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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MBC 드라미아' 세트장을 방문하고 나오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안철수 원장 출마선언 등 대선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0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MBC 드라미아' 세트장을 방문하고 나오며 취재진에 둘러싸여 안철수 원장 출마선언 등 대선 현안에 대한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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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여기서 정치얘기하면 아까 들었던 얘기들은 나오지도 않을텐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진을 치고 기다리던 기자들을 보며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난 20일 경기도 용인 MBC드라미아에서 열린 외주드라마제작진 간담회가 끝난 직후였다. 결국 박 후보의 예측대로 대다수의 언론들이 안철수 대선후보의 '3자 회동' 제안에 대한 박 후보의 답변을 주요하게 뽑아 기사를 내놓았다. 박 후보는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다"면서도 "(정책 경쟁은) 어떤 선언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실천으로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향후 대선구도의 상황을 명징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에 이어, 안철수 후보마저 본선에 올라오면서, 지난달 20일 이후 계속된 박근혜 후보의 독무대가 완전히 종료됐다는 의미였다.

새누리당은 본격적인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황우여 당대표는 지난 20일 충북 현장 최고위에서 "(안 후보는) 더 이상 국민들에게 의구심을 남기는 정치행보와 단일화 논의 또한 그만두시고 당당히 대선에 나와 세 분이 중심이 돼서 마쳐주셨으면 하는 것이 새누리당의 바람"이라고 밝혔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21일 국감대책 상임위 간사단 회의에서 "안철수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손님 끌어다가 몰아주는 호객꾼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닌지"라며 혹평했다.

안 후보의 '3자 회동' 제안도 실현되기 어려워 보인다. 조원진 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3자 회동이 성사되려면 안 후보가 먼저 단일화 부분에 대해 명확히 얘기해야 하고 본인의 정책을 빨리 내놓아야 한다"며 "이 두 가지가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후보들이 서로 네거티브 말자고 모인다는 건 사진찍기용 선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21일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출마선언 직전까지 (안 후보에 대한)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된 상황에서 갑자기 정책경쟁을 제안한다는 것은 진정성이 없는 얄팍한 수가 아닌가 이런 의구심을 좀 갖는다"며 "정치하는 입장에서 (안 후보의 제안이) 쇼로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경기도 판교 디지털밸리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경기도 광역·기초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오전 경기도 판교 디지털밸리 글로벌R&D센터에서 열린 경기도 광역·기초의원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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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가 "우리의 소원은 대선승리"라고 외치자 박근혜 대선후보와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회자가 "우리의 소원은 대선승리"라고 외치자 박근혜 대선후보와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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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스런 문재인·안철수의 협공... 추석 연휴 앞두고 지지율 하락세

문제는 본선에 오른 두 후보가 박 후보를 겨냥해, 본격적인 공세를 펼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안 후보는 지난 20일 현충원 참배 당시 이승만·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은 물론, 박 후보의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묘역까지 참배했다. 본인이 출마선언 당시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건 위선"이라고 강조했던 바를 몸소 실천한 셈이다.

다만, 안 후보는 참배 이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 후보에게 일격을 날렸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 우리 산업의 근간이 마련됐다"면서도 "이를 위해 노동자, 농민 등 너무 많은 이들의 인내와 희생이 요구됐다, 법과 절차를 넘어선 권력의 사유화는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출마선언 당시에도 "(박 후보가) 아버님에 대한 얘기를 하기 힘든 인간적인 고뇌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통령 후보 자격으로 본인의 생각을 정확하게 밝히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박 후보의 역사인식 논란을 꼬집은 바 있다.

앞서 문재인 후보는 지난 18일 경남 사천 태풍 피해현장 방문에서 "군부독재, 권위주의 체제를 통해 국민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 인권을 유린했던 정치 세력이 과거에 대한 진정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인혁당(인민혁명당) 논란 등 과거사에 대한 박 후보의 사과를 직접적으로 요구한 바 있다.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는 추석 연휴(29일~10월 1일) 전 견고한 지지율을 만들지 못한 것도 박 후보로선 뼈 아픈 부분이다. 박 후보는 최근 홍사덕·송영선·이재영 등 당내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의 비리연루 의혹과 역사인식 논란으로 단단히 발목을 붙잡혔다.

박 후보는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경선후보에게 줄곧 앞서다가 대선을 1년여 앞둔 2006년 10월 추석 직후 역전을 허용한 바 있다. 현 상황은 더 나쁜 편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9, 20일 양일 간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박 후보는 지지율 44.0%를 얻어, 안 후보(49.9%)에게 5.9%p 차로 뒤졌다. 박 후보는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도 46.0%를 얻어 오차범위 내인 1.0%p 차로 문 후보(47.0%)에게 졌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5%p)

'광폭행보'를 통해 중도층·무당파층을 공략해온 박 후보가 안 후보의 등장으로 벽에 부딪힌 셈이다. 

한 친박 전략통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안 후보의 지지율은 즉각 반응이 오지만 빨리 시드는 추세를 보여왔다"면서도 "안 후보는 '부서지기 쉬운 유리잔'과 같지만 '원펀치'가 있는 후보"라고 평했다.

박근혜 후보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가운데, 일부 참석자들이 박 후보의 팔을 끌어 당기고 있다.
 박근혜 후보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는 가운데, 일부 참석자들이 박 후보의 팔을 끌어 당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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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선후보가 인사말을 시작하자 참석자들이 휴대폰을 꺼내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근혜 대선후보가 인사말을 시작하자 참석자들이 휴대폰을 꺼내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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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아지는 '역사인식 논란' 정리 요구... 24일 부산에서 입장 밝힌다?

당내에선 박근혜 후보가 추석 연휴 전 역사인식 논란 등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당 차원의 중앙선대위 조기 구성이나 정책 발표 등보다 문제의 '근원'부터 제거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정치권 내 사람들은 안철수 후보의 메시지에 대해 '상호모순적이고 추상적이다', '세상 물정 모른다'고 평하지만, 바깥의 사람들은 '안철수 대단하던데'라고 평한다"며 "(단일화 등을 통해 형성되는)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역동성에 맞서기 위해선 박 후보가 자신의 실점 포인트로 꼽히는 역사관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친박 의원도 "대선의 주된 이슈흐름이 '역사인식 논란'에 갇혀 버렸다"며 "박 후보가 정리하지 않는 이상, 어떤 행보를 하더라도 진정성 논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역사인식 논란 정리 요구가 나오는 가운데, 박 후보가 오는 24일 부산을 찾기로 한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현영희 공천뇌물 사건 등으로 흔들리고 있는 부산 민심이 PK(부산·경남) 출신 문재인·안철수 후보에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행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러나 박 후보가 부산 방문에서 인혁당·유신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기상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이기 때문이다.

다만, 당내 관계자들은 박 후보가 역사인식 논란을 정리하더라도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모두 잇겠다는 기본 입장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 봤다. 한 관계자는 2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후보가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 문제에 대해 모든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며 "얘기를 하더라도 당시의 잘못된 점에 대해서 입장을 밝히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후보의 스타일이 정치공학적 접근을 하지 않는다"며 "추석 연휴 전이라고 무언가 특별하게 다른 것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여의도 당사에서 추석 동영상을 촬영한 뒤, 오는 24일 부산 방문 과정에서 과거사에 대한 언급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제가 알아서 적당한 때에"라고 말끝을 흐리며 "어쨌든 죽 한번 정리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역사인식 논란을 정리해야 한다는 당내 여론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시한 것. 그러나 그는 이날 오전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에서 열린 경기도 광역·기초의원 워크숍에서 인사말을 통해 "국민의 삶과 무관한 일로 시간과 열정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의 역사인식 논란 등에 대한 야권의 공세에 대한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발언이었다.

박 후보는 "선거 때가 되면 각종 구호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모습을 봐 왔는데 가장 근본적인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며 "우리가 정치하는 목적은 결국 국민이 안심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고 국민 각자가 꿈을 이룰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태그:#박근헤, #안철수, #문재인, #역사인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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