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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딤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 중반으로 낮췄다.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예상보다 더딤에 따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우리 경제 성장률을 2% 중반으로 낮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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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7일 올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을 2.5%로 내려 잡았다. 최근 국내·외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KDI는 지난 5월, 올 성장률을 3.6%로 내다봤다. 4개월 만에 전망치를 무려 1.1%P 낮춘 것이다.

4개월 만에 무엇이 얼마나 달라졌길래 성장률을 이처럼 크게 낮춘 것일까. KDI의 수정전망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것이다. 이미 올 초부터 경기침체 우려에 대한 전망은 끊임없이 나왔다. 특히 상반기 유럽의 재정위기와 금융불안이 더욱 가시화되면서, 국내 수출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수출은 현재 한국경제를 버티게 하는 마지막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와 연구기관들도 앞다퉈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기 시작했다.

지난 8월 14일 현대경제연구원은 올 성장률을 3.5%에서 2.8%로 0.7%P 낮췄다.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아예 "현재의 내·외수 경기 부진을 고려하면 3%대 성장률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지난 8월, 보고서에서 올 성장률을 2.6%로 내다봤다. 이 연구원 역시 5월에는 3.2%로 예상했다. 이들 연구기관들은 대체로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국내 수출 부진을 하락 요인으로 꼽았다. 유럽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미국의 회복세도 지지부진한 점, 중국 성장도 정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 등을 우려했다. 이들 지역에서의 국내 대기업 수출도 최근 들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결국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경제 입장에서는 세계경제 악화가 곧장 고용불안과 내수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전경련이 경제전문가 4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들 가운데 81%가 '올 성장률이 3%를 밑돌 것'이라고 답했다.

대외여건 악화→수출부진→고용과 소비감소→경기침체 장기화 우려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마찬가지다. 무디스도 지난 8월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올리면서 "성장률이 2.5% 내외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피치 역시 2.5%,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마찬가지로 2.5%로 낮춰 잡았다.

이처럼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이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고 있지만,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3% 성장률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3%대 성장률에 대한 수정치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KDI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고 내수 역시 부진함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KDI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하고 내수 역시 부진함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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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가 이날 내놓은 보고서는 민간연구소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신 4개월 전 KDI 보고서보다는 부정적인 표현이 다수 들어가 있다. 전망치의 전제 조건이 되는 세계경제 평가에 대해서도 '성장세가 다소 둔화될 것'(5월)에서 '성장세가 상당폭 둔화될 것'으로 고쳤다. 국내 고용과 내수에 대해서도, 당초 '안정적인 내수 증가세'를 전망했다가 '내수 증가세 크게 둔화'로 바꿨다.

이 같은 성장률 하향으로 민간소비를 비롯해 기업들의 설비투자 전망치 등도 크게 떨어졌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기존 2.7%에서 1.9%로, 설비투자는 8.9%에서 2.9%로 낮췄다. 건설투자는 3.1%에서 0.2%로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업들의 대외 불확실성 때문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물론 KDI는 내년 우리 경제는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대신 당초 내년 성장률은 4.1%에서 3.4%로 내렸다. 하지만 이 역시 현재의 경제 여건이 그대로 진행됐을 때를 전제로 한다. 세계경기의 하락 장기화와 국내 가계부채, 부동산경기 급락 등의 경제여건이 크게 흔들릴 경우 사정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정부 단기 경기부양 나서면 재정건전성 악화 부작용"

KDI는 향후 정책의 초점을 '재정 건전성 강화'에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통화정책에 대해서는 금리 인하를 직접적으로 주문하기도 했다. KDI는 우선 "당분간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을 고려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며 "국가재정운용 계획상의 기조보다 소폭 확장적으로 운영해서 경기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경기둔화로 물가상승 압력이 현저히 완화되는 가운데 앞으로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예상된다"며 "추가 금리 인하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금리 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부실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경기둔화와 부동산시장 침체로 대출 수요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DI는 마지막으로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향후 국내 경제의 회복도 늦춰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기존의 성장 추세를 기준으로 정부가 단기적인 경기 부양책을 반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과 물가안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태그:#KDI, #경제성장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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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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