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순 울산 옥동에 우리생협이란 공간이 생겼습니다. 울산 우리생협 장영숙 대표는 90년대 저와 비슷한 시기에 현대미포조선에서 노조활동을 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인연이 닿았는데 어느날 생협을 개업한다고 했습니다. 개업날엔 못가보고 며칠 지나서 가보았는데 점포도 넓고 그 안에 우리밀 빵 가게도 있고, 무항생제 육류코너도 있었습니다. 의자가 몇 개 있고, 거기서 간단히 차와 빵을 먹을 수도 있었습니다. 한켠엔 여러가지 좋은 책들이 진열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난 이곳을 문화 공간이 되게 할 거야."
친구처럼 편하게 지내는 장 대표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생협(생활협동조합)은 물품파는 공간인데 여기다 무슨 문화 공간?' 저는 그렇게 여기며 의아해 했습니다. 벌써 한 차례 가야금 연주회를 했다고 하는데 제가 안 본 이상 상상이 가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직접 보아야 이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언제쯤 생협 가게서 연주회 하는 것을 볼 수 있을지 기대를 하던 참 입니다.
'오는 18일(화) 오후 7시 우리생협 옥동점에서 가야금 연주회가 있으니 구경오세요.'
마침 며칠 전부터 연주회 한다는 내용의 문자가 왔습니다. 기대를 품고 일마치는대로 버스를 타고 옥동으로 갔습니다. 동구에서 남구쪽에 있는 옥동까지 가려면 1시간 족히 걸립니다. 그날따라 공업탑 쪽에서 차량이 많이 밀렸습니다. 가까스로 오후 7시 조금 넘어 도착하니 연주회가 막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벽쪽에 붙어있는 현수막엔 '9월 하우스 콘서트'라고 되어있고 '가을 가야금을 만나다'는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하우스 콘서트는 유럽의 귀족들이 음악가나 연주자를 집으로 불러 가정 연주회를 한 것에 유래한다고 합니다. 어쨌거나 그런 소규모 음악 연주회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스무개가 넘는 가야금 줄로 띵땅 거리며 하는 연주를 들으니 참 좋더군요.
연주회는 아쉽게도 30분 했습니다. 1시간 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30분 정도 아쉬움이 남는 연주회 였습니다. "아리랑 좀 연주해 주세요. 조합원과 같이 불러 보았으면 좋겠어요"라고 조합원 중 한 분이 부탁을 했지만 연주가 안 된다 했습니다. 연습을 못했다면서. 다음을 기약하며 연주회는 모두 마무리 되었습니다. 가야금이 치워지고 무대가 정리되자 이어서 다른 행사가 진행되었습니다. 장 대표가 즉석에서 나섰습니다.
"자 지금부터 조합원 누구나 저와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순식간에 줄지어 길게 섰습니다. 어린이와 함께 온 부모들이 줄을 섰습니다. 그때부터 한참을 "가위바위보" 소리가 생협 가게에 울려 퍼졌습니다. 어린이와 할때는 몇 번을 했습니다. 어린이가 계속 지니 그 어린이가 이길 때까지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그 가위바위보는 선물을 주지않기 위해 한 것이 아니라 선물을 주기위해 한 것이었습니다. 정말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그런것이 협동조합의 참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생활협동조합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거래시키는 점포를 말하지만 일반 유통업과는 분명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요즘 협동조합에 관심이 생겨 협동조합에 대한 책을 보고 있습니다. 일반 유통업은 그냥 개인이 돈 벌려고 하는 사업이지만 협동조합 사업은 조합원이 주인입니다. 소비자 조합원이 모여서 유기농이나 무농약과 같은 건강한 생활을 해나가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 협동조합 정신에 참여하겠다는 생산자를 참여시켜 그 물품만 쓰는 겁니다.
협동조합 운동은 참 좋은 거 같습니다. 지구별 생태계를 살리는 노력도 하고, 사람과 사람사이 서로 믿고 진실을 형성 시킴으로써 서로서로 행복한 생활을 영위해 나갈 수 있는 운동인 거 같습니다. 얼마전 몬드라곤의 기적과 몬드라곤에서 배우자는 책을 보았습니다.
1956년 스페인 작은마을 몬드라곤에서 시작된 생산협동조합 기업이 지금, 전세계에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수십년 한국에서 노동자로 살아온 저는 몬드라곤 협동조합의 기업이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해고없는 기업, 지속가능한 대안 기업으로 통하는 몬드라곤 같은 기업이 대한민국에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012년은 협동조합의 해라 합니다. 서울에선 큰 규모의 협동조합 행사도 했다 합니다. 협동조합 운동이 21세기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는 거 같습니다. 울산에도 한살림이나 자연드림같은 생협이 있긴 하나 그땐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울산에 새로 생긴 우리생협에 조합원으로 가입해 참여하면서 협동조합에 대한 새로운 기대가 내 마음속에 흐르고 있습니다. 책에서 나온 좋은 내용처럼 그런 협동조합을 만들고 형성시켜 나가기 위해서 힘 닿는데까지 힘 써 볼까 합니다. 우리 모두에게 좋은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