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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연속되는 태풍으로 인해 남도지역에 피해가 심했다. 지난 18일(화)~19일(수) 전라도 나주에서 배와 단호박 농사를 짓고 있는, 태풍피해를 많이 본 노총각 성수를 만나고 위로하기 위해 친구들과 잠시 다녀왔다.

태풍으로 배는 거의 낙과를 했고, 다행히 단호박은 평년작은 된다고 한다. 혼자 농사를 짓고 있는 성수는 상당히 낙심을 하고 있는 표정이었지만, 오랜 만에 방문한 친구들과 즐겁게 이틀을 보냈다.

서울의 사당동에서 자가용으로 4시간을 가니 성수가 사는 나주시 산포면이다. 아침에 출발을 했지만, 나주에 당도하니 벌써 식사 때가 다 되었다. 성수는 점심으로 나주 특산품인 홍어를 먹자고 했다.

나주는 장어가 유명
▲ 나주장어구이 나주는 장어가 유명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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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경상도 촌놈이 무슨 홍어야? 나주에 장어가 유명하다고 들었는데, 장어 먹자"고 우겨 산포초등학교 앞에 있는 장어구이전문점인 '산포제일장어'집으로 갔다.

나주가 영산강 하구에 위치하고 있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역이라 장어가 무척 유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던 나의 강한 주장이 관철되어 일행은 몸보신도 할겸 장어소금구이를 먹은 것이다.

양식장도 겸하고 있는 곳이라 10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장어 3마리를 구워먹고는 장어탕을 한 그릇씩 더 먹을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솜씨로 장어를 굽고 소금을 뿌리고 뒤집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맛나게 장어를 먹었다.

수렵허가로 요즘 나주엔 산돼지고기가
▲ 산돼지구이 수렵허가로 요즘 나주엔 산돼지고기가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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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로 조금 더 장어를 먹으려고 했더니, 주인양반이 신 새벽에 사냥 가서 직접 잡은 산돼지고기라며 2인분 정도의 고기를 서비스로 주어 후식은 산돼지구이로 먹었다.

나는 너무 배가 불렀지만, 같이 갔던 친구들은 무척 배고팠던지 장어탕을 추가로 시켜 더 먹고는 커피를 한잔 하면서 잠시 담소를 나누었다.

우리는 나주까지 온 김에 성수의 농장으로 가서 배 밭과 단호박 농원을 둘러보려 했지만, 한사코 "그냥 관광이나 하고 즐기고 가라"는 성수의 만류에 일단은 나주를 한번 살펴보기로 했다.

나주시
▲ 2012년 국제농업박람회장 나주시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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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는 오는 10월 5일부터 29일까지 전라남도가 주관하는 '2012국제농업박람회'가 나주에 있는 전남농업기술원 중심으로 하는 100만평이 넘는 터에서 열린다며 잠시 이곳을 둘러보자고 했다. 아직 행사 준비로 바쁘고 어수선했다. 하지만 지역의 농민들은 물론 관민들이 일치단결하여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 관계로 둘러 볼 곳이 많다고 하여 인근의 박람회장으로 갔다.

나주
▲ 열대식물관 나주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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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2분 정도를 가니 바로 행사장이다. 개막까지는 아직 보름 정도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어수선하기는 했다. 그러나 한창 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나 조경과 함께 나무와 풀, 꽃을 심고 옮기는 모습이 멋지게 보였다.

나주에서 배와 단호박 농사를 짓고 있다
▲ 귀농한 김성수 나주에서 배와 단호박 농사를 짓고 있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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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지인이 행사장 전부를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성수가 대학 졸업 직후 나주로 귀농하여 오랫동안 터를 잡고 있어서 공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열대식물원, 농업예술관을 볼 수 있었다. 아직은 공사가 끝나지 않은 생명농업관과 농업미래관은 외부에서 잠시 살필 수 있었다.

시큼한 라임을 한입 먹어 본다.
▲ 열대식물관 시큼한 라임을 한입 먹어 본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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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기농산물의 60%를 생산하는 나주를 중심으로 한 전남도에서는 매년 국내용의 농업박람회를 열었다.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부터는 좀 더 규모를 늘려 20개국 250개 업체가 참가하는 국제규모의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고 관람객 105만 명을 목표로 준비에 바쁘다고 했다.

우리 일행이 감동을 받는 곳은 열대식물원으로 대형 온실 속에 열대밀림을 재현해 놓은 것이 바나나, 구아바, 레몬 등 열대과일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주었다.

가상을 만든 현실이다
▲ 한 나무에서 수십개의 과일과 채소가 가상을 만든 현실이다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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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직은 넝쿨식물을 혼합하여 심어서 한 나무에서 여러 가지 과일이나 채소가 열리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지만, 미래에는 실재로 한 나무에 수십 개의 과일과 채소가 열리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상의 모습을 미리 만들어 놓은 것이 특이했다.

워낙 넓은 땅이라 두어 시간을 둘러보았지만, 반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10월초 박람회 본행사가 열릴 때 다시 오는 것으로 기약을 하고는 이웃의 '전라남도산림자원연구소'로 이동했다.

국제농업박람회
▲ 나주시 국제농업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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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지난 8월 말 '대한민국산림박람회'가 열렸던 곳으로 전체가 600~700미터 정도는 되어 보이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있고, 숲 유치원, 나무병원, 산림학교, 산림 요가원, 숲속도서관, 산림 휴양관, 산약초건강음식관, 난대수목원, 숲속공연장, 숲속 물놀이 체험장, 산림예술관 등이 자리하고 있는 종합수목원에 연구소였다.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 나주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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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한 시간 넘게 이곳을 산책하면서 단란한 가족여행을 꿈꾸었다. 나도 10월에 나주에 다시 오게 되면 집사람과 아들 연우와 함께 소풍 온 기분으로 이곳을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입구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담양의 길보다 더 운치가 있고 당당하고 멋졌다.

최근 대한민국산림박람회가 열렸다
▲ 전남산림자원연구소 최근 대한민국산림박람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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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멋지고 좋은 수목원을 발견한 기쁨이 크다. 우리 일행은 다시 길을 나서 이웃한 다도면 풍산리(楓山里)에 있는 '도래전통한옥마을'로 갔다. '도천마을'로도 불리는 이곳은 마을의 맥이 세 갈래로 갈라져 내 천(川)자 형국을 이루는 까닭에 도천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마을은 조선 중종 때 풍산홍씨(豊山洪氏) 홍한의가 기묘사화를 피해 정착하면서 풍산홍씨 집성촌이 되었다. 조선후기 사대부 가옥이 많이 남아있는 전형적인 한옥마을로, 예전에는 가구 수가 100여 호나 될 만큼 규모가 컸다. 마을 뒤편 주산은 군사가 사흘 동안 먹을 수 있는 식량이 있는 산이라 해서 이름이 식산(食山)이다. 마을 앞에는 넓은 들판이 펼쳐지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형으로, 전체 경관이 빼어나다.

나주 도래한옥마을
▲ 도래마을 정자 앞 이층대문 나주 도래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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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입구에는 공동 정자와 연못 등이 있고, 정자 입구에 있는 2층 효자문 역시 독특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가옥은 기와집과 초가로 이루어져 있고, 집들 사이로 돌담길이 나 있어 옛 길의 정취를 흠씬 느낄 수 있다.

대표적인 건물은 종가인 홍기응 가옥(중요민속자료 151)을 비롯하여 홍기헌 가옥(중요민속자료 165), 홍기창 가옥(전남민속자료 9), 홍기종 가옥(전남민속자료 10)을 들 수 있다. 모두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지어진 근대가옥으로, 원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어 구한말 근대 건축사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홍기응 종가
▲ 나주시 도래마을 홍기응 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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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천마을은 마을회지인 '도천동지(道川洞誌)'를 만들 만큼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마을로, 지금도 절기마다 마을잔치가 열린다. '임꺽정'의 작가인 벽초 홍명희 선생의 선대가 이 마을에 살다가 뛰어난 학식을 인정받아 충북의 홍봉한 선생 집에 양자로 간 일화도 남아 있는 곳이다.

나는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으로 마련된 '도래마을옛집'과 종택인 홍기응 가옥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특히 관리인이 상주하면서 민박을 겸하고 있는 도래마을옛집은 1936년에 지어진 일제강점기의 근대한옥으로 안채와 사랑방 공간에서 근대건축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어 꼼꼼히 살펴보았다.

1936년에 지어진 근대 한옥이다
▲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으로 정비된 한옥 1936년에 지어진 근대 한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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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내셔널트러스트에서는 이 옛집을 보전대상으로 지정, 2006년에 문화유산기금 1억 원으로 매입하였으며, 복권위원회 복권기금 6억 원을 들여 보수했다. 이 옛집은 서울 성북동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 선생의 옛집에 이어 시민문화유산 제2호가 된다.

도래마을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으로 마련된 한옥
▲ 나주시 도래마을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으로 마련된 한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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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편에 있는 홍기응 종가는 사랑채와 본채는 비어있는 듯했지만, 뒤채에는 주인이 살고 있는지 빨래가 걸려있고 인기척도 들렸다. 사당도 갖추고 있어 조선 사대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었다.

마을 전체적으로 10여 채의 한옥이 남아있고 20~30채 정도는 개량되거나 양옥으로 지어져 있어 예전의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기는 했지만, 나름 볼 것이 많은 고즈넉한 시골마을이었다.


태그:#나주시, #국제농업박람회, #도래전통한옥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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