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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송영선 전 의원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 만드는 데 필요하다"며 정치자금을 요구하고 다닌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18일 <한겨레>가 입수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송 전 의원은 지난 달 중순 서울 모처에서 사업가 ㄱ씨를 만나 "12월 대선 때 (박근혜 후보가) 6만표를 얻으려면 1억 5000만원이 필요하다"며 "(당신이) 투자할 수 있는 게 남양주 그린벨트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밖에도 △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의 변호사비 3000만 원 △ 여의도 오피스텔 △ 4‧11 총선 당시 친박 핵심 ㄴ의원에게 2~3억만 줬어도 대구에서 공천을 받았을 것 등 구체적인 금품요구 사항이 담겨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또다시 친박계 핵심인사의 비리가 터지자 새누리당의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됐다. 매번 새누리당이 권력형 비리 사안에 대해 '제명' 내지는 '탈당'과 같은 대안을 내놓는 데 그쳐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받아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지난 8월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의 '돈 공천' 파문에는 '제명', 최근 홍사덕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는 '자진탈당'을 내세워 마치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태도를 바꾼 바 있다.

이번에도 새누리당은 19일 정치쇄신특위와 윤리위 연석회의를 열고 송 정 의원 '제명'을 결정했다. 새누리당은 "송 전 의원과 연락이 안 돼 사실관계를 파악하진 못했다"면서도 "언론 보도 내용만으로 당 발전에 극히 유해"하다는 이유로 제명처리해, '꼬리자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아울러 박 후보는 같은 날 정치쇄신특위 회의에 참석해 "정치권에서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제도가 마련됐으면 좋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 재차 강조했을 뿐이다.

이러한 연이은 '꼬리자르기식' 대응은 박 후보가 "정치쇄신을 위해 권력형 비리를 엄단하겠다(8월 20일 후보수락연설)"며 구성한 특별감찰관제, 정치쇄신특위조차 유명무실하게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자체적으로 진상 조사해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던 쇄신의지의 진정성마저 의심받고 있다.

이 가운데 방송3사는 송 전 의원의 '녹취록'과 '제명'을 전했는데, 보도의 초점에 차이를 보였다. MBC와 KBS는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무책임한 '꼬리자르기' 대처에 대한 비판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특히, MBC는 송 전 의원의 '녹취록'에 대한 언급은 최소화한 채, 박 후보의 정치쇄신행보를 주요하게 전하면서 송 전 의원의 제명에 박 후보의 결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게 했다. 그마저도 박 후보의 수해복구현장 방문 행보 뒤에 내보냈다.

박 후보의 “정치쇄신특위 행보”후 새누리당의 송영선 제명 덧붙임
▲ ▲ 2012.9.19. MBC <뉴스데스크> 박 후보의 “정치쇄신특위 행보”후 새누리당의 송영선 제명 덧붙임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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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는 송 전 의원 '녹취록'을 주요하게 전했으나, 곧이어 △새누리당의 제명 △박 후보의 정치쇄신특위회의 참석을 덧붙였다. 비판은 민주통합당의 입장만 짧게 언급했다.

SBS는 관련 소식을 '안철수 대선출마 보도' 다음으로 내보냈으며, '녹취록' 내용을 주요하게 다뤘다. "친박계 인사", "대선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신속하게 조치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한 뒤, 민주통합당의 비판을 덧붙였다.

<복구 현장으로‥송영선 제명>(MBC, 박성준)
<금품요구 파문…제명>(KBS, 곽희섭)
<또 비리 의혹..'억대 요구' 녹음 공개>(SBS, 김정인)

MBC <복구 현장으로‥송영선 제명>은 "박 후보가 정치쇄신 특위에 참석해 강력한 쇄신책을 주문했다"며 "부정부패를 근절하는 제도 마련"을 촉구하는 박 후보 발언을 실은 뒤, 곧바로 새누리당의 제명 의결을 전했다. 녹취록에 대해서는 "송영선 전 의원은 '대선에서 박 후보를 돕기 위해 1억5천이 필요하다', '오피스텔 운영경비를 도와달라'는 등의 발언"이 있었다고 짧게 언급했다. 그리고는 "박 후보가 쇄신의 발걸음에 제를 뿌리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거듭 부각했다.

KBS <금품요구 파문…제명>은 문제가 된 "녹취록"의 내용을 CG로 구성해 상세히 전달했다. 보도는 "대화 내용이 알려지자 새누리당은 송 전 의원을 제명했다"면서 "사실관계 파악을 못했지만, 당 발전에 극히 유해하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 측 입장을 덧붙였다. 이어 박 후보가 "예정에 없던 정치쇄신특위 회의에 참석"해 "쇄신을 강조했다"며 박 후보의 발언을 나열했다. 제명안에 대한 비판은 '책임회피용 꼬리자르기'라는 민주통합당의 입장을 짤막하게 전달한 데 그쳤다.

SBS <또 비리 의혹..'억대 요구' 녹음 공개>는 "친박근혜계 인사 송 전 의원이 한 사업가에게 억대 금품을 요구하는 육성 녹음이 공개됐다"며 녹취록 내용을 상세히 전했다. 이어 새누리당의 송 전 의원 제명을 전하면서 "홍사덕 전 의원 불법정치자금 의혹에 이어 대선의 악재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신속한 조치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을 달았다. 그런 뒤 "야당은 새누리당이 또다시 꼬리자르기에 나섰다고 비판"했다며, "책임회피용 꼬리자르기"라는 민주통합당의 비판을 실었다.

덧붙이는 글 | 본 기사는 민언련 홈페이지에 중복게재했습니다.



태그:#박근혜, #새누리당, #송영선, #MBC,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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