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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섬 저 섬에 널린 유명 건축물

왕립 오페라 하우스 앞으로 시티투어 버스가 지나간다.
 왕립 오페라 하우스 앞으로 시티투어 버스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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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을 나온 우리는 버스를 타고 점심식사 장소로 간다. 점심은 국립도서관(Kungliga biblioteket) 옆에 있는 남강회관에서 하기로 되어 있다. 버스는 지름길로 가지 않고 차장관광을 겸해 시내 중심부를 한 바퀴 돈다. 가장 먼저 왕립 오페라 하우스(Kungliga Operan)가 나타난다. 신고전주의 양식의 이 건물은 1899년 문을 열었다. 객석은 1200석이고, 매 시즌 15-20편의 오페라와 5편의 발레가 공연된다.

왕립 오페라 하우스를 지난 버스는 해안도로를 따라 그랜드 호텔 앞을 지난다. 그랜드 호텔은 노벨상 수상자와 그 가족들이 머무는 호텔로 유명하다. 호텔 옆으로는 또 국립박물관(Nationalmuseum)이 보인다. 국립박물관의 시작은 1792년에 생긴 왕립박물관이다. 1866년 현재의 건물로 이전하면서 국립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다. 이곳에는 주로 중세 이후 회화와 조각이 전시되고 있기 때문에 미술관의 성격이 강하다.

국립 도서관
 국립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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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는 박물관을 지나 계속 해안을 따라간다. 도로 앞 호수 건너편으로 감라스탄(Gamla stan)의 왕궁, 쥐르고르덴(Djurgården)의 바사호 박물관 등이 보인다. 이들은 점심식사 후 방문할 관광지다. 버스는 이제 니브로플란의 왕립극장(Dramatiska teatern)을 지난다. 아르누보 양식을 한 왕립극장은 1908년부터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모두 8개의 무대가 있으며, 이곳에서 매년 1000회의 공연이 열린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잠시 국립도서관엘 들른다. 국립도서관은 1661년 처음 생겼다. 그러나 이후 여러 번 옮겨 다니다 1877년 현재의 자리에 오게 되었다. 2000만 종이 넘는 책과 신문 등 인쇄매체와 700만 시간이 넘는 시청각 자료가 보관되어 있다. 도서관은 뒤쪽으로 넓은 공원을 가지고 있고, 앞쪽으로는 안데르스 프릭셀(Anders Fryxell: 1795-1881)의 동상이 있다. 그는 <스웨덴 역사 이야기>, <스웨덴 문학사> 등을 쓴 역사학자로 유명하다.  

남섬 전망대에서의 스톡홀름 조망

스켑스홀멘 섬
 스켑스홀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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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앞에서 버스를 탄 우리 일행은 스톡홀름 시내를 전망하기 위해 남섬으로 간다. 남섬의 해안 쪽으로 높은 언덕이 있어 호수에 둘러싸인 스톡홀름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남섬으로 들어가자 가장 먼저 카타리나히센(Katarinahissen)이라는 리프트가 눈에 들어온다. 해안에서 보세바케 언덕까지 사람을 실어 나르는 일종의 엘리베이터인데, 안전성을 이유로 2010년부터 폐쇄되었다. 그렇지만 그곳에는 현재 곤돌렌이라는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다.

우리는 스톡홀름 크루즈 센터가 바로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버스를 내린다. 언덕 주변에는 노천 카페가 있다. 사람들이 차도 마시고 음식도 주문해 먹는다. 이곳에는 철제 보호대를 만들어 사람들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 나는 보호대에 기대 정면을 바라본다. 바로 앞으로 스켑스홀멘(Skeppsholmen) 섬이 위치한다. 이곳에는 건축박물관, 현대박물관, 동아시아박물관, 현대무용극장 등이 있다. 한 마디로 박물관 섬이다.

남섬 전망대에서 바라 본 스톡홀름 도심
 남섬 전망대에서 바라 본 스톡홀름 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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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으로는 스톡홀름 구시가지인 감라스탄이 보인다. 그곳에는 왕궁과 교회 등 스톡홀름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들이 있다. 그리고 그 너머로 우리가 오전에 내부를 관광한 시청 건물도 보인다. 여기서 나는 눈을 다시 오른쪽에 있는 쥐르고르덴 섬으로 돌린다. 그곳은 다른 어떤 섬보다 녹지가 풍부해서 도심 속 공원을 연상시킨다. 그곳에는 놀이공원이 있고, 바사호 박물관과 해양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북유럽 민속박물관, 생물학박물관, 담배박물관 등 특수박물관이 있다.

더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면 동쪽으로 이어지는 호수가 보이고 바이킹 라인 크루즈선도 보인다. 바이킹 라인은 핀란드 선사로, 스톡홀름과 헬싱키, 리가, 탈린 등 발트해의 주요 도시를 연결한다. 항로 주변으로는 비교적 현대적인 건물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주택지와 공업지대로 보인다. 더욱이 언덕 위로는 유류저장장치로 보이는 대형 탱크들도 있다. 스톡홀름은 과거와 현재가 훌륭하게 공존하고 있는 실용적인 도시다. 

스타즈홀멘의 구시가지 감라스탄

왕궁 앞의 대성당
 왕궁 앞의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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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섬 전망대를 내려온 우리는 감라스탄의 왕궁(Kungliga slottet)으로 간다. 스톡홀름의 역사는 13세기 이곳 감라스탄에서 시작되었다. 현재 감라스탄은 북쪽의 왕궁과 국회지역, 남쪽의 중심광장(Stortorget) 지역으로 나눠진다. 우리는 먼저 왕궁지역으로 향한다. 왕궁으로 올라가는 길에 대성당(Storkyrkan)이 나타난다. 성 니콜라이에게 헌정된 이 교회는 13세기 중엽에 처음 세워졌다. 1279년 이 교회를 언급한 기록이 있으며, 1480년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종교개혁 이후 이 교회를 이끈 목사는 올라우스 페트리(Olaus Petri: 1493-1552)다. 1516년부터 1518년까지 독일의 비텐베르크에서 공부한 그는 바로 종교개혁의 현장에서 루터의 가르침을 받았다. 1520년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성 니콜라이 교회의 목사가 되었고, 1526년에는 신약 성경을 스웨덴어로 번역하였다. 그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종교개혁자이자 목사가 된 것이다.

종교개혁자이자 목사인 올라우스 페트리 동상
 종교개혁자이자 목사인 올라우스 페트리 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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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는 교황과 중세를 비판하는 글을 계속 썼으며, 교황청의 탄압을 받았고 왕과도 갈등을 겪었다. 왕은 1540년 그에게 사형을 선고했으나, 나중에 벌금형으로 감형되고 그것마저 면제되었다. 그는 다시 목사로 돌아왔으나, 교황청의 탄압은 여전해 1549년 아욱스부르크 종교회의에 소환되기도 했다. 그는 1552년 스톡홀름에서 죽었고, 대성당 지하에 묻히게 되었다.

대성당 앞에는 페트리 동상이 서 있다. 그리고 동상 뒤에는 명문이 새겨져 있는데 성당의 역사를 기록한 것처럼 보인다. 성당을 보고 나서 우리는 왕궁으로 간다. 왕궁은 가운데 마당이 있는 사각형 형태로 되어 있으며, 서남쪽 방향으로 광장이 있다. 우리는 광장에서 왕궁을 바라본다. 르네상스 양식이 가미된 바로크 양식이다. 전체적으로 대칭과 비례가 잘 맞아 단정하면서도 실용적인 느낌을 준다. 이곳 왕궁에는 칼 구스타브 16세와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다.

왕궁
 왕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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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왕궁의 초상화실, 왕실 보물관, 구스타프 3세의 안티크 박물관, 왕실 박물관 등은 개방된다. 그리고 관광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12시 15분에 궁전 앞에서 이뤄지는 근위병 교대식이다. 우리가 간 시각이 오후 3시가 다 되어 근위병 교대식을 볼 수는 없었지만 파란 제복에 황금빛 투구를 쓴 근위병의 모습은 볼 수 있었다. 그들은 착검한 총을 땅에 세운 채 거의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다.

왕실 근위병의 모습
 왕실 근위병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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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을 보고 난 나는 헬게안드(Helgeand) 섬의 국회의사당(Riksdagshuset)을 보러 광장 북쪽으로 간다. 국회건물은 왕궁에서 내려다보이는데, 그것 역시 커다란 건물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1897년부터 1905년 사이 네오 바로크 양식으로 지어졌는데, 당시 현대적이지 못하다고 해서 논란이 많았다. 1980-83년 사이 회의실을 확장하는 등 개축이 이루어져 현재에 이르고 있다. 스웨덴의 국회의원 수는 349명이며, 중도 우파인 온건당(Moderate Party)이 자유 시민당, 기독교 민주당 등과 연정을 구성해 정부를 이끌고 있다.

노벨박물관이 있는 중심 광장

중심광장의 전통 건물
 중심광장의 전통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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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을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골목길을 따라 중심 광장으로 가게 되어 있다. 이곳은 구시가지의 모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곳으로, 광장 주변으로 옛 건물들이 즐비하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북유럽 양식으로 만들어진 6층짜리 건물이다. 옛날 상인이나 길드 조합으로 쓰였을 것 같은데, 현재는 카페와 기념품점이 들어와 있다. 붉은색과 황토색의 벽도 인상적이지만, 건물 상부의 아기자기한 박공무늬가 더욱 인상적이다. 자매 건물이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건물이 둘러싸고 있는 광장에는 분수 형태의 샘이 있다. 이곳에서는 사방으로 물이 나온다. 광장에는 거리의 악사들이 악기를 연주하며 춤도 추고 공연도 한다. 그리고는 그들이 만든 CD를 판매한다. 동유럽 쪽의 집시로 여겨지는데, 음악과 춤의 수준은 상당히 높아 보인다. 이제 우리는 광장에서 가장 뚜렷한 건물인 주식거래소 건물로 간다. 이곳에 있던 주식거래소는 새로운 건물로 이사를 했고, 현재 이곳에는 스웨덴 학술원, 노벨박물관, 노벨 도서관이 들어와 있다.

노벨박물관
 노벨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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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박물관은 노벨상에 대한 정보, 노벨상 수상자, 노벨의 생애를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박물관은 노벨상의 역사를 소개하는 공간, 노벨상 수상자 공간, 창의적인 교육을 위한 시청각 공간, 알프레드 노벨 전시관, 기획전시관으로 세분되어 있다. 이곳에서 우리는 마리 퀴리를 만날 수 있고, 넬슨 만델라도 만날 수 있다. 노벨 박물관은 노벨상 탄생 백주년을 기념해서 2001년 문을 열었으며, 방문하는 사람들이 많아 확장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바사호 박물관

우리는 이제 스톡홀름의 마지막 방문지 바사호 박물관(Vasamuseet)으로 향한다. 날씨가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해안도로를 따라 바사호 박물관에 도착하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다. 우리는 단체로 미리 예약을 해 놓았기 때문에 안으로 바로 들어갈 수 있다. 박물관의 외관은 여러 개의 돛을 단 17세기 초 범선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니 조명이 밝지 않아 어두운 편이다. 그 어둠 속에서 거대한 배의 모형이 눈에 들어온다.

복원 전시된 바사호
 복원 전시된 바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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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8년 8월 10일 스톡홀름 항구를 떠난 지 10분 만에 침몰한 거대한 군함 바사호다. 바사호는 침몰된 지 333년 만인 1961년 인양되어 완벽하게 복원되어 전시되고 있다. 바사호는 높이가 52m, 길이가 69m, 무게가 1200t이나 나가는 대형군함이었다. 3개의 돛대에 10개의 돛을 달고 출항한 배는 겨우 1.3㎞를 항해한 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배에 타고 있던 군인 300명 중 30명, 선원 150명 중 50명이 실종되었다. 그럼 침몰한 원인은 무엇일까?

왕의 무지와 선박 제조자들의 무능 그리고 함장의 무리한 운행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구스타프 2세 국왕이 배에 많은 함포를 장착하도록 명령했다. 이로 인해 상부의 무게가 지나치게 무거워져 배의 안정성이 떨어졌다. 둘째 선박제조자들이 함포를 설치하기 위해 배를 높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 배의 중심이 높아졌고 부력에도 문제가 생겼다. 셋째 배의 불안정성을 알면서도 출항한 선장 죄프링 한손의 무모함이다. 최소한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한 방법이라도 찾았어야 했다.

인양된 물건들
 인양된 물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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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 있는 배는 바사호 실물의 1/10 크기다. 선수의 조각과 용골, 돛대와 줄 등이 완벽하게 재현되었다. 그리고 배 주변으로 바사호가 발견되고 인양되어 복원된 과정이 실물과 함께 전시되고 있다. 그 중에는 함포, 포탄 등 무기류와 선실과 목재 등 배의 일부가 눈에 띈다. 그 옆에는 뱃사람들의 일상용품도 있다. 물독과 물통, 도기와 토기, 주전자와 유리병 등 생활용품이다.

그들 옆으로는 바사호의 인양을 책임진 안데르스 프란첸(Anders Franzen)의 동판도 붙어 있다. 그리고 그가 1953년 바사호의 실체를 안 후부터 인양할 때까지의 기록들도 보인다. 또한 이곳에는 10개의 돛까지 제대로 갖춘 바사호의 모형도 있다. 조각과 색깔이 화려하고 아름답다. 그러나 이 배가 물속으로 가라앉을 때 선원들이 질러댔을 비명과 절규를 생각하니 정말 가슴이 아프다. 

바사호 모형
 바사호 모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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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을 간직한 채 우리는 바사호 박물관을 나온다. 여전히 비가 온다. 우리는 이제 스톡홀름 동북쪽의 실야 라인 크루즈 터미널로 간다. 그곳에서는 러시아의 상트 페쩨르부르크, 에스토니아의 탈린, 라트비아의 리가로 가는 크루즈가 출발한다. 우리는 그 중 리가로 가는 실야 페스티벌(Silja Festival) 크루즈를 탈 것이다. 배는 오후 5시 스톡홀름 항구를 떠나는 것으로 되어 있다.


태그:#국립도서관, #남섬 전망대, #왕궁과 대성당, #노벨박물관, #바사호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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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분야는 문화입니다. 유럽의 문화와 예술, 국내외 여행기, 우리의 전통문화 등 기사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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