꽃, 그리고 조그만 웅덩이가 서로 어루러져 있는 모습 곳곳은 그 자체로 훌륭한 프레임을 생산한다.

갈대숲 사이로 갯벌에서 노는 사람들이 보인다
▲ 갈대숲 갈대숲 사이로 갯벌에서 노는 사람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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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한참 걷다 눈을 들어보니 정자와 이정표가 있다. 그리고 저 멀리에는 아파트촌이 보인다. 정자에서 쉬어가도 좋겠고 이정표를 따라 양옆의 길을 걸어도 좋겠다. 멀리 보이는 집들은 굳이 우리 집이 아니더라도 뭔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을 제공한다. 여행이란 돌아갈 곳이 있어 더욱 좋은 것이 아닌가.

예전 소금창고의 모습인데 경비업체의 표식이 붙어있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자물쇠로 채워져 있다. 드러난 골조와 초록지붕, 연하늘 색의 작은 지붕에 자줏빛의 튀어나온 입구를 가진 이 창고는 그 자체로 멋진 건축물이다. 

관광객들이 폐염전의 버려진 타일들로 써놓은 우스꽝스러운 글들이 오가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을 준다. 전국 관광지의 건축물들에 써놓는 글씨며 그림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이런 정도의 장난은 애교라 볼 수 있겠다. 

갈대숲과 해당화가 어우러진 오솔길
▲ 오솔길 갈대숲과 해당화가 어우러진 오솔길
ⓒ 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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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 곳곳에는 이런 나무다리가 설치되어 있다. 길 주변의 울타리와 더불어 목가적인 풍경을 더한다. 7시가 가까워지니 어둑해져 오는 것이 가을이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공원을 막 빠져나오려는 데 나무들 사이로 아파트의 불빛이 따뜻하게 새어 나왔다. 아파트의 뒤로는 때 지난 황혼의 그림자가 뉘엿뉘엿 비치고 있었다.

이 공원은 대한민국의 사계, 어느 계절에도 나름의 운치를 제공할만한 풍경을 자랑한다. 봄에는 바람에 흔들리는 풀들, 여름에는 갯벌체험, 가을에는 갈대와 해당화의 운치, 그리고 겨울에는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폐염전과 들판에 흩날리는 눈발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좋을 것이다.

멀리 아파트가 보이고 풍차도 보인다.
▲ 풍차가 보이는 염전풍경 멀리 아파트가 보이고 풍차도 보인다.
ⓒ 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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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소래생태습지공원, #갈대, #해당화, #폐염전, #갈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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