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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수요일 민주노총 주최로 현대차 정문 앞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문화제가 있었습니다.
 19일 수요일 민주노총 주최로 현대차 정문 앞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문화제가 있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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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9일 17시 30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정문 앞에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한 투쟁문화제'가 열렸습니다. 저는 조금 늦게 가서 앞에 한 내용은 모르겠습니다. 저는 분위기를 살폈습니다. 수백명 모인 거 같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해고자인 저는 수요집회 때 마다 집회 참석하라는 문자가 옵니다. 수요집회는 지난 2010년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자동차 불법파견'이 판결난 이후 줄 곧 해오고 있는 저녁 문화제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은 민주노총 울산본부 주최로 수요집회가 열립니다. 조합원은 한분도 빠짐없이 참석 바랍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지난 2004년 경 탄생했습니다. 현자노조에서 '현대차 불법파견'이라고 노동부에 진정서를 냈는데 노동부에서 '현대차 불법파견'이라고 판정내렸습니다. 그 후부터 비정규직 노동자들중 정규직화에 대한 기대를 품은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가 모여 노조를 만들고 가입했습니다. 저도 노조준비위가 발족하면서 참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십대 후반이던 저는 순진하게도 '현대차 불법파견 이니까 당연히 정규직 전환 시켜줘야 하는게 맞지 않나'하는 생각으로 비정규직 노조에 가입하게 된 것입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어 투쟁하는 노조원에 대해 여러가지 노동탄압을 자행했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만도 노조간부와 조합원 폭행, 납치, 미행 ,감시, 손배가압류, 해고, 출입불가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현대차의 그런 폭력적 노무관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대차 비정규직으로 10년 째 다니던 저는 예고된 구조조정이 일어나 정리해고 되고 말았습니다. 그때가 2010년 3월 중순경.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이라고 좀 더 빨리 판결났더라면 저는 부당해고에 맞서 싸웠을 겁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박현제 대표(왼쪽)와 조합원이 진행을 지켜보고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박현제 대표(왼쪽)와 조합원이 진행을 지켜보고 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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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가 현대차 불법파견이라고 판정은 내렸지만 처벌기관은 아니라서 그 문제를 검찰에 넘깁니다. 그렇게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넘겨받은 검찰은 2005년경 무혐의 처분을 내려버립니다. 검찰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희망을 단숨에 꺾어 버리는 사건이었습니다. 3천여명을 육박하던 노조원은 한순간에 대부분 탈퇴하고 600여명만 남아 겨우 명맥만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1공장 해고자였던 최병승 조합원이 법원 소송을 밟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었습니다. 검찰에서 현대차 불법파견 문제를 무혐의 처분 후 저도 기대를 품고 있었던 정규직화의 희망이 사라졌었습니다. 저는 매일 출근은 했지만 마치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곤 했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정규직이야 고용불안에 대해 신경안써도 되지만 비정규직인 저는 고용이 파리목숨 같이 여겨졌습니다. 그렇게 희망이 절망으로 변한 채 5년 더 다니다 2010년 3월 중순경 정리해고서에 순순히 서명하고 말았던 것입니다.

공장 합리화. 현대차는 제가 다니던 수동변속기 공장을 뜯어내고 다른 라인을 증설한다고 했습니다. 1년 공사에 들어간다했고 정규직은 유급휴직을 한다고 했습니다.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가 20여명이나 생존권이 달린 문제가 생겼지만 당시 현자노조는 정규직 조합원의 처우만 협의할 뿐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는 외면했습니다. 저는 "1년 무급휴직하고 공장이 다시 가동되면 들어와 일하겠다"고 하청업자에게 애원하다시피 이야기 해보았지만 하청업자는 "현대자동차에서 절대 불가 입장"이라고만 주장할 뿐이었고 사직서에 서명하라고 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주최하니 현대차는 정문 앞을 개방했습니다.
 민주노총이 주최하니 현대차는 정문 앞을 개방했습니다.
ⓒ 변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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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2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그때만 생각하면 억울한 생각이 너무도 크게 듭니다. 2010년 3월 중순 현대차 다니는 게 강제로 중단되고나니 허탈했습니다. 귀농이라도 해보려고 제주도가서 노력도 해보았지만 여의치 않았습니다. 3개월 후 인 7월 초 다시 울산와서 직장을 찾아 헤매다 3차하청업체 들어가 일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해 7월 22일 대법원에서 현대차 불법파견이라고 판결이 나게 된 것입니다. 얼마나 억울하던지요. 조금만 더 참고 견뎠더라면. 참 아쉬웠습니다.

"현대차는 불법파견 회사이므로 하청업자에게 낸 사직서는 무효입니다."

그렇게 해서 저의 정규직을 향한 희망 여정이 2년이 넘었네요. 임시직을 발판으로 삼아 가정을 꾸려가면서 거대 재벌기업 현대차를 상대로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을 해나가기가 쉽지만은 않지만 저로선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그래서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매주 수요일 집회 만큼은 빠지지 않고 나갑니다. 그전엔 몰랐었는데 지난 19일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문화제'를 지켜보고 뭔가 색다른 점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비정규직 노조만 현대차 앞에서 수요집회를 할때면 현대차는 집회를 못하게 사내에 있는 다양한 차종을 끌어다 정문을 막아 버립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현자노조에서 함께 수요집회를 열면 언제그랬냐는듯이 주차된 다른 차량까지 치워주는 친절을 베풉니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사람으로 안보이나 참 희안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입니다.

19일 수요일은 민주노총울산본부 주최로 현대차 불법파견 투쟁문화제를 열었습니다. 사람도 많았고 공간도 열리고 좋았습니다. 매주 진행되는 수요집회 때마다 민주노총,금속노조,현자노조가 번갈아 가며 주최해서 행사를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사내 차량 가져다 막는 일은 않겠죠.

지난 8월 24일 금요 연대의 밤 때도 가로 막았습니다. 민주노총,금속노조,현자노조가 조직별 참석이 없자 현대차는 울산공장 정문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지난 8월 24일 금요 연대의 밤 때도 가로 막았습니다. 민주노총,금속노조,현자노조가 조직별 참석이 없자 현대차는 울산공장 정문 앞을 가로 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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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현대자동차, #불법파견, #정규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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